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조의 아트홀릭] "폴 매카트니, 핑크 플로이드 등 세계적인 뮤지션이 원했던 미다스의 손(Midas touch)"

2024. 3. 2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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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정승조 아나운서 ■

폴 매카트니.

영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비틀스의 멤버였지요.

20세기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그가 앨범 '폴 매카트니와 윙즈'를 준비할 당시, 한 디자인 그룹에 앨범 커버 제작을 의뢰합니다.

지금과 달리 그 시절, 아티스트 앨범 커버는 대중들의 음반 선택의 기준 중 하나였고 상징적인 의미도 컸습니다.

그렇다면 전설적인 아티스트 폴 매카트니가 선택한 파트너는 누구였을까요.

바로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HIPGNOSIS)'입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들은 '폴 매카트니와 윙스'뿐만 아니라, 레드 제플린, 10cc, 핑크 플로이드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와 함께 현대 음악사의 획을 긋는 앨범 커버를 선보였는데요.

힙노시스(HIPGNOSIS)의 도전 여정을 담은 전시가 아트홀릭 독자들을 기다립니다.

전시를 기획하고 연출한 이윤정 PD는 "음악과 디자인의 교차로에 있던 힙노시스를 통해 앨범 커버는 단순한 표지가 아닌 아티스트 자체의 상징이자 대중의 감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라고 밝혔는데요.

정승조의 아트홀릭은 전시 "힙노시스 : 롱 플레잉 스토리"의 '이윤정 PD'를 만났습니다.

▮ 아트홀릭 독자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전시기획사 미디어앤아트의 이윤정PD입니다.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의 기획과 연출을 맡았습니다.

▮ '힙노시스(HIPGNOSIS)'는 어떤 그룹인가요.

HIPGNOSIS STUDIO


힙노시스는 영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1968년 오브리 파월과 스톰 소거슨에 의해 설립되었는데요.

'힙노시스'라는 스튜디오 이름은 멋을 나타내는 ‘HIP’과 영적인 지식을 뜻하는 ‘GNOSIS’가 결합한 단어입니다. 그들은 작품 활동을 하며 세련되고 멋진 비주얼뿐만 아니라 이지적이고 지적인 점을 추구했는데요.

설립 초기 힙노시스는 영국 런던의 수많은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이 드나드는 아지트였습니다.

1968년, 같은 케임브리지 출신 친구들인 핑크 플로이드가 두 번째 앨범 커버 디자인을 요청하면서 힙노시스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 전설적인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의 요청이 '힙노시스'에게 전환점이었겠네요.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또 포토샵이 없던 시절, 이들은 여러 가지 우주 사진을 오려 붙이고 색칠하며 환상적인 커버 작품을 만들었는데요. 이 앨범 커버는 핑크 플로이드의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습니다.

힙노시스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이어가자면, 1974년에는 디자이너 피터 크리스토퍼슨이 힙노시스 그룹에 합류하는데요.

바이닐 앨범의 전성기였던 시절을 지나 1983년 스튜디오가 해체하기 전까지 이들은 폴 매카트니, 레드 제플린, AC/DC 등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앨범 커버를 제작했습니다.

음악과 디자인의 교차로에 있던 힙노시스를 통해 앨범 커버는 단순한 표지가 아닌 아티스트 자체의 상징이자 대중의 감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예술 작품으로 자리 잡았죠.

▮ 뮤지션의 정체성과 대중성, 취향을 아우르는 앨범 커버 제작이라니...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그런데도 이를 해낸 힙노시스를 만나는 전시여서 기대됩니다. '국내 최초'로 공개하는 전시작도 눈길을 끌고요.

전시 전경


“힙노시스 : 롱 플레잉 스토리”는 힙노시스가 제작했던 앨범 커버 아트워크를 소개하는 전시입니다.

앨범 커버는 아티스트가 대중에게 그들의 음악이나 정체성을 소개하는 방식이자, 그들의 사운드를 시각적 언어로 전달하는 완벽한 수단인데요.

