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가 北무기 범죄현장 CCTV 부순셈"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2024. 3. 29. 1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북제재 패널 연장부결 파문
'우크라전 무기필요' 러 거부에
감시기관 15년만 사실상 해체
美 "한반도 평화 심각한 우려"
유엔 "안보리 제재는 계속"
28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지아 주유엔 대사가 안보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하는 전문가 패널의 임기 연장이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부결됐다. 대북 제재 이행에 대해 공신력을 가지고 모니터링하고 보고서를 발행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관이 15년 만에 해체되면서 북한이 핵 등 대량 살상 무기 개발에 더 매진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졌다. 미국은 러시아가 북한에서의 불법적인 무기 수입을 덮기 위해 거부권을 행사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유엔 안보리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유엔 본부에서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 임기 연장 결의안을 표결한 결과 찬성 13개국, 반대 1개국(러시아), 기권 1개국(중국)으로 부결됐다.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하려면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5개 상임이사국(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중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대북 제재가 도입된 지 오래됐기 때문에 이번에 제재 내용을 수정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점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를 북한에서 대량으로 들여오면서 '눈엣가시'인 대북 제재 전문가 패널을 해체한 것으로 분석한다. 유엔 안보리는 2006년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대북 제재 결의를 통해 북한 무기에 대한 무역 거래 금지를 결정했다.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를 들여오는 것은 법적 구속력 있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미국 등 서방은 이번 부결 결과를 초래한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의 무모한 행동은 미국과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여러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응하기 위해 부과한 매우 중요한 제재를 더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불법적인 전쟁에 사용하기 위한 무기를 (북한에서) 수입하는 등 한동안 대북 제재를 위반해왔다"며 "북·러 군사 협력 심화는 한반도의 평화·안정 유지에 관심이 있는 모든 국가가 매우 우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황준국 주유엔대한민국대표부 대사는 표결 직후 "이번 결정은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이 진척되고 있는 상황에서 내려진 터무니없고 충격적인 일"이라며 "이는 마치 범죄를 저지르는 상황에서 CCTV를 파손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전문가 패널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설치됐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북한 제재 조치 이행과 관련한 정보를 유엔 회원국 등에서 수집해 조사·분석하고, 매년 2회 대북 제재 이행에 관한 보고서를 제재위원회에 제출해왔다. 이달 발간된 연례 패널 보고서에는 러시아가 대북 제재를 위반해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한 정황이 사진과 함께 구체적으로 담겼다. 그러나 이번에 패널 임기 연장안이 부결되면 임기는 오는 4월 30일로 종료된다. 유엔은 안보리 대북제재위 산하 전문가 패널이 활동을 종료하게 된 것에 대해 "대북제재위는 지속되며 제재 체제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안보리 이사국과 대북제재위 구성원 국가들은 대북 제재를 포함한 모든 안보리 제재를 지속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 외교부도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고 "유엔의 대북 제재 이행 모니터링 기능이 더욱 강화돼야 할 시점에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안보리 이사국의 전체 뜻에 역행하면서 스스로 옹호해온 유엔의 제재 레짐(체제)과 안보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크게 훼손시키는 무책임한 행동을 택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권표를 던진 겅솽 주유엔중국대표부 부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 표결 이후 연설에서 "러시아의 대북 제재 제안을 적극 지지해왔지만 러시아 측 의견은 채택되지 않았다"고 기권 이유를 밝혔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