“CCTV 부숴버린 셈” 유엔 대북제재 판 깨졌다…15년 만에 감시기관 해체
‘우크라전 무기필요’ 러 거부에
감시기관 15년만 사실상 해체
美 “한반도 평화 심각한 우려”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
유엔 안보리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에서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13개국, 반대 1개국(러시아), 기권 1개국(중국)으로 부결됐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 중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대북 제재가 도입된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번에 제제 내용을 수정하자고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유엔 주변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북한으로부터 대량으로 들여오면서 ‘눈엣가시’인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을 해체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 무기에 대한 무역 거래 금지를 결정한 바 있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를 들여오는 것은 법적 구속력 있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서방은 이번 부결 결과를 초래한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불법적인 전쟁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를 (북한에서) 수입하는 등 한동안 대북 제재를 위반해왔다“며 ”북러 군사 협력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관심이 있는 모든 국가가 매우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패널은 지난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설치됐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북한 제재조치 이행과 관련한 정보를 유엔 회원국 등으로부터 수집해 조사 분석을 하고, 매년 2회 대북제재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재위원회에 제출해왔다.
이달 발간된 연례 패널 보고서에는 대북제재를 위반해 러시아가 북한과 무기거래를 한 정황이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담겼다. 러시아와 북한의 무기 거래가 최근 6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진 것을 감안하면 다음 패널 보고서에는 더 적나라한 무기 거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었다.
그러나 이번에 패널 임기 연장안이 부결되면 패널의 임기는 4월 30일로 종료된다. 더 이상 대북 제재 위반 내용을 담은 유엔 보고서가 나올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유엔은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하게 된 것에 대해 “대북제재위는 지속되며 제재체제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여전히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보리 이사국과 대북제재위 구성원 국가들은 대북제재를 포함한 모든 안보리 제재를 지속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날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거부권을 행사한다”며 “이 부분에 대해선 유엔 사무총장이 관여할 역할이 없다”라고 언급했다.
안보리 대북제재위 의장국인 스위스의 파스칼 베리스빌 유엔대사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제재위원회는 제재 이행을 위해 독립적인 전문가의 분석과 지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외교부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유엔의 대북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시점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전체 뜻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 온 유엔의 제재 레짐(체제)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권표를 던진 중국 겅솽(耿爽) 유엔 주재 중국 대표부 부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 표결 이후 연설에서 “러시아의 대북 제재 시한 설정과 정기적인 검토 제안을 높이 평가하고 적극 지지해 왔다”며 “유감스럽게도 이같은 러시아 측 의견은 채택되지 않았다”고 기권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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