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쇼와 99년

2024. 3. 30.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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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일본어
올해 들어 ‘쇼와 99년’이라는 말이 신문·방송 등에 종종 등장한다. 2024년은 레이와 6년인데, 1926년에 시작한 쇼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99년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지금도 쇼와, 레이와 같은 연호를 많이 쓴다. 연호는 동양의 군주 국가에서 주로 쓰던 것으로 왕이 즉위하면 연호가 시작한다. 나도 몇 년생이냐고 누가 물으면 “(쇼와) 57년생”이라고 답한다. 1982년생이다.

그런데 왜 쇼와가 끝난 지 35년이나 지난 지금 다시 쇼와가 거론될까. 전쟁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이 됐던 시대이기도 하지만 패전 후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이룬 시기이기도 하다. 1968년엔 당시 국민총생산(GNP) 기준으로 서독을 넘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그러다가 헤이세이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장기 경제 불황을 겪었다. 2010년엔 국내총생산(GDP)이 중국에 밀려 3위로 하락했다가, 2023년엔 독일에도 밀려 4위로 떨어졌다. 그래서 쇼와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제 뿐만 아니다. 쇼와 때 인간관계가 더 다정하고 친밀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일본에선 올해 1월에 방송하기 시작한 드라마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가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주인공이 쇼와(1986년)와 레이와(2024년)를 왕래하면서 그 변화를 보여주는 드라마다.

주인공은 1986년에 살고 있는 오가와(아베 사다오)라는 아저씨다. 그는 우연히 2024년으로 가게 됐다. 쇼와 때 상식대로 레이와에서 행동했지만 대부분 부적절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져 소동이 벌어진다. 그런데 쇼와의 시선으로 봤을 때 레이와의 ‘이상한’ 것 중엔 나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제1회 ‘힘내라고 하면 안되나요?’편에서 나온다. 오가와가 2024년에 이자카야(선술집)에서 술을 먹고 있는데 옆자리에서 후배한테 갑질로 고발당한 남성 직원과 동료와 이야기하고 있었다. 동료는 그 직원이 후배한테 힘내라고 한 것이 부담을 줬다고 지적했는데, 그걸 엿들은 오가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오가와가 “그럼 이 사람이 뭐라고 해야 했냐”고 묻자, 그 동료는 “아무 말도 안 해야 했다”고 답한다.

현대인은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점점 입을 닫고 있다. 일본이 심하지만 한국도 유사하다.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과거의 시선으로 현재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쇼와 99년, 쇼와의 적폐와 안녕하면서 새로운 100년을 생각하는 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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