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의 새 이름[한성우 교수의 맛의 말, 말의 맛]

2024. 3. 29. 11:3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달다'의 반대말로 보통은 '쓰다'가 쓰이지만 과일을 대상으로 할 때는 '시다'나 '떫다'가 쓰이기도 한다.

곶감의 '곶'은 '곶다'에서 온 것인데 이 말이 오늘날에 쓰이는 '꽂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껍질을 깐 감을 말릴 때 싸리나무 꼬챙이에 꽂아 말렸는데 이러한 이유로 '곶감'이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꼬챙이에 꽂아서 말리는 일이 드무니 곶감은 현실과 맞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달다’의 반대말로 보통은 ‘쓰다’가 쓰이지만 과일을 대상으로 할 때는 ‘시다’나 ‘떫다’가 쓰이기도 한다. 과일이 익으면 맛이 달아지는데 그 전에는 시거나 떫기 때문이다. 특히 감처럼 탄닌 성분이 있는 과일은 완전히 익지 않으면 떫은맛을 낸다. 이런 감을 땡감이라고 하는데 이런 감이라도 껍질을 벗긴 후 잘 말리면 떫은맛이 사라지고 당도도 높아진다. 이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감이 바로 곶감이다. 그런데 이 단어에 포함된 ‘곶’의 정체는 무엇일까?

쓰기는 ‘곶감’이라고 하지만 보통은 ‘꽂감’처럼 발음하는데 이 발음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곶감의 ‘곶’은 ‘곶다’에서 온 것인데 이 말이 오늘날에 쓰이는 ‘꽂다’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껍질을 깐 감을 말릴 때 싸리나무 꼬챙이에 꽂아 말렸는데 이러한 이유로 ‘곶감’이라 했던 것이다. ‘곶감’보다는 ‘곶은 감’이 자연스럽지만 ‘덮밥’과 마찬가지로 동사의 줄기만 명사와 결합하기도 하니 드물지만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꼬챙이에 꽂아서 말리는 일이 드무니 곶감은 현실과 맞지 않은 이름이 되었다. 그렇다면 새로운 이름이 필요한데 말린 감을 뜻하는 한자어 ‘건시(乾시)’가 그 역할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바싹 말리지 않고 반쯤 꾸덕꾸덕하게 말린 것을 ‘반건시’라고 부르니 ‘건시’가 힘을 얻을 만한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도 ‘곶감’을 대체할 고유어 이름이 필요하지 않을까?

만드는 방법, 우리말의 어법을 고려하면 ‘마른 감’이나 ‘말린 감’으로 하면 간단하다. 그런데 ‘곶감’에서 느껴지는 달콤함과 쫀득함이 없다. ‘곶감’은 ‘곶다’에서 ‘곶’만 떼어 낸 것이니 ‘말리다’나 ‘마르다’에서 앞부분만 떼어 ‘말리감’이나 ‘마르감’이라고 할 수도 있고 글자 수를 생각하면 ‘말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어색할 뿐만 아니라 어법에도 맞지 않는다고? 처음엔 어색하지만 곧 익숙해진다. 그리고 음식을 만드는 이들은 이름을 짓는 선수이기도 하다.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