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이종섭 사의 표명에 “주범은 용산에 있다”

김윤나영 기자 2024. 3. 2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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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퇴 아닌 해임이어야”
윤 대통령 대국민 사과 촉구
이종섭 주호주 대사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방위산업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에 입장해 조태열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29일 이른바 ‘도주 대사’ 논란에 휩싸인 이종섭 주호주대사가 사의를 표명하자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야당은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를 주호주대사로 임명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대국민 사과를 촉구했다. 야당은 이 사건 ‘몸통’으로 대통령실을 지목했다.

강민석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종섭 대사는 사의 표명을 통한 사퇴 수순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이 해임시켰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대변인은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출국금지 된 피의자를 윤 대통령이 주호주대사에 임명해 해외도피 의혹을 자초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은 ‘도주 대사’ 파문과 외교 결례 사태를 초래한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는 “이 대사가 진정 책임을 지는 길은 채 상병 사망사건 축소 외압 의혹의 ‘몸통’에 대해 진실을 밝히는 것뿐”이라며 “이 대사의 사퇴를 계기로 더욱 엄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석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상황실장은 서면 브리핑에서 “총선 민심에 떠밀린 울며 겨자 먹기식 사의일 뿐”이라며 “어차피 이럴 걸 왜 임명해서 국가를 망신시켰나”라고 반문했다. 김 실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진실규명이 진심이면 사건 연루자인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과 임종득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에 대한 공천을 철회하고, 채 상병, 이종섭 양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그는 이 대사에게는 “빨리 소환하라는 헐리우드 액션 말고 공수처에 제출 안 한, 쓰던 휴대폰부터 내놓고 공수처 조사에 협조하기 바란다”고 했다. 공수처에는 “당장 이 대사를 출국금지 조치하고 쓰던 휴대폰을 확보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준우 녹색정의당 상임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런종섭, 이 대사의 사의 표명을 만시지탄”이라며 “대사직 사임은 사필귀정으로 가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공수처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은 SNS에 “윤 대통령은 빨리 사표를 수리해 이 대사가 제대로 수사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제라도 채 상병이 왜 억울한 죽음을 당했는지, 이 사건 수사가 어떤 외압으로 어떻게 왜곡됐는지 하루빨리 진실이 밝혀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정인성 개혁신당 선대위 대변인은 논평에서 “사퇴한 피의자 이종섭, 주범은 용산에 있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이 대사의 사의 표명을 “환영할 일”이라며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떨어지면 마치 혈중 알코올농도 떨어지듯 제정신이 드나 보다”라고 비꼬았다. 정 대변인은 “하지만 너무 늦었고 너무 무례하다”며 “이 대사의 잘못된 임명과 도주 등이 불러일으킨 국정혼란과 국민들의 분노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이종섭은 채 상병 수사외압 사건의 핵심 피의자이나 그래 봐야 종범”이라며 “주범은 용산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개혁신당은 이 ‘조그마한 사건’의 주인공 채 상병과 박정훈 대령의 억울함이 해소될 수 있도록 용산에 숨은 주범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채 상병 순직 사건을 ‘조그마한 사건’이라고 지칭했다는 MBC 보도를 인용한 것이다.

강미정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윤 대통령은 즉각 사표를 수리하고, 피의자를 도주시키듯 대사로 임명한 데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윤 대통령은 왜 이 전 장관을 임명하고 국민도 모르게 호주로 보냈는지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사를 향해서는 “이 전 장관은 공수처 조사를 재촉하는데, 자중자애 하라”며 “조사기관에서 준비가 되면 어련히 부르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대사는 이날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입장을 내고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해 왔다”며 “그러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부 장관 재직 시절 발생한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핵심 피의자인 이 대사는 지난 10일 주호주대사로 부임했다. 이 대사는 수사 회피용 ‘해외 도피’ 논란이 커지자 지난 21일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회의 참석을 명분으로 귀국했다. 하지만 방산협력을 주제로 일부 공관장들만 따로 국내로 불러 회의를 연 전례가 없어 ‘방탄회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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