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미국·유럽 '십자군'도 때려라"…모스크바 테러 뒤 선전
러시아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미국과 유럽도 공격해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로이터, dpa 통신 등에 따르면 IS 대변인 아부 후타이파 알-안사리는 28일(현지시간) 공개된 오디오 메시지에서 "외로운 늑대들이 라마단 기간 유럽과 미국, 알쿠드스(예루살렘)와 팔레스타인의 유대 국가 중심부 등 모든 곳에서 십자군과 유대인을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외로운 늑대는 극단주의 세력의 정식 조직원이 아니라 그 이데올로기에 공감해 독립적, 자발적으로 테러에 가담하는 이들을 뜻합니다.
IS는 기독교인들이 많은 서방을 적대시하며 공격을 선동할 때 해당 국가들을 '십자군'으로 부릅니다.
알-안사리 대변인은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와 관련해서는 "배교자들에게 교훈을 주고 모든 무슬림을 위해 복수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앞서 지난 22일 모스크바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에 있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에서는 총격·방화 테러가 발생해 143명이 숨졌습니다.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테러 직후 배후를 자처했습니다.
미국도 감청 정보 등을 근거로 IS를 테러 세력으로 지목했습니다.
다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정보기관이 이번 테러에 연관됐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지금까지 이 사건에 직접 연루된 타지키스탄인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체포했습니다.
IS는 시리아, 이라크를 거점으로 삼아 칼리프국(초기 이슬람 신정일치국)을 참칭하다가 패퇴한 뒤 재기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 사헬(사하라 사막 이남)이 IS의 새로운 근거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IS는 아프가니스탄에서 2021년 미군이 갑자기 철수한 뒤 근본주의 정파 탈레반의 통치가 시작되자 세력 회복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테러로 사회적 혼란이 극심한 사헬 지역에서도 IS는 이미 유력한 세력입니다.
이들 IS의 분파는 IS 중앙 지도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며 테러를 통한 세력 확장을 기획하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가디언은 "IS가 중동 내 핵심 거점에서는 패배했으나 아프리카 및 남아시아 일부 지역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였다"며 "이곳에서 새로운 극단주의 폭력의 발판이 될 수 있는 영토와 자원을 확보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유엔은 앞서 발표한 보고서에서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이 최근 몇 년 간 중앙 지도부와 밀접하게 소통하고 있다며 이 지부 조직원이 중앙아시아나 남아시아의 주요 지도자에게 자금이나 지시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 이동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이슬람국가 서아프리카지부(ISWAP) 지도자인 하비브 유수프는 현재 IS 중앙지도자위원회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조직 내 ISWAP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가디언은 설명했습니다.
이런 점을 보면 서방의 IS 격퇴 작전 효과는 이들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 있는 현지 세력과 얼마나 잘 협력할 수 있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고 이 매체는 부연했습니다.
실제 미군이 2021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고 재집권한 탈레반은 그간 갈등을 빚은 iSIS-K를 토벌하려고 했으나 세력 확장을 막기에는 역부족인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미국은 앞서 IS 격퇴를 위해 탈레반과의 협력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으나 현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요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디언은 IS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을 명분으로 민간인 공격을 선동하고 있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앞서 IS는 지지층에 북미와 유럽에 있는 유대인을 공격하라고 선동하는가 하면 이날 오디오 메시지에는 시리아 북동부에 있는 알홀 캠프를 공격해 이곳 수감자를 석방 시키라고 촉구했습니다.
알홀 캠프에는 IS 조직원과 가족관계로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시리아, 이라크, 유럽, 아시아 출신 여성과 어린이 등 난민이 수용돼 있습니다.
애브릴 헤인스 미국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앞서 "가자지구 분쟁은 테러리즘에 세대를 거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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