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피플] 울산의 이명재였으니까 이룰 수 있었던 꿈

김태석 기자 2024. 3. 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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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울산)

▲ 피치 피플

울산 HD FC
DF
이명재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

3월 A매치 직전 벌어졌던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라운드 울산 HD FC와 전북 현대의 맞대결이 펼쳐졌던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 내걸린 팬들의 축하 걸개다. 많은 이들이 역대 최고령 국가대표가 된 주민규를 향한 축하인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걸개에는 주인공이 하나 더 존재한다. 바로 레프트백 이명재다.

어찌 보면 울산 팬들에게는 주민규 이상으로 이명재의 국가대표 발탁이 기뻤을 것이다. 이명재는 '스타 군단' 울산 스쿼드에서 가장 찬사받는 '리빙 레전드'다. 잠깐의 임대 혹은 입대를 제외하면 늘 울산의 왼쪽을 책임졌다. 스타 선수들을 영입했을 때 팀 내 입지가 흔들렸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지 않고 경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충신'이었다. 

그리고 2인자 설움에 울던 울산이 지금처럼 K리그 최강자로 우뚝 서는 과정을 팬들과 같은 감정으로 견디고 극복했던 선수다. 그래서 이명재는 팬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는 '리빙 레전드'로 불린다. 이명재도 어떻게든 울산에 남아 도전하려했던 자신의 선택에 전혀 후회가 없다. 아니, 보람을 느낀다.

"제가 우리 팀에서 가장 오래 있는 선수"

Q. 울산 HD에서 오래 뛰었다. 알비렉스 니가타, 상주 상무 시절을 제외하면 계속 이 팀에서 뛰었다. 울산이 10년 동안 드라마틱하게 바뀌어가는 과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인데
"가끔 생각해봅니다. 제가 우리 팀에서 제일 오래 있는 선수니까요. 정말 선수들이 많이 바뀌고, 선수뿐만 아니라 모든 게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 홍명보 감독님이 오시고 난 후부터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감독님이 선수들을 이끌어주시는 것을 통해 저희도 많이 변했고, 그래서 더 좋은 팀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정말 모든 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Q. 지난 2023-2024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라운드 홈 전북 현대전 양 팀 팬들의 분위기와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사실 전북에 밀린 '2인자'라는 포지션 때문에 그간 울산 팬들의 설움이 굉장히 컸었다. 그리고 그 설움은 그 누구보다 가장 잘 알 듯하다.

"정말 예전에는 전북과 할 때는 이기고 있어도 불안한 경기였습니다. 많이 뒤집히는 경기가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그 반대가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개인적으로 얼굴을 아는 팬들이 많은데요. 예전에는 저희가 아팠던 부분들을 이제는 같이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선수가 거의 저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 이렇게 좋아하시는 걸 보면 더 제가 더 뿌듯하고 좋습니다. 감사하죠."

Q. 기왕 얘기가 나왔으니 더 질문하겠다. 그때는 무엇이 어려웠나? 어떤 점이 심리적으로 힘들었나?
"심리적으로 정말 컸었죠. 저희가 아무리 잘하고 있어도 전북만 만나면 분위기가 반전이 되어버리니까요.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팀 분위기 모두 좋은데 꼭 만나면 그랬어요. 저는 전북전에서 늘 지거나, 잘해야 비기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그래서 심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Q. 그렇게 변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아까 홍명보 감독을 이유로 거론하긴 했는데 감독 한 명 바뀌었다고 그게 가능할까?
"그런데 이 팀에 쭉 있어보니 그게 가능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었는데 감독님을 만난 후부터 이렇게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힘들 때도 이 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마지막 꿈은 ACL 우승"

Q. 지금이야 '원 클럽 맨'이라 찬사를 받지만, 울산에서 자리 잡는게 결코 쉽지 않았을 듯하다. 이 포지션에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두루 거쳐 갔기 때문이다. 버티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듯한데

"솔직히 출전하지 못하던 시즌이 많았죠. 고백하자면, 입단 초기에는 다른 팀에 가서 경기를 뛰어야 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달리 생각했어요. 울산은 K리그에서 톱 팀이잖아요. 그래서 다른 팀에서 경기를 뛰는 것보다 여기서 경쟁해서 이긴다면 제게 더 좋은 길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힘들 때에도 그냥 이 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버텼습니다."

Q. 그 판단이 옳았다. 결국 국가대표에도 발탁됐으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른 팀에 갔으면 지금처럼 이런 기회가 올 수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울산이라는 팀에서 경기를 뛰니까 이런 좋은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

Q. 울산에서 K리그 우승과 국가대표 발탁 등 많은 성과를 이뤘다. 이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을까?
"지금 동료들과 함께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하는 것 하나만 남은 것 같아요. 이제 딱 그거 하나 남았어요. 개인적으로는 K리그1도 2연패를 했고, 코리아컵(FA컵)도 우승해봤는데 AFC 챔피언스리그는 4강까지만 경험했어요. (그때 울산이 우승하지 않았나?) 저는 그때 상주 상무에 있었잖아요(웃음). 저는 그거 딱 하나 남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Q. 늦게 핀 꽃이 더 아름답다는 팬들의 축하 걸개를 보며 정말 사랑받는 선수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처음 이 팀에 왔을 때 항상 응원해주셨어요. 종종 못하면 욕도 많이 해주셨고요(웃음). 그런 분들이 계셨기에 제가 이 팀에서 계속 살아남고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볼 때마다 감사합니다. 그래서 저도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함에 보답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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