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민희 “아기 설사때 양귀비 끓여 먹여” 마약류관리법 위반 의혹

김경필 기자 2024. 3. 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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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희 경기 남양주시 갑 후보
‘자연 출산·육아’ 주장 책 보니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경기 남양주시 갑 국회의원 후보. /뉴스1

“아이에게 양귀비 삶은 물을 먹이니 곱똥(대장염 등에 걸렸을 때 나오는 대변)이 멎었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경기 남양주시 갑 후보가 임신·출산·육아와 관련해 이른바 ‘자연 건강법’을 권하기 위해 썼다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아편의 원료가 되는 성분이 있는 양귀비는 식용 목적으로 소지하는 행위 자체가 마약류관리법에 의해 금지돼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가능하다.

최 후보는 이 책에서 “어머니는 ‘나는 아이를 위한 도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불임은 잘못된 생활의 결과다” “우유를 먹고 큰 아이들은 성질이 난폭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첫 사흘은 굶기고, 100분 동안은 발가벗겨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회의원 후보의 ‘20만 부 베스트셀러’

이런 구절들이 나오는 책은 최 후보가 2001년 펴낸 ‘황금빛 똥을 누는 아기’라는 책이다. 최 후보 측은 여러 매체에 인터뷰나 기고를 하면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고 홍보해 왔다. 지난해 국회도서관이 펴낸 정기간행물 ‘월간 국회도서관’에는 이 책이 “20만 부를 찍은 베스트셀러”라고 소개되기도 했다.

29일 본지가 입수한 이 책의 최신판(2007년 개정판)에 따르면, 최 후보는 배탈이 난 자녀에게 양귀비를 먹인 경험을 밝혔다. 최 후보는 둘째 자녀가 생후 한 달이 갓 지났을 때 당근즙을 먹였다가 자녀에게 배탈이 났고, 자녀가 하루에 여덟 번씩 설사를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그는 “아이를 관장시키고 죽염물을 만들어 먹였”으며 “양귀비 대를 조금 넣어 삶은 물을 먹이니 곱똥이 멎었다”고 했다.

이런 요법은 최 후보가 이 책에서 주장한 “신토불이 생활법”에 따른 것이다. 최 후보는 “태어난 순간부터 자연법(신토불이 생활법)에 따라 키우면 아이는 건강하게 자란다”고 했다. 그는 현대의 육아법이 “서양민족의 육아법”이라며, “우리 민족의 잉태, 태교, 출산, 육아법은 우리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나는 아이를 위한 도구’라 생각하라”

최 후보는 잉태 단계에서부터 특정한 방법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연의 소리가 들리는 새벽에 잉태한 아이가 똑똑하다”며 “합방하는 장소도 가능하면 자연의 새소리, 물소리, 바람 소리가 어우러진 곳을 택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시끄러운 도심이나 환락적인 장소에서 아이를 갖게 되면 아이의 기억장치 속에 그런 분위기가 모두 전달된다고 한다”고도 했다. 태아 성별도 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들을 낳고 싶은 경우에는 어머니 배란일을 전후하여 3~4일간 아버지는 야채 죽을 먹어 영양을 낮추고, 딸을 낳고 싶은 경우에는 배란기 전후로 어머니의 영양섭취를 줄이면 된다”는 것이다.

최 후보는 아기를 갖는 여성들이 “잉태가 되면 그 순간부터 ‘나는 아이를 위한 도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일 어머니의 사회활동이 구체적으로 계획되어 있다면 잉태 계획은 세우지 않는 것이 좋다”고도 했다. “어머니의 사소한 생각이나 느낌 하나하나까지 모두 아이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사회활동을 하면서 아기를 거추장스럽다고 느끼면 아기가 부정적인 성격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임신부들의 태교를 위해 서양 고전음악을 듣거나 종교 경전을 읽는 것에 대해선 “무엇이든 서양식을 따라간다고 해서 한민족이 서양민족이 되는 일은 결코 불가능하며 그래서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후보는 “우리에게도 ‘천부경’, ‘삼일신고’, ‘참전계경’을 비롯해 마음 다스리기에 좋은 책들이 있다”고 했다. 대종교 경전들이다.

최 후보는 임신부의 섭식에 대해서도 ‘자연적’인 방법을 강조했다. 그는 “채소에는 금·목·수·화·토(金木水火土) 오행과 산·함·신·감·고(酸醎辛甘苦) 오미,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 오색의 기가 들어 있다”며 “어머니가 채소를 많이 먹게 되면 아기도 따라서 자연의 기와 생명력으로 충만하게 된다”고 했다. 물은 반드시 정화해 마셔야 한다며, 옹기 항아리에 수돗물을 담고 맥반석이나 숯, 볶은 소금을 넣은 뒤 소쿠리로 항아리를 덮어두고 하룻밤 둔 뒤 다음날 아침부터 조심스럽게 떠먹으라고 권했다. 입덧 방지를 위해선 방에 ‘8′자형을 그려놓고 글자를 따라 네 발로 기어다니는 운동을 권했고, 감기에 걸렸을 땐 겨자로 온몸을 찜질하라고 했다.

