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은 반도체 없인 못살아”...3.7조 구애 작전 펼쳤다는데

진영태 기자(zin@mk.co.kr) 2024. 3. 29.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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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슈퍼 을(乙)'기업인 ASML이 본사 이전을 추진하자 네덜란드 정부가 특혜성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네덜란드 정부는 '베토벤 TF'로 명명한 ASML 지원팀을 통해 본사 일대 주택, 교육, 교통, 전력망 등 인프라 개선과 함께 새로운 세제 혜택 정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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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이민 정책에 이전 시사하자
본사 위치한 에인트호번 지원
주택·교육·교통·세혜택 약속
네덜란드 반도체 생산장비업체 ASML 로고 [로이터 = 연합뉴스]
반도체 ‘슈퍼 을(乙)’기업인 ASML이 본사 이전을 추진하자 네덜란드 정부가 특혜성 지원을 약속하고 나섰다. 본사가 위치한 에인트호번의 인프라 개선을 비롯한 세제 혜택 등 25억유로(3조7000억원)에 달하는 구애 패키지를 내놓았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세계 유일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제조기업인 ASML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긴급 대책을 발표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베토벤 TF’로 명명한 ASML 지원팀을 통해 본사 일대 주택, 교육, 교통, 전력망 등 인프라 개선과 함께 새로운 세제 혜택 정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측은 ASML이 베토벤과 같이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를 TF 이름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내각은 성명에서 “이러한 조처를 통해 ASML이 지속해 투자하고 법상, 회계상 그리고 실제 본사를 네덜란드에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은 ASML이 정부의 반이민정책에 따른 인재 수급 문제로 본사 이전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ASML 측은 임직원 총 2만3000여명 중 40%가 외국인으로, 정부의 반이민정책에 타격을 받아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네덜란드는 지난해 11월 총선을 전후해 극우성향이 짙어지면서 이민정책에도 벽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고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안을 제거하는 안을 의회가 가결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새 연립정부 구성이 지연되는 가운데 향후 반이민정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분위기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도 이달 초 고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세금 감면 종료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네덜란드에서 성장할 수 없다면 다른 곳을 고려하겠다”며 정부와 의회를 향해 ‘폭탄 발언’을 하기도 했다. ASML은 아울러 정부가 에인트호번 ‘기술 허브’의 급성장에 발맞추기 위한 적절한 인프라 투자에도 실패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ASML은 유럽 시가총액 3위(약 500조원)기업으로 프랑스 명품그룹 LVMH와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톱3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고려하면 ASML의 이전은 네덜란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ASML 측은 정부 계획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ASML은 성명에서 “오늘 발표된 계획이 의회 지지를 받는다면 경영 조건을 강력히 지원할 것이며 우리 사업 확장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며 “우리가 취하려는 결정은 (네덜란드에) 계속 머무를지가 아닌 어디서 확장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석유기업 셸과 다국적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2018년 네덜란드 정부가 세제 혜택을 철회하자 본사를 영국 런던으로 이전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셸은 회사명도 네덜란드를 의미하는 ‘로얄더치(DUTCH)셸’에서 셸로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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