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만 봐도 안다, 얼마나 노력하는지를"…강정호스쿨 효과? '타구속도 162km' 115억 거포 김재환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수원 = 박승환 기자 2024. 3. 29.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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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김재환./두산 베어스

[마이데일리 = 수원 박승환 기자] "충분히 혼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구나"

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KT 위즈와 팀 간 시즌 3차전 원정 맞대결에 좌익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 1볼넷으로 두드러진 존재감을 뽐냈다. 9회말 경기 종료를 앞두고 뒷문이 무너지면서 팀의 승리로 연결됐다면 김재환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지난 200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4순위로 두산 베어스의 지명을 받은 김재환은 꽃을 피우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데뷔 첫 시즌에는 7경기 출전에 그쳤고, 2014시즌까지는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까닭. 하지만 2016년 37개의 홈런을 터뜨리며 본격 두산을 대표하는 '간판타자'로 성장하더니, 2018시즌에는 139경기에 출전해 176안타 44홈런 133타점 104득점 타율 0.334 OPS 1.062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냄과 동시에 정규시즌 MVP 타이틀을 품에 안았다. 그리고 2021시즌이 끝난 뒤 첫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손에 넣었다.

당시 두산은 김재환은 대체가 불가능한 자원으로 판단했고, 스토브리그가 시작된 직후 4년 총액 115억원(계약금 55억원, 연봉 합계 55억원, 인센티브 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안겼다. 특히 보장금액이 무려 110억원에 달한 점은 두산이 김재환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에 김재환은 FA를 앞두고 있던 시즌보다 더 많은 노력을 쏟아냈다. 두산이 평가해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함이었다. 큰 계약을 품에 안게 됐다고 안주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노력은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김재환은 FA 계약 직후 128경기에서 출전해 23개의 홈런을 터뜨렸으나, 타율 0.248 OPS 0.800으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김재환은 132경기에서 89안타 10홈런 46타점 타율 0.220 OPS 0.674로 허덕였다. 0.248의 타율은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최하위에 해당됐고, 김재환 개인 커리어에서도 본격 주전으로 거듭난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팀이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지만, 김재환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이에 김재환은 다시 방망이를 들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 김재환./두산 베어스

김재환은 포스트시즌 일정이 끝난 뒤 마무리캠프 때부터 이승엽 감독의 도움을 받으며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쏟아냈다. 게다가 '강정호 스쿨'에도 다녀왔다. 총액 115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이승엽 감독도 "김재환이 지난해 가을 열심히 땀을 흘렸다. 12월에는 강정호에게 가서 레슨도 받을 만큼 간절하다. 김재환이 팀 내에서 위치를 잘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철저한 준비를 통해 지난 1~2년의 부진을 털어내고,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시즌을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김재환은 날씨 문제와 고질적인 무릎 통증으로 인해 일본 미야자키 스프링캠프에서 제대로 된 연습경기를 치르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피땀 흘린 노력의 대가는 확실했다. 김재환은 올해 시범경기 8경기에서 8안타 1홈런 타율 0.444 OPS 1.322를 기록하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더니, 좋은 흐름이 정규시즌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김재환은 개막전에서는 단 한 개의 안타도 생산하지 못했지만, 24일 NC 다이노스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하면서 서서히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김재환은 26일 KT 위즈전에서 연속 안타로 좋은 흐름을 이어갔고, 27일에는 3안타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28일 고대하던 첫 홈런까지 폭발했다. 이날 첫 번째 타석에서는 삼진을 당하며 경기를 시작한 김재환은 3회 무사 3루의 득점권 찬스에서 자신의 아웃카운트와 한 점을 맞바꾸는 희생플라이를 쳐 팀 득점에 기여했다. 그리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김재환은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KT의 바뀐 투수 김민수를 상대로 2구째 142km 직구를 공략, 좌중간 담장을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폭발시켰다. 이승엽 감독이 높게 평가했던 밀어치기 능력을 제대로 뽐내는 순간이었다.

김재환의 타격감이 절정을 찍은 것은 경기 막판이었다. 네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던 김재환은 6-6으로 팽팽하게 맞선 9회초 KT 마무리 박영현을 상대로 4구째 144km 직구가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로 몰리자 거침없이 방망이를 내밀었다. 김재환의 타구는 방망이를 떠남과 동시에 홈런으로 연결됐음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맞았고, 이 타구는 무려 162km의 속도로 뻗어나가 우측 담장을 넘어간 뒤 돌아오지 않았다.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주인공은 김재환이 확실한 상황이었는데, 아쉽게도 9회말 역전을 당하면서 스포트라이트는 KT 쪽으로 향했다.

두산 베어스 김재환./두산 베어스
2024년 3월 1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진행된 '2024 KBO리그 시범경기' 기아-두산의 경기. 두산 이승엽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마이데일리

끝내 웃지 못했지만, 두산은 김재환의 부활이라는 소득을 얻었다. 지난해 이승엽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했던 고민이 드디어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이가 좋아지고 하다 보니 중심이 좋아지면, 하위 타순의 선수들도 연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지난해 부진했던 선수들도 조금씩 힘을 내주면서 타선의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지난해 가을 마무리캠프 이후에는 (김)재환이에게 타격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연습하는 것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인다. '충분히 혼자 많은 노력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흐뭇함을 드러냈다.

이승엽 감독은 김재환이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확신했다. 사령탑은 "아직까지는 김재환의 본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좋아지고 있고, 타구가 뜨기 시작하면서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예로 어제(27일) 좌익수 쪽 펜스를 다이렉트로 맞춘 것이 아주 좋은 징조라고 생각한다. 본인 말로는 저(좌익수) 쪽으로 그렇게 강한 타구를 날려보낸 것이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랜만이라고 하더라. 더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115억원이라는 잭팟 계약을 맺은 이후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2년. 이로 인해 김재환의 이름 뒤에는 '먹튀'라는 꼬리표가 붙기 시작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김재환이 부활에 시동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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