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해직’ 주도 김백, YTN 사장 선임…“명품백 비호 인정받아”

박강수 기자 2024. 3. 29. 17:2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9일 YTN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물갈이
김백 복귀에 구성원 반발 “흙탕물 안돼”
언론노조 등 90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이 29일 와이티엔 사옥 앞에서 김백 사장 선임에 대한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2008년 와이티엔(YTN)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의 책임자인 김백 전 상무가 퇴임 8년 만에 와이티엔 사장으로 복귀했다. 와이티엔은 29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 유진이엔티(유진그룹의 특수목적법인)가 제안한 이사들로 이사진을 물갈이한 뒤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김백 이사를 사장으로 선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 등 내부 구성원과 언론·시민단체는 “‘권력의 나팔수’ 김백 퇴출 운동에 나설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와이티엔은 이날 오전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안을 가결했다. 김백 전 상무와 김원배 전 와이티엔 기자가 사내이사로, 마동훈 고려대 교수,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이연주 창의공학연구원 부원장이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김진구 유진기업 부사장 겸 유진이엔티 대표는 비상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6명은 모두 유진이엔티가 제안한 이사들이다. 기존 이사회에서는 조성인 이사가 유일하게 재선임됐고, 와이티엔 사내이사인 우장균 사장과 김용섭 상무는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이어 이날 오후 새 이사회가 김백 이사를 사장으로, 김원배 이사를 전무로 선임하면서, 유진그룹은 와이티엔 경영진 교체 작업을 마쳤다. 유진이엔티는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로부터 최다액출자자 자격을 승인 받은 뒤 한전케이디엔(KDN)과 한국마사회에 지분 인수 대금을 완납해 와이티엔 최대주주(30.95%)가 됐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 추천 상임위원 ‘2인 체제’로 의결을 강행한 방통위에 ‘불법의결, 졸속심사’ 지적이 쏟아졌으나, 이미 민영화된 ‘준공영방송’ 와이티엔의 소유구조는 돌이킬 수 없게 됐다.

29일 우리사주조합 소속으로 주주총회에 참여한 와이티엔 직원들이 김백 등 이사 선임 안건 표결에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여기에 김백 전 상무가 사장으로 복귀하면서 와이티엔 민영화는 ‘정·경이 유착한 언론장악’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이다. 김 사장은 2008년 당시 경영기획실장으로 배석규 당시 전무와 함께 대량 해직을 주도한 인물이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특보 출신인 구본홍씨가 와이티엔 사장으로 내정되자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였던 노조 전·현직 간부 6명을 해고했고, 6명 정직, 8명 감봉, 11명 경고 등 33명을 징계했다. 이 사건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초의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로 기록됐다.

김백 사장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보도국장, 상무이사로 승승장구했고, 이 시기 와이티엔에서는 보도 검열, 노조 탄압이 빈발했다. 지난 2019년 와이티엔 바로 세우기 및 미래발전위원회가 발표한 백서를 보면, 김 사장은 당시 경찰의 쌍용차 해고노동자 분향소 설치 저지 내용을 담은 ‘돌발영상’ 아이템을 질책했고, 이후 돌발영상은 폐지됐다. 김 사장은 2016년 와이티엔을 떠났고, 2022년 극우 성향의 언론 단체인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

이날 주총에서는 김백 사장 복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빗발쳤다. 나연수 와이티엔 우리사주조합장은 “와이티엔을 가장 사랑하는 직원들이 눈물 흘리고 있다. 전체 75%의 언론노조 조합원이 의욕을 잃은 채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데, 사람이 기반인 회사에서 어떻게 흑자 전환이 가능하겠나”라고 말했다. 한 직원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민영방송이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새 부대에는 새 술을 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김백이라는 흙탕물을 넣는 것은 정말 안 되는 일이다”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와이티엔(YTN)지부 조합원들이 29일 서울 와이티엔 사옥 로비에서 ‘김백 사장 선임’에 반대하는 피케팅 시위를 하고 있다. 바로 뒷편에서는 언론노조에 반대하는 와이티엔방송노조 조합원들이 ‘우장균 사장 사퇴’를 주장하는 맞불 시위를 했다. 우장균 와이티엔 사장은 이미 사의를 밝혔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90개 언론·시민단체로 구성된 언론장악저지공동행동은 이날 와이티엔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백씨는 (유튜브 등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비과학적이라고 치부하고, 김건희씨의 디올백 수수 보도를 언론의 스토킹이라며 ‘용산’을 비호했다”며 “그 공을 인정받아 사장이 됐으니 와이티엔을 공언련 유튜브 방송처럼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김백 퇴진은 물론 부적격 자본 유진그룹 퇴출 투쟁에도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와이티엔은 주주총회 전날인 28일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진행자인 박지훈 변호사에 하차를 통보하고 후임으로 극우 성향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배승희 변호사를 내정했다. 이에 언론노조 와이티엔지부는 성명을 내어 “청취율 1위 프로의 진행자에게 하루 전에 하차를 통보하고, 라디오 편성 전 거쳐야 하는 편성위원회도 무시하면서 국민의힘 주변을 기웃거리던 극우 유튜버를 앉혔다”며 “와이티엔 라디오를 ‘땡윤방송’으로 만들라는 지시를 이행 중인가”라고 비판했다.

유진이엔티 관계자는 김백 사장 임명 배경 등에 대한 한겨레 서면 질의에 “사내 이사 두 분(김백, 김원배)은 방송 분야 전문경영인으로, 와이티엔의 시청률 등 경쟁력 하락을 타개하고, 방송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보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