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發 "부가세율 낮추자"…47년 '단일세율 전통'을 건드렸다

세종=정현수 기자 2024. 3. 30.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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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이 28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회기역사거리에서 김영우(동대문갑), 김경진(동대문을) 후보 지원유세중 발언하고 있다. 2024.3.28/뉴스1

국민의힘이 일부 생활필수품과 출산·육아용품의 부가가치세(이하 부가세) 인하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론적으로 물건과 서비스에 붙는 부가세의 세율을 낮추면 소비자가격이 떨어진다.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부가세 카드'를 꺼낸 이유로 풀이된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가세 세율 인하는 법 개정 사항이다. 부가세는 1977년 도입 이후 10% 단일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역진성 세금이라는 점에서 소득이 적은 사람이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법 개정 과정에서 공방이 불가피하다. 세수 감소 효과가 어느 정도 될지도 불확실하다.
한동훈 "육아용품, 식재료 등 부가세 10%→5%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8일 총선 유세에서 "출산·육아용품, 라면·즉석밥·통조림 등 가공식품, 설탕·밀가루 등 식재료, 서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부가세를 10%에서 5%로 절반 인하할 것을 강력히 정부에 요구한다"며 "필요하면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에 정부는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여당으로부터 육아용품, 식재료 등 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부가세율 한시 인하 검토를 요청받았다"며 "여당 요청 사항에 대해선 지원효과, 재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가세는 재화와 용역에 매기는 세금이다. 모든 물건값에는 10%의 세금이 붙는다. 소득이 적든지 많든지 상관 없이 모두 동일한 세율의 부가세를 내야 한다. 그만큼 파급력이 크다.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부가세를 정책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은 꾸준히 나왔다. 지금까지는 주로 부가세율 인상에 초점을 맞췄다.

한 위원장의 공약처럼 특정 품목에 부가세율을 낮춰준 사례는 없다. 다만 부가세 면세 조항은 있다. 부가세법에 따른 면세 항목은 총 20개다. 수돗물과 연탄·무연탄, 여성용 생리대, 우표 등이 대표적이다. 비가공 식료품, 교육 용역 등 시행령에서 규정한 면세 품목까지 포함하면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면세 항목이 많다.
부가세 면세 조항은 있지만 인하 조항은 '전무'
부가세 면세 조항을 둔 것은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생활필수품의 소비자가격을 인하해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인다는 취지다.

부가세법 외에 조세특례제한법(이하 조특법)에도 부가세 면세 조항이 있다.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가 해당된다. 2009년부터 부가세 면세가 이뤄진 영유아용 기저귀와 분유는 당초 일정 기간을 두고 면세를 적용할 예정이었다. 일몰이 있는 조특법에 담긴 이유다. 하지만 2022년도 세법 개정으로 영구적 면세 대상이 됐다.

면세 조항은 있지만 세율 인하 조항은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선 어떤 방식으로든지 새 판을 짜야 한다. 한 위원장이 '한시적 인하'를 주장한 만큼 실제 개정이 이뤄진다면 부가세법보다 조특법 개정이 더 유력하다. 부가세법에 들어가면 영구 인하가 되기 때문이다.

세율 인하 품목의 범위가 불명확하다는 점에서 세수 효과는 가늠하기 쉽지 않다. 육아용품에 대해선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김영주 의원이 2022년 11월 제출한 부가세법 개정안의 비용추계서를 보면 △영유아용 기저기·분유 △이유식 △영유아용 도서·의복·신발 등 육아용품의 부가세를 면세했을 때 세수 감소분은 연평균 673억원이다.

부가세율을 낮췄을 때 효과도 미지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김 의원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이유식과 의복·신발 등은 가격 편차가 커서 부가세를 면제할 경우 면세 효과가 업체의 이윤으로 흡수돼 면세의 취지를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고소득자의 면세 혜택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부가세율 인하에도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다.

세종=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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