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KIA 감독이 챙긴 첫 안타 공, 그런데 몇초 후 황당 견제사...이정후의 정신없던 데뷔전

노재형 2024. 3. 2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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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29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개막전에서 5회초 중전안타를 날린 뒤 1루에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출처=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구단 공식 SNS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한국 출신 27번째 메이저리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이정후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정후는 2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정규시즌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원정경기에서 3타수 1안타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리드오프 중견수로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이정후는 메이저리그 첫 안타와 타점을 뽑아내며 루키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4타석에 들어선 이정후는 총 20개의 공을 상대했다. 스트라이크 7개, 볼 8개, 파울 2개, 인플레이 3개였다. 헛스윙은 하나도 없었다. 주목되는 대목이다. 현지 매체 맥코비 크로니클스는 '이정후의 공을 맞히는 기술은 진짜였다'고 평가했다.

역사적인 메이저리그 데뷔 타석은 온전히 탐색전이었다.

샌디에이고 선발 다르빗슈 유의 초구 95.1마일 포심 직구가 한복판으로 날아오자 힘차게 휘둘러 파울을 만들었다. 이어 74마일 커브가 다시 한복판으로 떨어져 스트라이크. 이정후는 불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유인구를 예상했는지 94.9마일 한가운데 직구를 그대로 흘려보냈다. 3구 삼진. 이정후는 깔끔하게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3루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두 번째 타석부터는 달랐다. 볼과 스트라이크를 신중하게 골라내려는 자세가 돋보였다.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2루 두 번째 타석. 이정후는 다르빗슈를 상대로 3구까지 모두 볼을 골라냈다. 모두 바깥쪽이었다. 4구째 93.1마일 직구와 5구 77.5마일 커브 모두 바깥쪽 스트라이크존에 걸쳐 풀카운트가 됐다. 6구째 93마일 싱커가 한복판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정후는 힘차게 잡아당겼다. 타구는 빨랫줄처럼 날아가다 1루수 제이스 크로넨워스의 미트에 걸렸다. 타구 속도 100.4마일로 하드 히트(95마일 이상)였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첫 인플레이가 잘 맞힌 라인드라이브였다.

이정후가 5회 중전안타를 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정후가 3회 1루쪽으로 강습타구를 날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1-0으로 앞선 5회초,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첫 안타를 뽑아낸다. 2사 주자없는 가운데 이정후는 이번에도 다르빗슈와 풀카운트 접전을 벌였다. 4구까지 다르빗슈의 변화구가 들쭉날쭉했다. 5구째 백도어 슬라이더가 몸쪽으로 떨어지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아 풀카운트가 됐다.

6구째 94.8마일 직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들자 중견수 쪽으로 받아쳤다. 타구 속도 99.9마일의 라인드라이브는 중견수 잭슨 메릴 앞에 떨어졌다. 메릴이 앞으로 달려나오며 캐치 모션을 취했지만, 다이빙을 해도 잡기는 무리였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안타를 인지한 맷 윌리엄스 3루코치가 샌디에이고 3루수로부터 공을 받아 더그아웃에 전달했다. KIA 타이거즈 감독을 지낸 그 윌리엄스다. 아버지 이종범 전 코치가 관중석에서 박수치는 모습도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맷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3루코치가 이정후의 데뷔 안타 공을 받아 더그아웃으로 건네고 있다. 사진=MLB.TV 캡처

하지만 첫 안타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호르헤 솔레어 타석에서 다르비슛의 전광석화 같은 견제에 걸려 아웃됐다. 리드 폭이 큰 상황에서 스타트를 끊는 순간 상대 배터리에 간파당한 듯했다. 급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다르빗슈에 걸렸다. 안타를 실제 쳤는지 느낄 시간도 없었다.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그러나 이정후는 7회 타점을 올리며 아쉬움을 달랬다. 2-2 동점 상황에서 1사 1,3루. 샌디에이고가 우완 쟈니 브리토를 내리고 일본인 좌완 마쓰이 유키를 올렸다.

초구 파울팁, 2구 스트라이크, 3구 폭투로 볼카운트 1B2S에 1사 2,3루가 됐다. 4구째 원바운드 스플리터에 이어 5구째 92마일 포심 직구가 가운데 높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이정후가 힘차게 받아쳐 외야로 날렸다. 크게 포물선을 그린 타구는 중견수 잭슨을 향해 날아갔다. 적당한 거리의 플라이로 3루주자 마이클 콘포토는 충분히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3-2의 역전 리드를 잡는 희생플라이. 그러나 2루주자 아메드가 3루를 욕심내다 런다운에 걸려 샌프란시스코는 더이상 찬스를 이어가지 못했고, 결국 4대6으로 재역전패를 당했다.

감격적인 안타와 허무한 견제사, 짜릿한 역전 희생플라이. 이정후에게는 정신없는 데뷔전이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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