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직전 "영화값 500원 싸진다" 정부 보도자료 맞나

윤수현 기자 2024. 3. 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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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 발표하며 "영화 500원 경감" 홍보
법 통과 여부도 불확실하고 영화값 할인 여부도 미정
영화계 "총선 앞두고 이런 발표를…불쾌" 영화계 대책 마련 나선다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 사진은 지난달 25일 서울 한 영화관의 영화 '파묘' 홍보물. ⓒ 연합뉴스

정부가 영화 입장권 부과금(부과금)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하자 “앞으로 영화 값 500원 싸진다”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문체부 발표대로 입장권 부과금이 폐지된다는 보장이 없으며, 부과금이 폐지된다고 해도 영화 가격이 500원 저렴해질 것이라는 장담은 할 수 없다. 무엇보다 부과금 폐지로 인해 영화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체부는 지난 27일 <내년부터 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 보도자료를 내고 “내년부터 영화관람료에 징수하던 부과금을 폐지해 영화관을 찾는 국민 부담을 줄인다”고 했다. 같은 날 기획재정부는 <영화 500원, 여권 3000원 경감…국민 실생활 부담 낮춘다> 보도자료에서 “부과금을 폐지해 영화관람료 인하를 유도한다. 영화발전기금 내 영화진흥사업은 일반 재정을 통해 지속 지원한다”고 밝혔다. <'부담금 빠진' 영화값 500원 싸진다…항공·전기료도 인하>(연합뉴스), <'숨은 세금' 뺐더니 영화표값 내려간다>(파이낸셜뉴스) 등 보도가 이어졌다.

▲기획재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영화 부과금 발표자료 갈무리.

영화 부과금, 대책 불투명하고 폐지도 어려워

정부는 영화 관람객 입장권 가액 3%를 징수해 영화발전기금으로 조성한다. 영화 상영관과 제작사가 각각 1.5%씩 부담하고 있다. 이 기금은 독립·예술 영화 지원, 신인 창작자 발굴 등 영화산업 전반을 지원한다. 정부는 부과금을 정부 예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영화관 입장권이 1만5000원이라고 전제하면 500원을 할인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 계산이다.

하지만 문체부·기재부 계획대로 내년부터 부과금이 폐지될지는 미지수다. “내년부터 부과금이 폐지된다”는 문체부 보도자료와 달리, 부과금 폐지는 법 개정 사항이다. '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야 하며, 국민의힘이 이번 총선에서 입법권을 독점할 수 있는 180석을 확보하지 않는 한 야당 동의가 필수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부과금 폐지 문제가 지난해 연말부터 이야기가 있긴 했지만, 정부가 급작스럽게 대책 없이 폐지하자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부과금 폐지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문체부는 '영화발전기금 유지'와 '정부 예산 대체'라는 큰 틀만 정하고 세부적인 기준은 마련하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현재 단계에서 '예산을 얼마나 보장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면서 “부과금을 폐지하더라도 영화에 대한 정부 지원을 변함없도록 하겠다는 게 재정당국과 문체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부과금 폐지를 두고 영화계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영화계 핵심관계자 A씨는 미디어오늘에 “부과금 문제가 어떻게든 해결되는 건 불가피한 문제였다”면서 “하지만 생각보다 결정이 빨리 나왔다는 문제가 있다. 확실한 준비가 이뤄진 상황에서 부과금 폐지 발표가 있어야 바람직한데,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부과금 폐지 발표 후 대책을 마련하는 형태가 됐다면서 “우려되는 점이 있다”고 했다.

영화계 관계자 B씨는 미디어오늘에 “만약 정부가 '영화발전기금 예산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고, 영화계와 광범위한 논의를 통해 정책을 마련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했다면 신뢰할 수 있겠지만, 현 상태에서는 믿기 힘들다”고 했다.

“영화값 500원 경감”이라는 기획재정부 주장 역시 따져볼 대목이다. 기획재정부는 1인당 평균 영화 관람비를 1만5000원으로 계산했다. 하지만 통신사 할인 등으로 관객이 실제 지불하는 영화 관람비는 이에 못미친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영화 파묘의 1인 관람료는 평균 9644원, 듄:파트2 1인 관람료는 평균 1만1589원이다. 이들 영화의 평균 부과금은 각각 289원, 347원이다. 무엇보다 부과금이 폐지된다고 해서 영화 관람비가 무조건 인하되는 건 아니다. 문체부는 상영관 측과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영화계 인사들이 이번 정부 발표에 대해 불쾌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이런 발표를 한 것 같아서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있다. 부과금은 영화발전기금 재원 조달 방법 중 하나인데, 이를 없애겠다고 하니 영화계 반발이 심하다”고 밝혔다. 영화계 단체들은 다음주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방침이다.

▲네이버 뉴스서비스에서 “영화”와 “500원”을 검색한 결과.

이데일리 “영화계 불안 더 커져”

언론 비판도 이어진다. 이데일리는 29일 25면 <영화 푯값 500원 내리려다 잃을 것들>에서 “부담금의 폐지를 곧 영발기금을 없앤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최근 3년간 영진위 예산이 절반 이상 삭감된 영화계의 불안은 더 커졌다”며 “내년부터 어떻게 영발기금을 채워나갈 것인지, 정부안처럼 높아진 국고 의존도에 영진위의 독립성이 훼손되지는 않을지 비관론이 많다”고 했다.

부산일보는 29일 16면 <'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 결정에 영화계 “예술영화 지원 줄어들라”>에서 “영화계는 정부 결정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영화관람료 부과금이 폐지되면 영화발전기금의 안정적 재원 확보와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라며 “영화관람료 부과금 폐지가 실제 영화관람료 인하로 이어지려면 극장 업계의 협조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 27일 KBS와 MBC는 보도에서 정부 발표를 소개한 뒤 공익사업이 축소되고 정부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소개했다. KBS '뉴스9'은 보도에서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의 재원인 만큼 공익사업의 구조조정도 뒤따라야 한다”며 “(공익)사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가 있다”는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를 소개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MBC와 인터뷰에서 “2조 원이 없어진다는 얘기는 그만큼 국민의 세금으로 이것을 메워줘야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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