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은 멍청" 일본의 집요한 혐오에 맞선 '69세 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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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차별, 혐오와 싸우는 것입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간바라 하지메 변호사는 "일본은 아직 인터넷상에서의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이 소송을 통해 법률 개정 등 인종 차별, 혐오 문제를 하나씩 헤쳐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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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물론 모든 재일동포에 대한 공격"
"김정칙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 사회에서 일어나는 차별, 혐오와 싸우는 것입니다."
1954년 일본 미야기현에서 태어나 70년 가까이 일본에서 살아 온 재일동포 3세 김정칙(69)씨. 고등학생 때까지 그는 학교에서 '하야시'라는 성을 썼다. 졸업 후 도쿄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본디 성인 김씨로 칭했다. 그는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일본 사회에서는 김정칙이 아닌 '김 마사노리'로 불린다. 그런데도 한국인이란 자긍심 하나에 자신의 성을 지켜냈다.
이러한 김씨가 29일 재일동포는 물론, 일본 사회 내 소수자들을 대표하는 마음으로 도쿄지방법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김씨가 속한 '재일 김군 헤이트(스피치) 재판팀'은 이날 도쿄 중의원(하원) 제1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씨가 소송을 제기한 상대는 엑스(X)에서 니시무라 모토노부라는 이름으로 '헤이트 스피치'(혐오 발언) 글을 마구잡이로 올리는 사람이다.
그는 다름 아닌 김씨의 고등학교 동창생이다. 같은 학교를 나온 친구를 상대로 X에 140건이 넘는 재일한국·조선인에 대한 비방 글을 올린 것이다. '조선인은 역시 멍청하네. 스스로 어떻게 생각해?', '성범죄를 저지르는 조선인이 많다', '재일(한국인)은 범죄야. 코멘트 부탁할게' 등 김씨를 향해 혐오 글을 유포했다. 김씨는 한때 동창생들이 있는 단체방에 당부의 글을 올렸지만, 그럴수록 혐오 글은 더 자주 올라왔다.
"일본 사회 차별 없어져야… 언제 가해자 될지 몰라"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개선됐지만, 한국과 재일한국인을 비방·혐오하는 인터넷 우익의 활동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재판팀은 니시무라의 글을 시작으로 2020년부터 X를 비롯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상대를 '재일 김군'이라 부르는 우익의 혐오 글이 꾸준히 올라오며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가장 흔한 성씨인 '김'씨를 대표적으로 지칭해 재일한국인 전체를 비하하는 것이다. 빨리 저지하지 않으면 자칫 '밈(meme)'이라 불리는 인터넷 트렌드가 될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다. 김씨는 "저한테만 하는 비난이 아니다. 일본에 사는 모든 김씨 성을 가진 사람들, 재일동포, 나아가 소수자들을 향해 쏟아내는 혐오"라며 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김정칙이란 제 이름을 발음하는 것도 서투르지만, 누군가 저에게 '김씨'라고 부르면 기분이 좋다"며 "가끔 김씨란 성 때문에 '일본을 좋아하지 않느냐'라는 질문도 받지만 저는 제 고향을 잊을 수 없다. 한국도 일본도, 김씨도 하야시도 저 자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때 감정에 북받친 듯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김씨의 변호를 맡은 간바라 하지메 변호사는 "일본은 아직 인터넷상에서의 헤이트 스피치에 대해 규제하지 않고 있다"며 "이 소송을 통해 법률 개정 등 인종 차별, 혐오 문제를 하나씩 헤쳐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호세이대 총장을 지낸 다나카 유코 호세이대 명예교수는 "이번 소송으로 망가진 일본 사회를 돌려놔야 한다"며 "차별과 혐오는 폭력이자 범죄로, 일본 사람들이 차별을 없애지 않으면 스스로 피해자이자 동시에 가해자가 돼 버린다"고 호소했다.
도쿄= 류호 특파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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