과거의 앨범 커버는 사람들이 음반 구매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자 본인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미술작품이 되기도 했다는 걸 아트홀릭 독자들도 아실 겁니다.

전시는 힙노시스가 만들어낸 음악 역사상 가장 상징적인 앨범 커버들과 흥미로운 디자인 과정, 록스타들의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젊은 아티스트들의 열정과 우정을 담고 있고요.

상상한 바를 실행시키는 젊은 패기와 열의, ‘힙노시스 바이브’를 작품뿐만 아니라 전시 공간 전체에 담았습니다.

각각의 존(Zone)마다 대표 앨범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고요.

▮ 핑크 플로이드와 레드 제플린 등 세계적인 뮤지션의 숨겨진 이야기도 엿볼 수 있잖아요.

힙노시스 스튜디오 설립자인 '오브리 파월'. 그가 직접 전하는 이야기를 통해선데요.

힙노시스의 작품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과거, 많은 사람들이 LP 앨범 자체를 음악과 이야기, 디자인 아트워크를 담은 ‘토탈 아트’로 여겼다고 하는데요. 이번 전시 역시 ‘토탈 아트’의 예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힙노시스의 다양한 아트워크와 그에 대한 제작기, 음악과 시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토탈 아트 말이죠.

▮ 그야말로 종합 예술이네요. 전시를 구성하며 각별하게 신경 쓴 점이 있다면요.

HIPGNOSIS STUDIO


힙노시스 스튜디오나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등의 록 밴드는 영미권에서는 말이 필요 없는 전설적인 그룹입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인지도가 낮은 편이죠.

이러한 상황에서 '힙노시스’라는 생소한 이름이 관객들께 어렵게 다가가지 않길 바랐어요. 그래서 우선, 전시 초입에 ‘스윙잉 런던’ 시절 다양한 영감에서 탄생한 힙노시스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시대적 분위기와 실제 스튜디오 풍경을 느낄 수 있는 영상과 사진도 밀도 있게 구성했고요.

▮ 무엇보다 대표 뮤지션별로 힙노시스가 작업한 아트워크가 구분되어 있어 전시 감상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힙노시스는 대체로 사진을 다양하게 찍은 후 오려 붙이고 채색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래서 작품별로 비하인드 스토리를 쉽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실제로 전시장 곳곳에 관객들이 색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넣었습니다.

이외에도 전시장에서 힙노시스 그룹의 창의적이고 지적인 무드를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했습니다. ‘초현실주의’, ‘데페이즈망’과 같이 힙노시스 스튜디오가 영향을 받았던 예술 사조나 기법, 시대 환경, 일했던 방식을 계속 떠올리면서 말이죠.

1960년대의 힙한 영국 디자인 스튜디오를 2024년 한국 전시장에서 멋지게 선보이기 위해 그라운드시소 디자인팀이 힘써주셨습니다.

HIPGNOSIS STUDIO


▮ 힙노시스가 전하는 전설적인 뮤지션의 이야기로 넘어가 볼까요.

폴 매카트니와 윙스의 ‘Band on the Run’ 앨범 커버를 소개하고 싶어요. 두 가지의 재밌는 포인트가 있는데요.

힙노시스는 원래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로는 작업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런데 폴 매카트니는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었고, 힙노시스에게 자신의 제안대로 작업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힙노시스의 아이디어 뱅크였던 스톰 소거슨과는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브리 파월은 이렇게 생각했죠.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인데! 해야지!’

‘Band on the Run’의 앨범 커버 역시 폴 매카트니의 아이디어였습니다.

여러 인물, 연예인, MC, 운동선수, 할리우드 배우들이 감옥에서 탈출하는 사진이었죠. 오브리 파월은 이 당시 비틀스를 떠나 스스로 활동하는 폴 매카트니 본인의 모습을 비유한 것이라 추측합니다.

Paul McCartney and Wings / Band on the Run


▮ 작업 과정이 쉽지 않았던 결과물은 어떤 뮤지션의 앨범 커버도 있지요.

10cc의 앨범 ‘LOOK HEAR’에는 스톰 소거슨이 붙인 ‘ARE YOU NORMAL’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이 있습니다.

