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22억은 피해자 돈 아닌가요
‘휴스템코리아’ 다단계 사기 사건은 피해자가 10만여 명, 피해액이 1조1900억원대에 이른다. “평생 모은 23억원을 한 푼도 못 건졌다.” “퇴직 연금을 전부 날렸다.” “부모님이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돌아가셨다.” 기자는 29일 피해자들의 기막힌 사연을 듣다가 가슴이 먹먹해졌다.
피해자들이 더 참담해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 검사장 출신 이종근 변호사가 주범(主犯) 변호를 맡아 22억원을 수임료로 받아 갔다는 사실이다. 한 피해자는 “22억원은 누구 돈인가. 우리의 피 같은 돈이 변호사에게 흘러들어 간 것”이라고 했다.
검사 시절, 이종근 변호사는 다단계 사기 수사에서 1급 공인 전문 검사로 뽑혔다. 작년 3월 변호사로 개업한 뒤 유튜브 방송에 나와서는 “(검사 시절) 가정주부나 노인 등 (다단계) 피해를 당한 분의 사연이 너무 안타까워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했다”고 자랑했다.
이를 알게 된 피해자들은 “이 변호사만큼은 다단계 사기꾼을 변호해선 안 될 사람”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변호사는 28일 장문의 입장문을 내고 “논란이 된 사건들을 모두 사임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이 변호사의 아내는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광주지검 부장검사다. 박 후보 부부의 재산은 이 변호사가 변호사 개업을 하고 1년 만에 41억원이 늘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전관예우라면 160억원을 벌었어야 했다”고 했다. 조국 대표도 전관예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박 후보 부부를 감쌌다. 이런 태도는 피해자들을 더 힘들게 했다. 많은 법조인도 어이없어했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한다. 이 변호사는 검사 시절에 단죄하겠다고 했던 다단계 사기범에게 거액 수임료를 받고 그를 편들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만드는 게 진정한 검찰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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