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골프에도 지름길은 없다…급할수록 돌아간 韓골프의 전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3. 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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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최초의 한국인 호스트 박세리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성공 개최
원동력은 준비 과정에 충실한 덕분
“노력 없이 얻는 건 아무것도 없어
방송 등 다 잘하는 만능인 되고파”
박세리가 24일 막을 내린 LPGA 투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시상식에서 호스트로서 대회를 치른 소감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팔로스 버디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퍼힐스 챔피언십에서 한국 골프의 역사가 새롭게 쓰여졌다. 박세리가 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대회의 호스트가 된 것이다. 메이저 5승을 포함해 통산 25승을 거둔 그는 자신의 이력에 LPGA 투어 대회 호스트를 추가했다.

한국 골프의 역사는 박세리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한국인 최초로 LPGA 투어 메이저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는 등 여러 기록을 남겼기 때문이다. 프로 골퍼로 외환위기 시절부터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했던 박세리는 은퇴 이후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로 변신했다.

프로 골퍼와 방송인, 골프 사업가 등 그동안 카멜레온처럼 여러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던 박세리는 처음 맡은 호스트로서도 빈틈이 없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대회를 진행하는 만큼 매순간 최선을 다했고 LPGA 투어 첫 호스트로서의 일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는 비결은 하고자 하는 의지다. 박세리는 “프로 골퍼시절부터 모든 것을 잘하고 싶어하는 욕심쟁이였다. 무엇이든 완벽하게 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며 “오랜 기간 가슴 속에 품고 있던 LPGA 투어 대회 호스트라는 꿈이 현실이 돼 기쁘다. 호스트로서 매년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세리가 LPGA 투어 대회 호스트로 참여할 기회는 이전에도 몇 번 있었다. 그러나 박세리는 지름길로 가는 방법을 택하지 않았다. 결과만큼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오랜 기간 차분하게 준비했다.

박세리는 “프로 골퍼로서 오랜 기간 활동하면서 세상에는 지름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지금까지 급할수록 돌아가려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라며 “노력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과정에 충실하는 삶을 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꽉 막혔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한다”며 “값진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인내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세리가 최근 매일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LPGA 투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을 개최하는 소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매경DB
LPGA 투어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등 전세계 주요 투어에서 프로 골퍼 출신이 호스트로 참여하는 대회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타이거 우즈(미국)와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각 투어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끼친 몇몇 선수들만 누리는 특권이다.

이에 대해 박세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그런지 이번 대회 개최가 확정됐을 때 찾아온 감동이 엄청났다”며 “호스트로서 출전 선수 모두가 만족하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 언젠가는 꼭 우즈보다 나은 호스트가 되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퇴 이후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박세리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방송이다. 리치 언니라는 별명으로 여러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그는 또 한 번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박세리는 “골프가 아닌 새로운 일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그러나 나 스스로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잘 할 자신이 있었다”며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노력의 힘을 알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만능인이 되고 싶다는 욕심과 최고가 되겠다는 승부욕이 여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큰 힘을 보태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느낀 두려움을 없었을까. 박세리는 실패에 대한 걱정보다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설렘이 컸다고 했다. 그는 “지금 하고 있는 대부분의 일들이 현역 때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이어서 그런지 도전하는 재미가 있다”며 “프로 골퍼 생활을 마무리하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후배들도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면 좋겠다. 실패를 통해 배우는 게 많은 만큼 앞으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리는 후배들을 위한 특별한 조언을 했다. 그는 “부족한 부분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어떤 일을 새롭게 시작했을 때 못 하는 게 당연하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리치 언니라는 별명처럼 마음의 여유를 갖고 한 걸음씩 나아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박세리는 “리치 언니에서 리치는 물질적인 부가 아닌 마음의 여유를 의미한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내 속도에 맞춰 가야 탈이 나지 않는다”며 “그동안 차근차근 한 걸음씩 나아온 것처럼 앞으로도 나만의 속도를 유지하려고 한다. 또 지금보다 마음이 더 넓은 진정한 리치 언니가 되기 위해 스스로 더 노력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리가 24일 LPGA 투어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우승자 넬리 코다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 초대 챔피언에 오른 넬리 코다(미국)는 호스트 박세리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코다는 “골프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준 인물이 박세리다. 나도 그 중 한 명”이라며 “여자 골프의 전설 중 한 명인 박세리가 호스트로 나선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특별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국내 유일의 골프선수 출신 스포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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