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이후 한국 축구 어디로 가나…협회, 감독 선정 기준 명확히 밝힐 때 됐다

박효재 기자 2024. 3. 29.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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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성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전력강화위원회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황선홍 임시 사령탑 체제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이 태국과의 월드컵 지역 2차 예선 연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하며 3차 예선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았다. 이제 한국 축구는 다시 한번 정식 감독을 찾아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가 감독 선임 작업 초기부터 모호한 기준을 내세워 불필요한 논란을 낳으면서 적임자를 찾을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협회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야 할 때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경질 이후 차기 사령탑 물색 임무를 맡은 협회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첫 회의 브리핑에서 새 지도자의 자격 요건으로 8가지를 제시했다. 요약하면 전술적 역량, 선수단 육성, 명분, 경력, 소통 능력, 리더십, 코치진 구성 능력, 성적이다. 당시 어느 기준에 더 비중을 둘 것이냐는 질문에 전력강화위는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방향성을 제시하는 대신 일반적으로 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나열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조건들을 균등하게 적용한다고 할 때 어떤 감독이 이를 만족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린다.

협회가 매우 추상적이고 모호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미리 점찍어둔 지도자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당시 정해성 전력강회위원장은 “모든 가능성은 열어놨다”고 말하면서도 임시보다는 정식 감독, 외국인보다는 국내 감독에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이후 홍명보 울산 HD 감독이 후보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K리그 시즌 중 현직 감독을 빼가는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이 일자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을 맡고 황선홍 감독으로 갑자기 방향을 틀었다. 정식 감독 선임 기조에서 태국과의 경기 때만 임시 감독 체제로 가는 것도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됐다.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달 1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 관련 KFA 임원회의 결과 발표를 마친 후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대한축구협회는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경질 통보를 했다. 조태형 기자



거센 비난 여론에 협회가 처음 제시한 방향대로 상황은 흘러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다. 현재 온라인 축구 커뮤니티 등에서는 협회가 황선홍 정식 감독을 정답으로 정해두고, 여론 추이를 보다가 정식 감독으로 내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황 감독은 본업인 U-23 대표팀을 이끌고 다음 달 15일부터 카타르에서 열리는 U-23 아시안컵에 나선다. 파리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대회로 3위 안에 들면 본선에 직행한다. 황 감독이 올림픽 본선 진출 성과를 낸다면 전력강화위의 감독 후보군에 오를 수 있고, 나중에 정식 감독으로 선임된다면 명분으로 내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의혹들은 협회가 지도자의 자격 요건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서 제기된 것들이다.

한국 축구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도 지도자의 자격 요건을 구체적으로 정립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표팀은 전임 파울루 벤투 사령탑 체제에서 후방에서부터 세밀한 쇼트 패스 게임으로 중원을 거쳐 가는 축구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성과를 냈다. 포르투갈, 우루과이 등 각 대륙 전통의 강호들을 상대로도 경기를 주도하며 팬들에게 희망을 안겼다. 하지만 이후 클린스만 사령탑 체제에서 이런 기조는 이어지지 않았다. 클린스만은 빠르고 직선적인 축구를 내걸었지만, 완성도는 떨어졌고 아시아권 팀 상대로도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손흥민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웃 나라 일본이 사령탑이 바뀌는 와중에도 스페인의 점유율 축구를 본받아 계승·발전시키는 모습과 대조되는 지점이다. 한국은 최근 각급 연령별 대표부터 성인 대표팀까지 일본에 완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여기서 더 우물쭈물한다면 일본과 격차는 더 벌어지고, 아시아권에서도 경쟁력 없는 팀으로 추락할지 모른다. 이미 축구 팬들은 카타르 아시안컵 기간 아시아의 호랑이에서 해볼 만한 상대로 전락한 한국의 모습을 똑똑히 봤다. 이제 협회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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