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도 괜찮아” vs “신동욱에 기울어”… ‘보수 텃밭’ 서초을 민심 팽팽 [심층기획-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김승환 2024. 3. 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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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을 홍익표 vs 신동욱
역대선거 ‘보수 텃밭’ 입증됐지만
洪 “실제 바닥선 많은 변화 있어”
申 “더 낮은 자세로 섬기고 겸손”
“둘 다 좋은데….”

4·10 총선을 2주도 남겨놓지 않은 29일 서울 서초동 무지개쇼핑센타에서 27년째 옷수선 가게를 운영 중인 여성 오모씨는 서초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후보와 국민의힘 신동욱 후보 중 지지 후보가 있냐는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더니 “그래도 이제 신 후보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오씨는 “홍 후보도 직접 인사했는데 그분도 괜찮았어요, 민주당에선”이라며 말을 아꼈다.

세계일보가 이날 만난 서초을 유권자 중 많은 경우가 오씨처럼 홍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면서도 신 후보 지지 의사를 표하는 모습이었다. ‘보수 텃밭’인 강남 3구에 속한 서초을은 민주당엔 험지 중 험지로 꼽힌다. 1988년 선거구 신설 이후 총 9번 총선에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전패한 곳이기도 하다.

이런 서초을이 총선을 앞두고 이목을 끄는 건 홍 후보 때문이다. 현직 민주당 원내대표인 홍 후보는 2022년 7월 서초을 지역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리 3선(19·20·21대)을 지낸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를 포기한 셈이다. 홍 후보는 당시 “국민의힘이 호남 공략에 힘쓰는 가운데 중진으로서 당 지지세력 확장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왔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서초을의 ‘보수 불패’ 기조가 여전히 유지되는 양상이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는 여론조사에서도 홍 후보는 신 후보와 오차범위 밖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HCN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23∼24일 진행한 조사에서도 신 후보 지지율이 50.5%, 홍 후보는 40.3%로 집계됐다.
많은 주민이 정부 지원을 위한 투표가 필요하단 생각을 드러냈다. 오씨는 홍 후보 개인은 괜찮다면서도 “내가 정치를 잘 모르지만 무엇이든 50대 50으로 갔으면 좋겠다. 한 쪽으로만 기울면 대통령이 일을 할 수가 없게 만들려고 하는 거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세탁소를 21년째 운영 중인 70대 초반 김모씨 또한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똑같다. 지금 공약 남발하고 사탕발림 같은 말만 하니까 아주 식상하다”면서도 “그래도 잘했든 못했든 집권여당이 일을 할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서울 서초을 후보(오른쪽)가 최근 지역구 내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주민에게 인사하고 있다. 신동욱 후보 캠프 제공
국민의힘이 홍 후보에 맞서 배치한 TV조선 앵커 출신 신 후보 개인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주민도 꽤 있었다. 김씨 같은 경우도 신 후보에 대해 “자세히는 모르지만 일단 좀 신선한 느낌이 들어요. 여기도 몇 번 오셔서 봤는데, 괜찮아요. 일단 때가 안 묻었으니까”라고 말했다. 신 후보는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영입한 인재다.
20·30대 유권자 중 일부는 홍 후보에 대한 호감을 드러냈다. 서초구에 1년째 거주 중이라는 30대 직장인 차모씨는 “홍 후보가 불리한 싸움이라도 해보겠다고 온 건데 그 도전하는 태도만큼은 좋게 보이는 것 같다”며 “이번 선거는 몰라도 홍 후보가 23대, 24대에 꾸준히 나온다면 그때는 확실히 찍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서울 서초을 후보(왼쪽)가 지난 27일 지역 주민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홍익표 후보 캠프 제공
이런 가운데 홍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서초을 밑바닥 표심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는 우면산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열린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에서 기자를 만나 “선거에 왕도가 없다. 열심히 해서 주민들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있고, 실제 바닥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다”며 “현재 판세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 후보는 서초을 출마에 대해서도 “희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초의 승리가 우리 민주당도 바꿀 수 있고 대한민국 정치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후보 또한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이날 “서초을이 전통적으로 보수 강세 지역이 맞지만 최근 국민들이 양당에 느끼는 피로감과 실망감이 극에 달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일수록 더 낮은 자세로 섬기고 겸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 후보는 홍 후보와 비교해 선거 준비 기간이 짧았던 점을 언급하며 “지역 주민 한 분이라도 더 만나뵙고 인사드려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으로 밤낮으로 골목골목을 열심히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우석·김승환·조병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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