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배의 공간과 스타일] [229] 배제(排除) 건축
현재 뉴욕은 치안 문제로 시름하고 있다. 팬데믹 이후 증가한 노숙자와 불법 이민자 문제가 크고 작은 범죄로 이어지면서 도시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나름 이민자에게 관대하던 민주당도 선거가 다가오면서 해결 방법을 강구 중이다. 급기야는 지하철역에 국가방위군이 투입되고 여러 공공장소에 범죄 방지 취지의 시설물이 설치, 또는 제거되고 있다.
이런 현상과 관련되어 한동안 사회적 약자를 몰아낸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배제(排除) 건축’이 다시 도입되고 있다. ‘적대적 건축(Hostile Architecture)’이라고도 불리는데, 의도적으로 어떤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디자인된 구조물을 뜻한다.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의 공공장소에서 노숙자들의 거주를 신체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벤치에 눕지 못하도록 팔걸이 정도를 설치했던 지하철역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살짝 기댈 수만 있도록 만든 디자인이 새롭게 도입되고 있다.
배제 건축의 역사는 꽤 오래되었다. 19세기 뉴욕의 도시계획을 담당했던 로버트 모지스(Robert Moses)는 롱아일랜드의 해변으로 향하는 고속도로(Southern State Parkway) 육교의 높이를 낮게 설계했다. 자가용은 그 밑으로 통과할 수 있지만, 차가 없는 가난한 흑인들이 단체로 버스를 타고 해변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조금 경우는 다르지만 기온(祇園)과 같은 교토 역사 지구의 건물들 외관에 대나무로 둥글게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도 개나 고양이의 방뇨를 차단하기 위함이다.
공공 디자인은 시민들의 일상적 행위를 위해서 계획된 예술적 하드웨어다. 핵심은 모두가 조금씩, 그리고 잠깐씩 누리는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일부 사람이 모든 걸 오랫동안 차지하는 걸 의도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배제 건축은 일반인들이 이용할 권리를 침해하고 도시 환경을 훼손하는 현상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한다. 민주적으로 공평하게 사용될 공간이 시민에게 불편과 위험을 초래하는 건 안타까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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