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책에 떠나는 기업…네덜란드 우파정부 ‘화들짝’

장예지 기자 2024. 3. 29. 11:2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네덜란드의 반이민정책 추진 여파로 본사 이전을 고려 중인 최첨단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ASML)을 위해 네덜란드 정부가 예산 25억유로(약 3조7천억원)를 동원한 유화책을 내놨다.

28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정부는 에이에스엠엘 본사가 있는 펠트호번 인근 에인트호번 지역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한국 돈 3조7천억원 상당의 예산을 지원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장비 ASML 이전 시사에 ‘부랴부랴’ 지원책
이주노동자 의존도 간과 극우 정부 ‘반이민’ 후폭풍
네덜란드 펠트호번에 있는 최첨단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ASML) 본사. 펠트호번/EPA 연합뉴스

네덜란드의 반이민정책 추진 여파로 본사 이전을 고려 중인 최첨단 반도체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ASML)을 위해 네덜란드 정부가 예산 25억유로(약 3조7천억원)를 동원한 유화책을 내놨다.

28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정부는 에이에스엠엘 본사가 있는 펠트호번 인근 에인트호번 지역의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한국 돈 3조7천억원 상당의 예산을 지원하는 ‘베토벤 작전’의 세부 계획을 공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네덜란드계 독일인이었던 베토벤의 이름을 따 만든 이 작전은 베토벤과 에이에스엠엘 모두 “아름다운 것을 만들었다”며 붙여진 이름이다. 정부는 이 작전의 일환으로 교통과 교육, 주택, 전력망 등을 폭넓게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네덜란드 내각은 성명을 내어 기업의 세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도 의회에 제출할 것이라며 “에이에스엠엘이 법과 회계상 실제 본사를 네덜란드에 두고 투자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에이에스엠엘은 반도체 미세공정을 위한 극자외선 노광장비(EUV)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네덜란드 굴지의 다국적 기업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번 조처는 최근 에이에스엠엘이 정부의 ‘반이민 정책’ 등을 이유로 본사 이전을 시사하자 다급히 진화에 나서는 시도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 극우 정당인 자유당(PVV)이 총선에서 승리해 1당에 오른 뒤, 의회가 고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고, 외국 유학생 숫자를 제한하는 정책을 통과시키며 에이에스엠엘의 고용 기조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에이에스엠엘은 직원 2만3천명 중 40%가 고숙련 이주노동자로,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이주노동자 세금 감면을 종료하기로 한 뒤인 지난 1월 피터 베닝크 에이에스엠엘 최고경영자(CEO)는 “혁신을 위해서는 외국인 숙련 노동자들이 필요하다. 그들을 데려올 수 없다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달 네덜란드에 소재한 반도체 회사들을 조사한 결과, 10개 이상의 기업이 해외 이전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포퓰리스트 정당이 지난 총선으로 힘이 세 지면서 의회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불평했다고 로이터는 덧붙였다.

충격을 받은 네덜란드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지만, 에이에스엠엘은 환영의 뜻을 표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에이에스엠엘은 성명을 내어 “오늘 발표된 계획이 의회 지지를 받는다면 경영 조건을 강력히 지원할 것이며 우리 사업 확장과 관련한 최종 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 네덜란드 정부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우리가 내릴 결정은 (네덜란드에) 계속 머무를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성장을 계속할지에 관한 것”이라고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