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판 힘 보태줄 것" "민주당 공격성이 싫다"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
[SPECIAL REPORT] 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⑤ 금강 벨트
충청 표심을 두고 “투표함을 열어봐야 안다”는 속설이 있다. 여론조사와 투표 결과가 달리 나오곤 해서인데, 최근에 달라지는 추세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JP(김종필)·이회창·박근혜란 거물 정치인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후엔 민주당 세가 강해졌다. 중앙SUNDAY가 이번 주 찾아간 곳이 충청권 중에서도 대전이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이 전석(7석)을 싹쓸이했다.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28일 오전 대전 유성의 반석사거리와 침신대사거리에서 이상민 국민의힘 후보와 황정아 민주당 후보가 유세를 했다. 이곳에서 5선한 이 후보가 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꿔 출마했다. 비가 흩뿌리는 가운데 이 후보는 휠체어를 탄 채 시민들을 향해 쉼 없이 손을 흔들었고, 황 후보는 선거운동원들과 함께 율동을 선보였다.
반석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나모씨는 “사람을 보고 뽑고 싶어도 ‘정치인’은 없고 ‘정치꾼’만 있으니 참 애매하다”면서도 “정권 심판 차원에서 민주당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2주전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고 밝힌 60대 후반 여성은 “민주당의 공격성이 싫어 우선 이 후보를 뽑을 계획”이라고 했다.
대덕은 박정현 민주당, 박경호 국민의힘, 박영순 새로운미래 후보 간 3자 대결이 벌어진다. 현역은 민주당을 탈당하고 새로운미래로 옮긴 박영순 후보다. 26일 신탄진역 인근에서 만난 70대 택시기사 3명은 본인들을 ‘골수 민주당’이라고 칭하면서 박정현 후보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박정현 후보가 구청장 시절부터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박영순 후보는 현역이지만 5년간 한 게 없다”고 했다. 반면 신탄진시장의 한 상인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맘에 들어서 국민의힘에 투표할 생각”이라고 했다. 여론조사상 민심도 양당 후보에 쏠렸다. 22~23일 굿모닝충청-윈지코리아컨설팅 조사에서 박정현 후보(50.3%)와 박경호(38.9%) 후보가 박영순(4.6%) 후보를 크게 앞섰다.
다른 지역에서도 민주당을 지지하겠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다만 유성온천공원에서 족욕 중이던 70대 노인에게 투표 의향을 묻자 “정치 얘기는 안 하겠다”더니 “그쪽(조승래)은 오래됐다. 변한 게 없다. 이번엔 바꿔보겠다”고 말했다.
여야 공히 최대 격전지로 꼽는 곳은 동구였다. 현역 의원(민주당 장철민, 국민의힘 윤창현)이 맞붙은 지역구다. 23~24일 조원씨앤아이가 TJB대전방송·충청투데이 의뢰로 진행한 유권자 505명 여론조사에서는 장 후보가 49.8%, 윤 후보가 40.7%의 지지를 받았는데 실제 유권자들 반응이 팽팽했다. 대전중앙시장에서 만난 김모(54)씨가 “장철민 후보가 젊고 똑똑하지 않냐. 이종섭 논란 같은 일을 막으려면 정권을 심판하는 데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하자 옆의 친구가 “나는 대전 사람이라도 무조건 빨간색이다. 윤창현이 나오든, 누가 나오든 일단 여당에 표를 주는 게 맞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둘의 대화를 지켜보던 이가 이렇게 거들었다. “얀마, 보름 남았다. 두고 봐.”
대전=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