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 거북과 결투 ‘어린이판 로빈슨 크루소’
소싯적에 독서 좀 했다는 사람치고 ‘15소년 표류기’(Deux ans de vacances·1888)를 모르는 경우란 드물 것이다. 집마다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두게 마련이던 ‘소년소녀 세계 명작’ 전집에도, 또 교실 한편에 놓여있는 학급 문고 가운데서도 이 책은 약방의 감초처럼 으레 끼어있곤 했으니까.
여덟 살부터 열네 살까지 소년 열다섯과 개 한 마리를 태운 배가 태평양을 표류하다가 무인도에 닿는다. 이들이 분투 끝에 살아남아 귀환한다는 책 줄거리는 ‘로빈슨 크루소’와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이 이야기를 흥미로운 읽을거리로 만드는 것은 ‘어른 없는 아이들’이라는 조건이다. 어른이 사라진 세계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
작품 초반 소년들은 시험대에 서는데, 많은 독자가 기억할 바다거북 에피소드가 그것이다. “적어도 300kg”에 이르는 이 거대한 거북은 소년들 모두와 겨룰 정도로 힘이 세고, 총탄도 막아낼 정도로 단단한 등딱지를 가졌다. 섬에서 처음 마주친 강적인 셈이다.
그러나 꾀 많은 소년들은 통나무를 써서 거북을 뒤집는 데 성공하고, 가엾은 거북은 이내 그들의 푸짐한 먹거리가 된다. “그날 모두 거북 수프가 일품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문장은 조난당한 소년들을 걱정하는 일이 기우에 지나지 않으며, 독자는 앞으로 펼쳐질 모험을 마음 놓고 즐기면 된다고 일러주는 이정표와도 같다.
낭트의 법률가 집안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법학을 공부한 작가 쥘 베른은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에 대해 “좋은 문학가가 되든지, 형편없는 변호사가 될 것”이라고 썼다. 이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의 ‘해저 2만리’나 ‘80일간의 세계 일주’ 등은 오래도록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았다.
작품의 프랑스어 원제는 ‘2년 동안의 방학’으로 풀이되는데, 워낙 긴 세월 ‘15소년 표류기’로 알려진 탓에 열림원(김석희 역), 비룡소(김윤진 역) 등 국내서 출간한 번역본 다수가 이를 택했다. 시공주니어(김주경 역)의 ‘2년간의 휴가’, 그리고 열림원에서 아동·청소년용으로 다듬어 작년에 다시 펴낸 ‘2년 동안의 방학’ 등은 원제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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