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벚꽃 피기 전 남산 한 바퀴

2024. 3. 2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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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보며 걷는 편안한 길, 북측순환로
성곽과 솔숲 사이 고즈넉한 남측순환로

사진 한 장이 SNS에 올라왔다. 화엄사 홍매화를 찍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밤을 지새우고 대웅전 옆 홍매화 한 그루를 향해 도열해 있는 장면이다. 해마다 절정을 이룬 봄꽃의 시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고 난 후에야 “저길 갔어야 했는데…” 하며 아쉬워했던 기억이 한두 번이 아니다. 왜 꼭 봄꽃을 보려면 남도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순간, 가벼이 이는 바람에도 꽃비를 내려주던 봄날의 남산 둘레길이 떠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봄꽃과 함께 피어나는 남산 그리고 둘레길
남산은 서울의 중심을 이루는 산이다. 조선 개국, 태조가 한양으로 도읍을 옮길 당시 이곳은 남쪽을 지키는 평범한 요새일 뿐이었다. 북악산 기슭에 궁궐을 짓고 남쪽을 바라다보니 산이 하나 있어 말 그대로 남산이 되었다.
그리고 그 산 위에 성을 쌓고 봉수대를 설치하면서 도성 방어의 기능을 맡게 되었다. 남산은 1991년부터 10년간 ‘남산 제모습가꾸기사업’을 통해 대부분 복원돼 야외식물원, 야생화공원, 한옥마을 등이 조성됐다.
북측순환로 사진
남산에 대한 인식은 케이블카가 있고 타워가 있다는 정도였다. 흔히 숲이 우거지고 계곡이 깊은 그런 산의 풍경과는 다르게 규모도 작은 도심 속의 공원 정도가 아니었을까. 남산 둘레길은 N서울타워를 중심으로 산허리를 부드럽게 두르고 있는 아름다운 숲길로, 본래 자동차가 다니는 길로 조성되었는데 공원화가 진행되면서 사람의 길로 바뀌게 되었다.
남산둘레길은 N서울타워를 중심에 두고 그 둘레를 도는 길이다.
‘웰빙조깅메카길’로 불리는 북측순환로는 차량이 전면 통제되었고, 남측순환로는 남산순환버스만 통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남산 둘레길로 오르는 루트는 공식적인 것만 15개에 달한다. 남산의 들머리를 어디로 잡든 남산 둘레길에 이르는 시간은 10여 분이면 족하다. 명동역 1번 출구로 나와 소파길을 따라 약 15분쯤 걸으면 남산도서관 조금 못 미쳐 둘레길로 진입하는 북측순환로가 있다.
하늘 보며 걷는 편안한 길, 북측순환로
남산케이블카 앞 북측순환로 입구 쉼터에서 국립극장 앞 북측순환로 입구까지 약 3.4km에 이르는 북측순환로. 이 길은 오로지 걷는 사람만을 위한 길로 만들어 놓아 여유 있고 쾌적하게 걷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남산 둘레길 중 가장 길고 넓으며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고, 점자 유도 블록을 따라 시각장애인들이 산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안전한 코스다.
목멱산방 비빔밥, 북측순환로 전경(우)
이곳은 서울 시가지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명품 조망 구간이기도 하다. 남산 둘레길로 들어선다. 이제 막 초록 물이 들기 시작한 풀과 나무에서 뿜어내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한다. 벚꽃이 필 기미는 아직 없지만 길 옆 군데군데 노랗게 피어난 개나리가 산책로를 환하게 밝힌다.
입구에서 조금만 걸으면 우측으로 멋스러운 한옥 건물이 나온다. 남산 안내지도에는 ‘회현자락 전통휴게소’라고 표기돼 있는데 이곳이 비빔밥 명소 ‘목멱산방’이다. 건너편엔 시인 조지훈의 시비가 서 있다. 시비에는 ‘승무’도 ‘낙화’도 아닌 ‘파초우’라는 시가 새겨져 있다.
조지훈 시비
고개를 치켜들고 하늘을 보며 걸어본다. 간혹 딴짓을 하며 걸어도 좋을 만큼 평탄하고 안전한 산책길이 북측순환로다. 최고의 뷰 포인트는 필동전망대다. 그곳에 서면 북악산, 인왕산, 도봉산, 북한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그 안에 깃든 수많은 봉우리들이 절경을 연출한다.
그 앞으로는 도심의 고층빌딩들이 손에 잡힐 듯 다가선다. 필동전망대까지 오면 이제 남측순환로로 이어지는 지점이 멀지 않다. 국궁장인 석호정을 거쳐 체육시설인 장충체육회를 지나면 삼거리가 나오고, 그곳에서 우측으로 접어들면 남산 둘레길의 남측순환로다.
성곽과 솔숲 사이 고즈넉한 산책로, 남측순환로
남측순환로는 차도와 보행로가 나란히 하는 길이다.
북측순환로가 나무와 숲 그리고 길이 전부였다면 남측순환로는 좀 더 아기자기하면서도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또 한양도성 순성길과 인접하여 성곽을 바라보며 걷는 즐거움도 있다. 남측순환로를 걷다 보면 두 개의 전망대를 만난다. 첫 번째 전망대는 규모는 작지만 한남대교를 중심으로 강남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멋진 전경을 스마트폰에 담으려 하는 순간 “줌인은 곤란하다”며 누군가 정중하게 제지한다. 생각해보니 전망대 바로 아래가 한남동이다. 남산 최고의 전망대로 꼽히는 ‘남측포토아일랜드’도 마찬가지. 첫 번째 전망대처럼은 아니지만 일부 지점에선 카메라 촬영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양도성 성곽길
두 전망대 사이엔 남산 소나무숲이 있고 그 사이로 탐방로가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는 수령 100년 이상 된 소나무를 비롯해 1960년대부터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온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큰 키에 쭉쭉 뻗은 금강송과는 달리 구불구불 등걸이 휜 나무들이 많지만 멋과 운치는 결코 떨어지지 않는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소나무 군락지를 지나면 곧 산 꼭대기다. 남측포토아일랜드를 조금 지나면 한양도성 성곽과 만나게 되고 남산공원안내센터가 있는 그곳에서 약 200m 정도 오르면 N서울타워다. N서울타워는 남산케이블카의 종착지다.
N서울타워의 상징이 된 사랑의 자물쇠
남산분수대에서 또 남산공원 입구에서 소월시비 쪽으로 난 나무계단을 걸어 타워까지 오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굳이 전망대에 오르지 않아도 타워 어느 곳에서나 서울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팔각정에 올라 서울 서쪽의 전망을 감상해도 좋고, 타워 1층 마련된 카페테리아에 앉아 차 한 잔을 즐기며 서울의 남쪽 전경을 보는 것도 좋다.
남측순환로는 남산도서관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의 벚꽃길이 남산의 봄을 압도적 아름다움으로 장식한다. 남산 둘레길 산책의 화려한 피날레다. 이맘때 꼭 남산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산 둘레길 산책의 마무리를 보통 남산도서관에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간 여유가 있다면 안중근 의사와 백범 김구의 숨결을 느껴보고 남산 산책을 마무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남산도서관과 용산도서관의 사잇길로 향하면 안의사 광장과 기념관, 백범광장이 공원처럼 멋지게 조성되어 있다. 기왕 남산에 갔으니 그 유명한 ‘삼순이 계단’에도 앉아보고 ‘왕돈까스’ 맛을 한 번 보는 것도 그럴 듯한 여행의 종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행복해지는 봄날의 산책이다.
[글 이상호(여행작가) 사진 이상호, 게티이미지뱅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23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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