◇각종 소아 질환은 ‘제왕절개’ 때문

최 후보는 제왕절개 수술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봤다. 그는 “최근 아토피성 피부병부터 각종 암, 소아 당뇨, 간질을 비롯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어린 환자들이 많다”며 “(이런) 환자들 가운데 자연분만으로 낳은 아이들보다 제왕절개로 낳은 아이들이 더 많다”고 주장했다. 또 “(제왕절개 후) 탯줄을 끊기 전에 마취제가 아기의 몸에 흘러들어 가면 그 후유증으로 아기는 갖가지 신체 이상을 겪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출산 시 의사가 특정한 의료 도구를 써서도 안 된다고 했다. “겸자나 흡입기에 의지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겸자나 흡입기 사용은 간질을 비롯한 뇌 이상의 한 원인이 된다”고 했다.

◇’아기는 100분간 나체로 노출시켜라’

최 후보는 아기가 태어나면 죽염을 탄 물로 아이의 눈과 귀, 콧구멍, 입과 항문을 닦으라고 권했다. 또 “출산 후 어머니 젖이 돌기까지는 꼭 사흘이 걸린다”며 “어머니 젖이 돌기 전, 태어나서 첫 3일은 하늘이 정한 자연 단식 기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기간에 아기를 굶기고 보리차와 죽염만 먹이라고 했다. 그래야 아기가 ‘태변’(태아 시절부터 묵은 변)을 온전히 배설한다는 것이다.

또 아기 심장 안에 있는 구멍인 ‘난원공’ 때문에 ‘깨끗한 피’와 ‘더러운 피’가 섞이고 산소 공급이 잘 되지 않는다며, 아기를 100분 동안 나체로 두어 공기 중에 노출시키라고 권했다. 그러면 아기에게 산소가 공급돼 아기의 피가 정화된다는 것이다.

최 후보는 이런 ‘100분 나체요법’이 가족이나 의료진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병원에서 (100분 나체요법) 각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면서도 “이미 요법을 실시한 어머니들은 아기의 경과가 순조로워 아무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했다. 또 “한겨울에 이 요법을 하면 처음에 아이는 새파랗게 질리다가 보라색으로 변하는데, 걱정할 일이 아니므로 놀라지 않도록 한다”고도 했다.

아기에게는 모유 수유를 하면서 동시에 생수와 보리차 또는 감잎차, 오곡조청을 먹이고, 입 안은 죽염수로 씻기라고 했다. “우유를 먹고 자라면 인성, 체형이 바뀐다”고도 했다. 그는 “나날이 심해지는 청소년 범죄의 근본 원인 가운데 하나는 잘못된 먹을거리 문화”라며 “송아지의 먹을거리(우유)를 먹고 큰 세대의 아이들, 가공식(분유)을 먹고 큰 아이들은 성질이 난폭하다”고 했다.

◇“유산은 부모가 몸 관리 잘못한 대가”

최 후보는 이 책에서 난임과 유산, 임신 중절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불임은 잘못된 생활의 결과”라며, 남성 난임은 “부모의 호르몬제 복용에 의한 어린 시절 잘못된 육아의 결과”라고 했고, 여성 난임은 “꽉 조이는 옷으로 인한 자궁 폐쇄에 따른 노폐물 정체” 때문이라고 했다. 또 “고층 아파트에 사는 젊은이들 사이에 불임 부부가 많아지고 있다”며 “본디 사람은 그 마을의 나무 높이 이상 올라가서 살면 안 된다. 높이 올라가면 갈수록 땅의 기운과 멀어지고, 산소도 부족해지기 때문에 정서불안에 시달릴 우려도 있다”고 했다.

최 후보는 자연유산은 두 가지 원인으로 벌어진다며, 첫째로 “태아가 기형일 때 종족 보존을 위해”, 둘째로 “태아가 모체에 계속 있을 경우 모체의 생명이 위독하다고 판단될 때 모체를 보호하기 위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아버지가 몸 관리를 잘못한 대가를 아기가 대신 치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인공유산에 대해선 “생물체로서의 태아는 감각적으로 모체의 자궁 속에 여기저기 남아 있는 상흔을 감지한다”며 “다음에 들어선 태아는 ‘어쩌면 내 어머니는 언제든 나를 죽여 버릴지 몰라’ 하며 떨게 된다. 태아의 편안한 쉼터여야 할 자궁이 ‘사형장’이 되어 버리는 순간이다”라고 했다. 이어 “불안을 느끼며 자란 태아는 태어난 후에도 정서적인 안정을 갖지 못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후보는 인공유산으로 이어지지 않기 위한 ‘자연 피임법’을 소개했다. 성관계 후 매실 농축액으로 몸을 씻고, 똑바로 누운 채 아랫배를 두드려 주라는 것이 그의 처방이다.

최 후보는 이 책에서 내세운 주장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의학적·과학적 근거들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본지는 최 후보 측에 ‘이 책을 썼을 때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는지’와 ‘이 책의 내용이 입법에 반영될 여지가 있는지’ 등을 문의했다.

최 후보는 “20년 전 일이고, 고(故) 장두석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그 책을 쓰게 됐다”며 “세세한 에피소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워낙 그쪽 분야의 일을 하지 않은 지 오래되기도 했다”고 했다. 장두석 선생은 단식수련원인 ‘민족생활학교’ 설립자다. 최 후보는 또 “2012년 19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뒤 4년 내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만 활동했다”며 “보건복지위원회에 갈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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