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온도 -65℃… 북극의 중심서 함께 얼어 보았다[북리뷰]

장상민 기자 2024. 3. 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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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단 한 번 해가 뜨고 지는 곳.

일 년 내내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 800㎏에 육박하는 북극곰의 고향 북극.

누구나 한 번쯤 작은 유빙에 네 발을 모은 채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북극곰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껏 아무리 튼튼한 갑판과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연구선조차 한겨울 북극의 거대하고 두꺼운 얼음을 부수며 나아가지 못했기에 북극 최중심부의 환경 정보는 입수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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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극에서 얼어붙다
마르쿠스 렉스·마를레네 괴링 지음
오공훈 옮김│동아시아
기후변화 진원지로 꼽히는 북극
쇄빙선 타도 중심까지 갈 수 없어
가장 튼튼한 얼음 속에 배 얼려
최중심 머물며 사계절 환경 연구
모자익 원정대 330일 탐사기록
117장 사진으로 생생하게 전해
모자익 원정대가 지난 2020년 9월 20일 북극 얼음을 빠져나와 귀로에 오르기 전, 얼음 위에서의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있다. 동아시아 제공

일 년에 단 한 번 해가 뜨고 지는 곳. 일 년 내내 새하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 800㎏에 육박하는 북극곰의 고향 북극. 여전히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북극에서 보낸 330일의 치열한기록이 ‘북극에서 얼어붙다’에 오롯이 담겼다.

“카라해의 얼음은 위스키 한 잔을 채우기도 부족하다.”

그러나 북극은 과거와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전 지구적 문제인 열대화가 유독 북극에서 극대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누구나 한 번쯤 작은 유빙에 네 발을 모은 채 애처로운 눈빛을 보내는 북극곰의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 북극의 온도는 육지의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기간에 3도 넘게 상승하며 온난화 속도가 두 배 이상 빠르다는 것이 관측되고 있다.

북극은 ‘기후변화의 진원지’로 불린다. 북극의 기온에 따라 지구 모든 곳의 해류와 기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올여름이 ‘역대급으로 더운 이유’, 올겨울에 ‘역대급 폭설이 쏟아진 이유’의 뿌리를 찾아 올라가면 그 정점에는 늘 북극이 있다. 모든 기상과 기후의 변화는 정교한 계산을 통해 추측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데이터인 북극의 기후를 정확히 알 수 없기에 기후변화는 언제나 큰 폭의 최소치와 최대치의 차이를 가진다. 지금껏 아무리 튼튼한 갑판과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연구선조차 한겨울 북극의 거대하고 두꺼운 얼음을 부수며 나아가지 못했기에 북극 최중심부의 환경 정보는 입수할 수 없었다.

“우리는 얼음과 맞서 싸우는 대신 얼음과 협업한다.”

북극의 중심부에서 사계절을 보내는 모자익(MOSAiC:북극 기상 연구를 위한 다학제 부동 관측소·조각무늬 그림을 뜻하는 미술 용어 모자이크와도 철자가 같다) 원정대의 탐사는 기후 위기에 대응할 정교한 계획의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획기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원정대는 노르웨이의 전설적 북극탐험가 ‘프리드쇼프 난센’이 남긴 탐험 기록으로부터 힌트를 얻었다. 얼음을 부수고 나아가는 것이 아닌 얼음 사이에 들어가 겨울을 맞으며 함께 얼어붙기로 한 것이다. 난센은 처음으로 북극의 얼음이 고정된 것이 아닌 해류를 타고 이동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해류 연구가 발전함에 따라 그의 주장은 검증됐고 난센이 그랬던 것처럼 원정대도 자신들의 배를 가장 튼튼한 얼음 속에 가두기로 결정한다.

가장 큰 얼음을 찾고 배를 가두는 시작 단계부터 원정대는 어려움을 겪는다. 기후변화로 인해 튼튼한 얼음이 드물었기 때문이다. 얼음을 찾은 뒤에도 강풍과 폭설은 일상이 되고 하루하루 극지에서의 전쟁을 치른다. 평균 체감온도가 영하 65도에 이르는 극한의 추위 속에서 대원들은 동상을 몸의 일부로 여기며 연구를 헤쳐 나간다. 어떤 밤에는 북극곰이 연구소를 파괴하기도 하고 순식간에 얼음이 갈라져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연구 기간 중 전 세계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COVID-19)의 유행으로 연구는 중단될 위기에 몰리지만, 끝내 모든 대원은 완치 판정을 받아 다시금 배에 오른다. 원정대장 마르쿠스 렉스를 비롯한 대원들의 의지와 고군분투가 일지 모든 면에 진하게 배어 있다. 그 모든 인내와 노력의 시간 속에서 원정대는 인류 최초로 북극 심장부에서 온전한 1년의 시간을 보내며 성과를 남겼고 후속 분석과 연구가 진행 중이다.

책에는 모자익 원정대가 촬영한 117장의 사진이 탐험 일대기 순으로 함께 수록됐다. 책의 끝없이 펼쳐진 설원과 갈라지는 유빙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들은 모자익 원정대원으로 합류해 북극을 누빌 수 있다. 밤하늘을 수놓은 오로라와 별빛부터 북극곰의 모습까지, 위험하고도 황홀한 북극의 신비와 경이를 독자의 손끝에 쥐여준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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