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에겐 쓰라린,아들에게는 역사가···이종범-이정후 부자에게 특별한 장소가 된 펫코파크

윤은용 기자 2024. 3. 2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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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9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메이저리그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5회초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USA투데이스포츠연합뉴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가 터지는 순간 기뻐하는 이종범. 샌프란시스코 엑스(구 트위터) 영상 캡처



‘바람의 아들’은 2006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일본과의 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전에서 2루타로 WBC 7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1~2라운드에서 일본을 연파하고도 이상한 대진 탓에 또 4강에서 일본을 만났던 한국은 무기력하게 0-6의 쓰라린 패배를 당했다. 초대 대회 우승을 갈망했지만, 그렇게 도전은 끝났다.

그로부터 18년이 흐른 2024년 3월, 일본에 당했던 아버지의 아픈 추억을 아들인 ‘바람의 손자’가 일본 투수들을 상대로 깨끗하게 갚았다. 바로 이종범-이정후(샌프란시스코) 부자 이야기다.

이정후는 29일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3타수1안타 1타점으로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했다.

이날 경기는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정후가 상대한 투수들은 모두 일본인 투수들이었다.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샌디에이고의 일본인 선발 투수 다르빗슈 유를 상대했다. 이정후는 지난해 3월 WBC에서 다르빗슈를 상대로 2타수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이 대패를 당하며 웃지 못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나 미국에서 다시 격돌한 둘의 첫 대결은 다르빗슈가 3구 삼진을 잡아내는 것으로 시작됐다. 3회초 두 번째 대결도 풀카운트 승부 끝에 1루수 라인드라이브를 유도한 다르빗슈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5회초 세 번째 대결에서는 이정후가 마침내 이겼다. 이번에도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고, 다르빗슈는 결정구로 싱커를 선택했지만 다소 높게 들어왔다. 이를 이정후가 힘껏 받아쳐 중견수 앞으로 가는 안타를 때렸다. 이정후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였다.

이정후의 안타가 나오는 순간, 아버지 이종범도 기뻐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은 이정후의 첫 안타 영상과 함께 한글로 ‘메이저리그 첫 안타’라고 소개하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영상에서는 관중석에서 지인들과 함께 이정후의 경기를 관전하던 아버지 이종범이 안타 후 자리에서 일어나 아들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며 지인들에게 축하받는 장면이 시선을 끌었다.

이정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7회초 1사 1·3루 찬스에서 이정후가 타석에 들어서자 샌디에이고는 스토브리그에 영입한 일본인 왼손 투수 마쓰이 유키를 마운드에 올렸다. 이정후는 볼카운트 0-2에 몰려 위기를 맞았지만, 이후 마쓰이가 폭투를 범하며 상황이 1사 2·3루가 됐고, 볼카운트 2-2에서 높게 들어온 92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받아쳐 중견수 방면으로 가는 희생플라이를 작렬, 팀에 3-2 역전을 안겼다.

이날 샌프란시스코가 샌디에이고에 4-6으로 재역전패하며 이정후가 끝까지 웃지는 못했지만, 일본인 투수들을 상대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신고한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펫코파크는 그렇게 아버지에게는 아픈 추억을, 아들에게는 역사를 안긴 장소가 됐다. 하지만 이날 아들의 활약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이종범의 펫코 파크에서의 아픈 추억은, 아들이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올린 추억으로 바꼈을 것으로 보인다.

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29일 미국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의 메이저리그 미국 본토 개막전에서 7회초 희생플라이로 자신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타점을 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 AFP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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