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최고대표 "가자지구 기아, 전쟁범죄 해당할 수도"

▲ 가자지구 어린이들

폴커 투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기아가 전쟁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투르크 대표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BBC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내 구호품 반입을 제한하고 있는 데 대해,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것을 하는 데 며칠이 걸릴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가자지구가 위급한 상황임에도 이스라엘이 구호품 반입과 관련해 온갖 불합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그런 측면에서 "기아가 전쟁 무기이거나 전쟁 무기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타당한 주장이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투르크 대표는 만약 의도가 증명된다면 이는 전쟁범죄에 해당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구호품 운송을 늦추거나 보류하고 있다는 증거가 드러났다고 공개했습니다.

"나의 동료들 모두 그곳에 불필요한 요식 행위가 많다고 말한다. 그곳에는 장애물과 방해 요인이 있다"면서 이는 이스라엘의 책임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전쟁범죄를 규율하는 상설법정인 국제형사재판소(ICC)는 "구호물자를 고의로 막는 것"을 무력 분쟁과 관련한 국제인도법(전쟁법) 위반으로 간주합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구호품 반입을 체계적으로 막아 의도적으로 기아를 초래하고 있다는 주장은 지속해서 제기돼왔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를 부인하고 있으나 최근 국제기구와 구호단체를 중심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보고서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원조품 반입 과정에 복잡하고 불분명한 검문 절차를 적용해 가자지구에 들어가는 구호품 양과 종류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은 전쟁 발발 이전 하루 평균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구호 트럭이 약 500대였는데 올해 1월에는 이 숫자가 170대로 줄었고 지난달에는 98대까지 줄었다고 집계했습니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래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점점 심화하고 있습니다.

가자지구 내에서 개전 이후 숨진 이들은 3만 2천 명이 넘었고, 구호품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봉쇄 상태에서 현지 주민들은 이제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유엔은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의 절반가량인 111만 명이 식량위기 심각성의 최고 단계인 재앙·기아 상황에 처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