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몇 번 치르면 주가 패턴 보여”… 정치 테마주가 차라리 쉽다는 개미들
선거 시즌마다 치솟는 주가에 달려드는 개미들
“이번에도 돈 벌었다” 일부 성공담도 투심 자극
“선거 시즌이 다가오면 각 진영 주요 정치인 관련주는 어김없이 올라요. 그 패턴이 꽤 일관적입니다. 솔직히 주식 좀 한다는 선수에게는 이보다 쉬운 테마가 없죠.”
4·10 총선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단기 차익을 노리는 개미가 정치 테마주로 몰리고 있다. 주요 정치인 관련주는 선거철마다 급등 후 급락하는 식으로 비슷한 주가 그래프 모양을 그린다. 패턴이 반복적이다 보니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매매 타이밍만 잘 맞추면 가장 쉽게 돈 벌 수 있는 테마가 정치”라는 말까지 나온다. 주가 변동에 따른 손실을 우려하는 전문가 경고가 전혀 먹히지 않는 이유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테마주로 분류되는 화천기계는 올해 2월 초만 해도 주가가 3100원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정치권이 총선 국면에 접어들고,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자 이달 19일 9700원까지 치솟았다. 공작기계 제조사인 화천기계는 남광 전 감사가 조 대표와 미국 버클리대 로스쿨 동문이라는 이유로 조국 테마주에 포함됐다.
조 대표가 최근 관련성을 직접 부인하고, 대주주가 지분을 전량 매도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천기계 주가는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출렁이는 주가에 거래소는 지난 25일 화천기계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현재 화천기계는 6000원 안팎까지 추락했다. 물론 3000원대였던 2개월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두 배가량 오른 상태다.
공격적인 개미들은 투자주의 종목 지정도, 주가 급락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온라인 주식 투자 토론방을 보면 ‘재미는 이미 충분히 봤다’는 식의 글이 종종 눈에 띈다. 한 개인 투자자는 “화천기계 주가 들썩이는 게 어제오늘 일이냐”며 “잠잠할 때 미리 사두고 급등할 때 큰 욕심 없이 딱 두 배만 먹고 나온다고 생각하면 실패할 일이 없다. 난 이번에도 쏠쏠했다”고 적었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화천기계 주가 움직임은 익숙하다. 이 회사는 2019년 7월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차기 법무부 장관 입각설에도 급등했다가 급락했고, 작년 9월 조 대표 출마설에도 솟구쳤다가 주저앉았다. 서울 여의도에서 전업 투자자로 활동 중인 A씨는 “선거는 디데이가 정해진 이벤트고, 지지율이나 여론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며 “(정치 테마주는) 매매 타이밍을 잡는 게 비교적 수월하다”고 했다.
다른 정치 테마주 분위기도 화천기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테마주로 언급되는 동신건설과 에이텍, 대양금속의 최근 3개월 주가 흐름을 그래프로 그려보면 약속이나 한 것처럼 유사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테마주로 묶인 래몽래인과 덕성 등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정치 테마주를 둘러싼 일부 개미의 영웅담이 정상적이고 모범적인 투자 행위로 시장에 인식되는 건 큰 문제라고 경고한다.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상장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성장성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기본 공식이 한국 주식시장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다”며 “그만큼 우리 자본시장이 덜 성숙했다는 의미”라고 했다.
금융당국도 모니터링 강화에 나섰다. 정치 테마주가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와 리딩방 등을 통해 불공정 거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총선 당일인 4월 10일까지 정치 테마주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집중 제보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선행매매(미공개 정보로 이득을 취하는 주식 거래)와 같은 불공정 거래 정황이 발견되면 즉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근거 없는 풍문에 현혹되지 말고 정보 출처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며 “허위 사실을 생산·유포하거나 이를 이용하면 불공정 거래로 처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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