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부터 전청조까지… VVIP를 위한 ‘블랙카드’의 세계

김태호 기자 2024. 3. 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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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회비 수백만원에 고객 관리도 철저
유명인들 사용 카드로 알려지며 화제
카드 위조해 과시 수단으로 쓰이기도
가수 아이유가 우리카드의 프리미엄 신용카드인 '투 체어스'를 사용하는 모습이 유튜브에서 공개됐다. /아이유 공식 유튜브 '이지금' 갈무리

최근 가수 아이유가 사용하는 프리미엄 신용카드가 유튜브에 공개돼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카드 플레이트 전면이 검은색인 이 카드는 프리미엄 카드의 대명사로 불리는 ‘블랙카드’의 한 종류다.

블랙카드는 최상위급 프리미엄 신용카드를 일컫는 용어다. 국내외 프리미엄 카드가 검은색을 강조해 디자인한 데서 유래됐다. 블랙카드는 연회비만 수백만원에 달하며 혜택 역시 화려해 ‘부의 상징’ 중 하나라는 통념이 있다. 아이유와 블랙핑크 리사 등 유명 연예인은 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등 글로벌 유력 인사도 블랙카드를 사용한다고 전해진다.

아이유 공식 유튜브 채널 ‘이지금’에 게시된 영상에 아이유가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 속에서 아이유가 사용하는 카드도 노출됐는데 많은 누리꾼이 이 카드에 관심을 보였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엔 해당 카드를 소개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는데 까다로운 발급 조건도 화제가 됐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아이유가 쓴 카드는 우리카드의 ‘투 체어스’로 카드 전면이 검은색으로 뒤덮이고 가운데에 로고만 작게 각인된 간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이 카드는 고액 자산가를 겨냥한 상품으로 연회비만 250만원에 금융 자산이 최소 30억원 있어야 발급받을 수 있다. 투 체어스 소유자는 국내외 공항라운지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으며 백화점 상품권 100만원과 호텔 외식 이용권 50만원 등을 선물로 받는다.

지난 2021년 12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왼쪽)이 배우 이정재(오른쪽)의 현대카드 프리미엄 카드 '더 블랙 에디션3' 가입 소식을 알리며 인증한 사진. /정태영 부회장 인스타그램

국내 카드사 상품 중 블랙카드로 널리 알려진 건 현대카드의 ‘더 블랙 에디션’ 시리즈다. 이 카드는 현대카드의 초청이 있어야만 카드를 쓸 수 있으며 고객을 1000명으로 제한한 독특한 멤버십 관리 제도로 유명하다. 현대카드에서 고객의 경제적 능력은 물론 사회적 지위와 명예까지 고려해 카드 발급을 결정한다고 알려졌다. 블랙핑크 리사가 이 카드를 사용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으며 지난 2021년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배우 이정재에게 직접 이 카드를 줬다.

블랙카드의 원조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의 ‘센츄리온’이다. 1999년부터 출시된 이 카드를 가지려면 가입비 1만달러(약 1300만원)를 내야 하며 연회비는 2500달러(약 325만원)에 달한다. 아멕스의 다른 카드로 연간 수십만달러를 지출한 이력이 있어야 센츄리온을 발급받을 수 있을 만큼 고액 자산가만이 쓸 수 있는 카드다.

센츄리온은 글로벌 유력 인사들이 센츄리온을 쓴다고 알려져 더욱 유명해졌다.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가 자신의 카드가 블랙카드라고 노래 가사에 밝혔다. 전 월드 레슬링 엔터테인먼트(WWE) 부사장인 셰인 맥마흔이 이 카드를 쓰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에 담긴 적도 있다. 지난 2020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신용카드 정보라며 한 카드 번호가 온라인에 유출되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당시 카드 역시 센츄리온이었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 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은 전 세계를 통틀어도 10만명에 불과하다.

블랙카드의 원조 격인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의 '센츄리온'. /파이낸셜타임즈

한국에선 블랙카드를 위조해 사기에 활용하는 촌극도 빚어졌다. 블랙카드 소지가 부의 상징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전 펜싱 선수 남현희의 연인이었던 전청조는 일반 신용카드를 아멕스 센츄리온 디자인으로 바꾼 뒤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수단으로 삼았다.

전청조의 사기극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 일부 국내 카드 커스텀 업체들이 일반 신용카드 IC칩을 떼서 아멕스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 플레이트에 이식하는 주문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처럼 IC칩을 떼면서까지 카드 디자인을 바꾸는 건 위법 행위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법무법인 정향의 안진호 변호사는 “IC칩을 떼서 다른 카드에 부착하는 행위는 전자금융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접근매체 변조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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