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생활비에 주식도 줄게" 세계 골프투어 선수 쟁탈전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3. 29.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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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에 톱랭커 빼앗기자
PGA, 1조원대 주식 배분
신인 선수에겐 7억씩 지원
유럽·미국·亞 등서 열리는
DP월드투어는 2억씩 지급
KPGA는 유럽 직행 등 혜택
스코티 셰플러 AF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가 유망주들이 리브(LIV) 골프로 이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인 선수 1명에게 특별 지원금으로 50만달러(약 6억7500만원)를 지급하는 회유책을 전격 도입했다. PGA 투어 엔터프라이즈 9억3000만달러(약 1조2500억원)의 주식을 193명에게 분배하고, DP월드투어가 15만달러의 생활금을 지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이처럼 2022년 6월 LIV 골프 창설 이후 전 세계 주요 프로골프 투어가 선수 친화적인 제도를 쏟아내고 있다. 각 투어의 경쟁력이 선수들의 경기력으로 결정되는 만큼 실력이 뛰어난 프로골퍼들을 모시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PGA 투어가 기존 선수들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선보인 가운데 최근 가장 주목받은 건 신인 선수 특별 지원금이다. PGA 투어의 미래가 신인 선수들에게 걸려 있는 만큼 경비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새 무대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최소 연봉을 보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PGA 투어는 신인 선수들만 전담하는 플레이어 컨설턴트를 따로 고용해 골프장 밖에서의 생활까지 돕고 있다. 신인 선수 특별 지원금의 효과였을까. 29일 개막한 텍사스 칠드런 휴스턴 오픈에 앞서 열린 특급대회를 제외한 6개의 일반 대회에서 신인 선수 제이크 냅(미국)과 마티외 파봉(프랑스)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총상금 2500만달러를 놓고 컷 탈락 없이 54홀로 진행되는 LIV 골프는 그동안 톱랭커들을 영입하기 위해 막대한 돈을 투자해왔다. 욘 람(스페인)과 캐머런 스미스(호주),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등 몇몇 선수에겐 적게는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의 계약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LIV 골프에서는 꼴찌를 해도 6000만원의 상금을 받는 만큼 PGA 투어와 DP월드투어는 시즌 총상금의 규모를 키우는 데 각별히 공을 들였다. 단일제로 일정을 변경한 PGA 투어는 총상금 2000만달러의 특급대회 8개를 신설했다. 여기에 지원금과 같은 다양한 제도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돈이 돌아가게 했다.

PGA 투어는 지난 2월 투자 컨소시엄 SSG에서 투자받은 30억달러로 설립하는 영리법인 PGA 투어 엔터프라이즈의 주식 9억3000만달러를 내년에 선수 193명에게 분배한다고 밝혔다.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차등 분배한다고 공개한 가운데 1그룹에 이름을 올리는 36명은 전체 주식의 80%에 해당하는 7억5000만달러를 나눠 갖게 된다. 1그룹에 속한 선수 1명당 2083만달러(약 280억8000만원)에 달하는 주식을 받는 것이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최근 남자골프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와 함께 임성재·김주형·김시우가 1그룹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구글 검색량과 글로벌 미디어 노출 정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언급 빈도 등을 수치로 매겨 1억달러를 순위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PIP 보너스도 있다. 그동안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이 1위를 차지해 거액의 보너스를 수령했다.

PGA 투어 출전권이 없는 선수들을 위한 제도도 신설됐다. 직전 시즌 페덱스컵 랭킹 125위 이내에 들지 못해 정규투어 출전권이 없는 선수들을 위해서는 컷 탈락 위로금을 만들었다. 이 조건에 해당하는 선수가 컷 탈락했을 때 PGA 투어는 5000달러(약 674만원)를 지급한다.

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한 선수는 "상위권과 하위권 선수들을 모두 잡기 위해 2년 전부터 정말 다양한 제도가 만들어졌다"며 "가장 반응이 좋은 건 신인 선수들을 위해 만든 50만달러 지원금이다. 최근 PGA 투어에서 곧바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신인 선수가 많은데 경제적 부담감을 줄여준 것이 큰 역할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DP월드투어에서는 지난해부터 15만달러(약 2억원)의 투어 생활 지원금이 운영되고 있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 등 전 세계를 다니며 투어 생활을 하는 DP월드투어인 만큼 선수들 만족도가 엄청나다.

DP월드투어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한 선수는 "PGA 투어와 다르게 DP월드투어는 매 대회가 거의 다른 나라에서 열려 경비가 많이 든다. 지난해에는 교통비만 1억원 가까이 사용했다"며 "한 시즌 15개 대회 이상을 치르면 15만달러를 받는데 선수들에게는 최고의 제도"라고 말했다.

PGA 투어와 LIV 골프의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면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아시안투어 등에도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PGA 투어, DP월드투어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KPGA 투어는 지난해부터 제네시스 대상 1위에게 DP월드투어 출전권과 함께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전에 직행하는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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