10cc는 두 가지의 복수 타이틀 아이디어에 동의했다고 해요.

스톰 소거슨은 프로이트가 환자들의 무의식을 끌어내기 위해 사용했던 정신과용 침대 소파와 양 한 마리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그 소파를 바다 위에 올려놓는 상상을 했죠.

그리고 오브리 파월은 실제로 하와이 선셋 비치에 가서 정신과용 침대 소파를 제작하고 대학교 캠퍼스 농장에서 양 한 마리를 데려와 사진을 찍습니다.

10cc / Look Hear


▮ 난항이 예상되는 도전이었겠네요.

당시 음반산업이 돈이 넘쳐나는 호황기를 누렸다고 해도 하와이까지 가서 거센 파도 위 소파에 양을 올려놓고 사진을 찍는 과정은 정말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어렵게 촬영한 사진은 앨범 커버에 아주 작게, 다소 뜬금없게 들어가 있죠.

많은 사람들이 스톰 소거슨에게 "ARE YOU NORMAL?"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을 것 같아요. 전시에서 실제 LP 아트워크를 비하인드 컷과 함께 확인해 보세요.

▮ 이윤정 PD의 원픽(ONE-PICK) 작품도 궁금해요.

Pink Floyd / The Dark Side of the Moon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 앨범 커버를 이야기하고 싶어요.

말씀드렸다시피, 힙노시스는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해서 오려 붙이는 것을 기본으로 작업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였는데요.

‘THE DARK SIDE OF THE MOON’은 힙노시스의 주특기였던 ‘초현실주의적 사진’이라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단순한 그래픽 요소만으로 승부를 본 디자인입니다.

힙노시스 스튜디오 입장에서도 혁신적인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핑크 플로이드 역시 이 디자인을 만장일치로 좋아했다고 하는데요. 이 앨범은 6,500만 장이나 판매됐습니다.

핑크 플로이드라는 이름이 생소해도 이 앨범 커버의 삼각형 프리즘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생각될 만큼 음악사적으로 상징적인 작품이 되었죠.

▮ 전시 준비 과정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힙노시스 팀과 처음 줌 미팅을 했던 때가 기억납니다.

저와 저희 팀원들은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디자이너와의 미팅에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최초 미팅이 무리 없이 잘 진행되어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얼마 전 한국에서 만난 오브리 파월이 최초 미팅을 회상하며 당황스럽고 신선했다고 이야기하시더라고요.

그동안 영미권, 유럽에서 힙노시스 전시를 진행했을 때 보통은 나이가 있는 박물관 큐레이터들과 미팅을 해왔다고 하는데요, 줌 미팅이 시작되고 상대적으로 젊은 여성 기획자, 디자이너들이 딱 등장했을 때 그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고요.

저희와의 첫 미팅이 종료된 후 오브리 파월은 힙노시스 팀원과 ‘이거 진짜 하는 건가? 누가 장난치는 건가?’ 하셨대요.

하지만 그 이후 그라운드시소 팀의 체계적인 문서 작업이나 디자인 작업들을 보며 완벽하게 신뢰하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AC/DC / Dirty Deeds Done Dirt Cheap


▮ 마지막으로 아트홀릭 독자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힙노시스의 아트워크들은 현대 예술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BTS의 ‘불타오르네’ 뮤직비디오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포스터 같은 곳에서 힙노시스가 지나온 역사가 보이죠.

힙노시스와 그들의 아트워크는 시공간을 넘어서도 가치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진행됩니다.

그라운드시소 서촌으로 오셔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젊음과 열정, 그리고 창조적 영감으로 가득한 ‘힙노시스 바이브’를 느끼고 가시길 바랍니다.

※ "힙노시스 : 롱 플레잉 스토리"
장소 : 그라운드시소 서촌 (서울 / ~8.31)
관람료 : 유료 (매월 첫 번째 월요일 / 공휴일 정상 운영)

(사진 제공 : 그라운드시소)

정승조 아나운서 /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방송인으로 CJB청주방송에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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