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확대일로 G2 격차, 격변의 동북아 미래

2024. 3. 30.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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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정치 시스템의 혁신이 없는 한 중국 경제는 몰락(collapse)의 길을 간다.”

이번 주 개최된 한 국제포럼에서 필자와 대담을 나눈 세계적 베스트셀러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Why Nations Fail)』의 공저자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건넨 메시지의 울림은 컸다. 10년 전 출간 후 여전히 명저로 꼽히는 이 책은 국가의 흥망은 인종적, 문화적, 지리적 요인이 아닌 정치 체제와 제도에 달렸다고 설파한다. 강력한 전체주의적 리더십이 경제발전의 과도기적 성과를 낼 순 있으나, 지속 가능하지는 않단 얘기다. 대한민국이 지속적으로 번영하려면 대내적으로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대외적으로는 자유민주동맹을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 “정치 혁신없으면 중국 경제 몰락”
전체주의 리더십, 성과 지속 불가능
한국, 민주동맹 강화에 주력해야
총선서 책임 있는 올바른 선택 필요

선데이 칼럼
자국 우선주의, 신보호주의 확대, 신냉전 시대라는 삼각 파도가 몰려올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국제 질서와 글로벌 패권 경쟁의 변곡점이 된 오늘날, 중국 경제가 역주행하면서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실물과 금융 양면에서 미국 경제의 독보적 호황 속에 중국의 장기 침체 우려와 일본의 부활 조짐이 대조를 보인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올해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과 함께 연중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예고한 겹호재 소식으로 미·일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반면, 중국·홍콩 증시는 역대 최고치의 반 토막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런 와중에 중국은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수출 밀어내기로 덤핑 이슈와 통상 마찰 문제를 키우고 있다. 중국 우방국인 브라질과 유럽 서방국들은 중국의 덤핑 전략에 반기를 들어 제소할 움직임 마저 보인다. 중국 경제를 보려면 종종 공식 통계보다 실제 사례가 유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해 미-멕시코 국경을 넘은 250만 명의 미국 이민 행렬 중 불법 이민자의 상당수가 중국 출신이었고, 그 규모는 출신국 중 가장 빠르게 늘었다. 멕시코 장벽을 넘어서라도 희망을 찾으려는 불법 이민자의 다수가 중국인이라는 사실은 중국 정치·경제 상황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부동산·주식 투자 손실에 직장마저 잃은 청년들의 복권 사재기 열풍도 중국의 아픈 단면이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당선되든지 중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것은 분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국민의 절대 다수가 대중 강경책을 지지하는 판국에 누가 되든 G2(주요 2개국) 갈등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트럼프는 이미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할 것을 경고했다. 지난해 중국에 유입된 글로벌 해외직접투자(FDI) 330억 달러는 전년 대비 82% 폭락해 30년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한국의 대중 투자도 78% 급감했다. 며칠 전 베이징 ‘중국발전포럼’에서 시진핑 주석은 미국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중국 경제는 아직 정점에 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자본이탈(차이나런) 차단과 신규 투자유치에 안간힘을 쏟았다.

여기에 지난주 미 하원 청문회에 나온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관 존 애퀼리노 제독의 증언도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이 2027년까지 대만 침공 시나리오의 실행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경기 침체 국면인데도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만만치 않다. 이미 지난해 중국의 국방비 지출은 전년 대비 16% 늘어나 2230억 달러(미국의 약 1/3 수준)에 달했고, 2020년 이후 미사일 두 배 증강과 지난 3년간 전투기 400대, 대형 군함 20척 증강으로 시진핑 3연임 임기 만료 시점에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내재돼 있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과 일본은 1960년 양국 안보조약 체결 이후 최대 규모로 격상된 군사 동맹체 구축까지 추진 중이다. 외신에 따르면 다음 달 10일 바이든-기시다 백악관 정상회담 때 공식 발표될 계획이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에 실린 한국 관련 기사가 눈길을 끈다. 한·일 청년 커플의 로맨스를 다룬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아이러브유’를 소개하며, 최근 개선된 한·일 우호 관계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한 내용이 담겼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판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반일 프레임’이 큰 걸림돌로 우려되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희망이 있다고 평가했다. 세대 변화(generational change)로 한·일 청년층 신세대의 상호 호감도가 높아지고 있고, 지정학적 변화(geopolitical change)에 따라 동아시아 무력 도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한·일 민주동맹 강화가 필수요소가 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남북전쟁 당시 링컨 대통령 일화로 전해지는 얘기가 있다. 남군과 북군 모두 신에게 ‘자기편이 돼 달라’ 기도할 때 링컨은 이런 말을 했다. “신에게 우리 편 돼 달라고 하기 전에 우리가 신의 편에 섰는지 성찰하는 것이 먼저다.” 선거에서 서로 국민에게 표를 달라고 하기 전에 누가 더 국민 편에 섰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누가 더 나은가, 누가 최소한 덜 나쁜가를 판단할 총선이 열흘 후로 다가왔다. 여야가 눈에 안 차더라도 유령 정당이 대안이 될 수는 없고, 지정학적 도전 속에 우리의 진짜 견제 대상은 종북·친중·반미 세력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명운이 갈림길에 선 지금이야말로 바른 선택으로 우리 국민 모두의 책임을 다할 때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전 금융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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