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신혼여행서도 나일론 공부…해외 출장서 전철 애용했던 조석래

2024. 3. 29.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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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별세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생전 기술에 대한 집념이 상당했다.

신혼여행지에서도 조 명예회장은 직원들과 기술에 대한 논의를 했다.

조 명예회장은 2000년 1월 신입사원 특강 때 "여성들이 결혼을 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그동안 열심히 교육을 받아 습득한 기술을 갖고 그냥 나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손해"라며 "우리 경제를 크게 만들고 발전 시키기 우해서는 여성 취업인구를 늘려서 그들이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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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명예회장 기술에 대한 집념 강해
“안 되는 이유 백 가지 아닌 되는 이유 한 가지 중시”
해외 출장 때는 수행원 없이 혼자 이동
1976년 효성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조석래 명예회장이 직원들이 태워준 목마에 올라 환하게 웃는 모습 [효성 제공]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세계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며, 연구 부문에서는 독자 기술을 개발해 경쟁력의 바탕으로 삼아야 한다.”(2001년 12월 올해의 효성인상 시상식에서 조석래 효성 회장)

29일 별세한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은 생전 기술에 대한 집념이 상당했다. 직원들에게도 기술, 혁신을 수차례 강조할 정도다. 남들보다 앞선 기술을 지녀야만 시장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1년 12월 올해의 효성인상 시상식에서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영업 일선에서는 가장 먼저 고객에게 달려가 그들의 소리를 듣고 고객 수요를 만족시켜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 명예회장은 본인부터 기술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노력했다. 일본 와세다대 공대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공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조 명예회장이 공부했을 당시인 1950년대 뷰유한 집안의 자제들이 공학을 배우는 건 극히 드문 일이었다.

기술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다. 결혼식 후 신혼여행을 이탈리아 포를리라는 곳으로 갔다. 이 지역은 효성 전신인 동양나이론 기술자들이 나일론 생산기술을 익히기 위해 연수를 받고 있던 곳이었다. 신혼여행지에서도 조 명예회장은 직원들과 기술에 대한 논의를 했다.

조석래(앞줄 오른쪽) 효성 명예회장이 2004년 중국 타이어코드 공장을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효성 제공]

효성이 합성수지인 폴리프로필렌 사업에 성공한 것도 조 명예회장의 공이 크다. 효성은 1980년대 폴리프로필렌 사업에 도전했다. 당시 참모진들은 사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졌다. 새 사업에 대한 기술적 기반이 약했기 때문이다. 주변의 만류에도 조 명예회장은 “‘안되는 이유 백 가지’보다 ‘되는 이유 한 가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효성은 경쟁사보다 앞서기 위해 탈수소 공법 개발을 진행했다. 탈수소 공법은 프로판 가스에서 프로필렌을 뽑아내는 것이다. 난도가 높고 당시 시장에서 상용화되지 않은 기술이라 리스크가 컸지만 조 명예회장은 용단을 내렸다. 그 결과 효성은 국내 최초로 탈수소 공법을 상용화, 폴리프로필렌 사업의 성공을 이뤘다.

해외 출장을 갈 때는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니는 등 소탈하기도 했다. 과거 일본 출장 때는 자동차를 고집하지 않고 전철을 이용했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 만큼 전철 이용에 개의치 않았던 것이었다. 정철 전 효성물산 전무는 “홍콩 주재원 당시 경비실에서 ‘미스터 조’라는 분이 찾아왔다는 연락이 와서 내려가 보니 조 명예회장이 가방을 들고 혼자 서 있었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사용하던 집무실 사진. [효성 제공]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 재임 시절(2007~2011년)에는 한국 경제 발전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2007년 4월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간담회 때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망설이는 것은 규제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못 속 물고기 떼에 조약돌 하나만 던지면 고기들은 어디론가 사라진다”며 “돈은 물고기와 같다. 조금만 불안해도 투자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찌감치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2007년 3월 전경련 회장 취임 당시 “우리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사를 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리 경제계는 윤리경영과 상생경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해 나가는 동시에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인력 확대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조 명예회장은 2000년 1월 신입사원 특강 때 “여성들이 결혼을 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그동안 열심히 교육을 받아 습득한 기술을 갖고 그냥 나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손해”라며 “우리 경제를 크게 만들고 발전 시키기 우해서는 여성 취업인구를 늘려서 그들이 활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eongda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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