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시진핑의 투자 호소, 남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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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적인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미국 등 전 세계 기업에 더 넓은 개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부터 유럽까지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과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와 같은 대형 무역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며, 중국에 계속 투자해 중국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특히 이날은 중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서 자국 기업이 배제되고 있다며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직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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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적인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해 미국 등 전 세계 기업에 더 넓은 개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기업이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부터 유럽까지 연결하는 육해상 실크로드)’ 공동 건설과 중국 국제수입박람회와 같은 대형 무역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며, 중국에 계속 투자해 중국에서 승리하길 바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으로 미국 재계·학계 대표단을 초청했다. 집권 3기 들어 외부 활동을 대폭 줄인 시 주석이지만, 이들만큼은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특히 이날은 중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보조금 지급에서 자국 기업이 배제되고 있다며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한 직후였다.
시 주석이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도 자존심을 굽히고 이들에게 손을 내민 것은 상황이 그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중국을 멀리하는 듯했던 해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짐을 싸 들고 나가기 시작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8% 줄었고, 올해 1~2월에는 19.9% 급감했다. 시 주석은 물론이고 서열 2, 3위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까지 해외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해 뛰고 있다.
한때 해외 기업들이 중국으로 물밀듯 들어왔던 때가 있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올라선 것도 이들의 투자 덕분이다. 그랬던 중국이 이제는 제발 투자해 달라며 읍소하고 있다.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시 주석은 ‘일류 비즈니스 환경’을 지속적으로 구축했다고 하지만, 현실은 오히려 악화됐다. 자국 기업 제품과 서비스만 밀어줘 해외 기업들의 기회를 원천 차단한 것은 물론, 각종 규제의 벽을 쌓아 이들을 옭아맸다. 여기에 반간첩법과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은 이들의 등을 떠미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중국을 보며 자업자득이라고 손가락질하고 있지만, 남 일 같지 않다. 한국도 해외 기업들의 무덤이나 다름없다. 당장 우리 삶에 와닿는 서비스만 봐도 해외 기업이 발붙이기 쉽지 않다. 메신저는 카카오톡, 검색엔진은 네이버가 꽉 잡고 있다. 위챗(메신저)과 바이두(검색엔진)로 만리장벽을 세워 구글 등이 들어갈 수 없는 중국 시장과 다를 바 없다. 전 세계가 다 쓰는 애플 페이도 뒤늦게 한국에 들어왔지만, 한국 특유의 결제 프로세스 때문에 연일 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이렇게 한국에서 쫓겨난 해외 기업이 한 트럭이다.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식 규제, 글로벌 스탠다드와 맞지 않는 과도한 규제는 또 어떤가. 회사 대표를 처벌하는 중대재해처벌법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비롯해 1주일 단위로 근무시간을 규제하는 주 52시간제는 해외 기업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렵다.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와 낮은 노동 유연성도 한국 시장에 관심 있던 해외 기업마저 발걸음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 중국 규제를 평가할 때 해외 전문가들이 꼭 하는 지적이 있다. “중국이 요구하는 기준을 맞추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3년 연속 다국적 기업들이 아태지역본부로 가장 선호하는 국가 2위에 올랐지만, 정작 응답 기업 중 40%는 한국만의 독특한 노동정책과 규제를 위험 요소로 보고 있다고 한다. 지금이 바뀔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중국이 해외 기업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주겠다고 수차례 약속해도 아무도 믿지 않는 이 상황이 한국에도 닥쳐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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