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의 향기, 오우드의 매혹적인 세계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3. 29.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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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에미리트 향수 코너에서 현지 남녀가 향기를 맡고 있다 <사진=두바이관광청 >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17]

인간다운 따뜻한 마음을 지닌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태도나 분위기에서 우리가 ‘좋은 냄새가 난다’고 말하듯이 우리는 보통 무언가 인식을 할때 그의 냄새와 결부시켜 이해하려는 습성이 있다.

향수는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화장품 중 하나이기도 하며, 약 5000 년 전부터 종교적 의식 및 교감을 이루는 데 사용되던 것이 시초였다. 기독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대부분의 종교는 향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특히 아랍에미리트 사람들의 향수 사랑은 지극히 깊은 편이다. 종교적으로도 좋은 향이 나는 것을 권장하는 배경과 함께, 옷차림에 따라 다른 향을 뿌리는 등 향수를 일종의 패션으로 여기는 문화 덕분이다.

대한무역투자공사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는 인구 약 1000만 명의 작은 내수 규모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향수 수입 시장에서 세계 6~8위를 기록하는 등 세계적인 향수 소비국이다.

아랍에미리트 쇼핑몰에서 걷다보면 도처의 향수 판매대 버너에서 퍼져나오는 하얀 연기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묵직하면서도 은은한 향기, 그러면서도 청량한 이 느낌은 아랍에리미트를 비롯한 아랍 국가에서 주로 맡을 수 있는 향기다.

아랍에미리트 현지 남성들이 주로 입고 다니는 전통의상인 칸두라에서도 항상 이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사람들을 지나칠때 나는 이 은은하면서도 묵직한 향기가 사실 한국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냄새라 항상 궁금하면서도 호기심을 갖게 해준다.

아랍향수로 쓰이는 오우드의 모습
오우드의 쓰임새

이 향기의 정체는 ‘오우드(Oud)’란 아열대 우림에서 자생하는 침향나무의 수지 덩어리다. 나무가 외상으로 인해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을 겪었을 때 생성된다. 이 수지는 수백 년에 걸쳐 어두운 갈색으로 숙성되며, 수천 년 동안 약용이나 종교 의식 등 다양한 용도로 인류와 함께 해왔다.

고대 이집트로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의 향료 사용 역사 속에서 오우드는 의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검은 금’으로까지 불리며 가치가 상승했다. 중동 지역에서 오우드가 특별한 사랑을 받는 것은 이슬람 문화와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는 오우드를 ‘천국의 선물’이라 칭했고, 이에 따라 무슬림들 사이에서는 몸을 정화하는 용도로 오우드를 사용하는 전통이 생겼다. 아랍에미리트 사람들은 기도 전후나 중요한 행사에서 오우드를 태우며, 이는 환영과 존경의 의미를 담고 있다. 최근에는 개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남녀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오우드를 활용한 레이어드 향수가 출시되는 등 화장품 산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자연적으로 형성되는 오우드의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최근에는 인위적으로 나무에 상처를 내어 수지를 생산하는 방식이 사용되고 있다. 천연 오우드의 가치는 매우 높아 한정 판매 시 사람들이 일찍부터 길게 줄을 서기도 한다.

특히 아랍 지역에서는 오우드 오일을 추출하고 수지 조각을 숙성시켜 사용함으로써, 향을 강화하고 지속시키는 방법을 선호한다. 또한 거의 모든 에미리트 가정에서 손님을 환대하는 표시로 나무 형태의 오우드를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특히 금요일에 태운다.

여성이 좋아하는 바쿠르

아랍에미리트 현지 남성들이 묵직한 오우드를 선호한다면 여성들은 산뜻한 천연 향수인 바쿠르를 선호하는 편이다.

바쿠르는 아라비아 유목민들이 수천 년 동안 사용해 온 전통적인 향료로, 개인의 선호나 가족 전통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오우드 가루와 함께 제작된다. 이 향료의 사용은 레반트 지역의 부족들이 곤충 방지 목적으로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형태는 설탕을 첨가해 모양을 만들거나, 진흙처럼 구워 그릇에 담아 사용하기도 한다.

바쿠르를 사용하여 옷이나 머리카락에 향기를 부여하면, 그 향기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시중에 파는 향수보다 더욱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옷장 안에서 바쿠르를 피우면 옷에 좋은 향기가 배어들고 불쾌한 냄새도 사라지기 때문에, 많은 아랍에미리트 여성들이 이 방법을 사용한다.

또한 현지 가정에서는 여성들이 바쿠르를 직접 만드는 것을 전통으로 여기며, 이 기술을 후대에 전수한다. 이 향료에는 재스민, 샌들우드, 감귤류 오일 등을 첨가해 특유의 매혹적인 향을 내며, 이러한 독특한 향기 때문에 최근에는 바쿠르에서 영감을 받은 합성 향수도 등장하고 있다.

강렬한 향을 지닌 침향과 같은 향료는 후각을 통해 뇌의 변연계에 영향을 미쳐, 화가 나거나 흥분한 감정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오우드의 연기가 공기 중의 박테리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하니, 이는 건강을 위해서도 유익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석유가 발견되기전까지 고된 사막 생활을 이어가는 유목민들 역시 이러한 오우드와 바쿠르 향기에서 작은 위안을 찾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오우드와 바쿠르로 아랍문화를 이해하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길 바라본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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