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난 ELS인데, 손실 확률은 1%?”… 혼란 더하는 상품설명서

강정아 기자 2024. 3.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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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연계증권(ELS)의 상품설명서에 나오는 손실 확률 정보가 최근 시장 상황을 전혀 담지 않아 신뢰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는 최근 3년 동안의 가격 변동 추세가 빠진 손실 확률을 보고 고위험 상품인 ELS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건 증권사가 ELS의 손실 확률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기초자산 가격 변동 정보를 2002년 1월 2일부터 2021년 2월 19일까지만 입력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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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참고 지표인 수익률 모의실험
3년 만기 ELS 기준 2021년 데이터가 가장 최신
최근 3년간 가격 급락한 기초자산의 손실률 반영 안 돼
“이를 판매사가 활용한다면 불완전 판매로 볼 수 있어”

주가연계증권(ELS)의 상품설명서에 나오는 손실 확률 정보가 최근 시장 상황을 전혀 담지 않아 신뢰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증권사가 2021년이 최신인 기초자산 가격 데이터를 토대로 기대 수익률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투자자는 최근 3년 동안의 가격 변동 추세가 빠진 손실 확률을 보고 고위험 상품인 ELS 가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홍콩H지수 연계 ELS 손실 사태를 겪은 우리 자본시장이 투자자 보호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러스트=손민균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2월 5일 만기 상환된 ‘미래에셋증권 29492회 ELS’는 58.17%의 손실을 확정했다. 이 상품의 기초자산은 LG화학과 현대차였다. 처음 출시된 3년 전만 해도 90만원대로 고공비행하던 LG화학 주가가 올해 초 40만원대로 추락하면서 이 상품도 손실 구간(초기 시점 대비 50%)에 진입했고, 가입자는 투자금의 절반 이상을 잃었다.

LG화학은 지난달 15일 발행된 ‘미래에셋증권 35272회 ELS’에도 기초자산 중 하나로 담겼다. 그런데 이 ELS의 상품설명서를 보면 만기 상환 시 손실 확률이 1.07%에 그친다고 적혀있다. 불과 1개월 전 똑같은 기초자산을 담은 상품이 약 60%의 손실을 확정했는데도 증권사 측은 새로운 ELS를 출시하면서 “손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 셈이다. ELS는 상품을 이루는 기초자산 가운데 하나만 지정된 가격 아래로 내려가도 원금을 잃을 수 있다.

현재 LG화학 주가는 43만9000원(3월 29일 종가)이다. 주가가 어느 정도 바닥을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고 해도 주가 급락으로 손실 확정까지 낸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으면서 손실 확률이 1%밖에 안 된다고 안내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쏟아진다.

그래픽=손민균

이런 상황이 발생한 건 증권사가 ELS의 손실 확률 시뮬레이션을 돌릴 때 기초자산 가격 변동 정보를 2002년 1월 2일부터 2021년 2월 19일까지만 입력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LG화학 주가는 2만2000원에서 94만1000원으로 약 43배 불어났다. 수익률 모의실험에서 손실 가능성이 제로(0)에 가깝게 산출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증권사들은 “ELS 만기가 통상 3년이고, 아직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최근 3년의 ELS는 수익률을 낼 수 없어 그 이전에 나온 상품 성과를 시뮬레이션 데이터로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한계가 뚜렷한 실험 결과를 상품설명서에 굳이 넣어 혼란을 부추길 필요가 있느냐는 불만이 제기된다. 한 개인 투자자는 “손실 확률을 제시할 거면 기초자산의 최근 가격 변동까지 넣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이 올해 3월 15일 발행한 '미래에셋증권 제35272회 ELS'의 상품설명서에 수익률 모의실험 결과가 명시돼 있다. /미래에셋증권 제공

손실 확률 모의실험이 미래의 만기 상환 수익률 예측치를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문구가 상품설명서에 명시돼 있긴 하다. 하지만 판매사가 ELS 판매 과정에서 이 모의실험 결과를 투자자에게 보여주며 가입을 권유할 가능성이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만약 판매사가 이 수치를 근거로 ELS 손실 확률이 적다는 식으로 안내한다면, 불완전 판매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실장은 “과거에 손실이 거의 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한 상품인 것처럼 설명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라며 “금융회사는 투자자에게 (상품 정보를) 명확하게 알려줄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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