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시달리다 참전… 세계 첫 여성 부대 만든 불굴의 삶[북리뷰]

박동미 기자 2024. 3. 2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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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여성 군인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초의 여성 전투부대를 창설하고 지휘관으로 활동했던 마리야 보치카료바(1889∼1920)의 자서전이다.

가난한 농민 출신으로 아버지와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던 보치카료바는 러시아 제국군에 자원입대한다.

그는 2월 혁명 후 남성 병사의 전투 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한 러시아 여성결사대대 창설을 주도했는데, 이후 10월 혁명의 여파로 결사대대가 해체된 뒤에는 반혁명 운동에 가담하다 체포돼 총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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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시카
마리야 보치카료바 지음
류한수 옮김│마농지
남성 대원들 사이에 당당하게 서 있는 보치카료바(가운데).

러시아 여성 군인으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세계 최초의 여성 전투부대를 창설하고 지휘관으로 활동했던 마리야 보치카료바(1889∼1920)의 자서전이다. ‘야시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보치카료바는 독특하고 문제적 인물이다. 이는 그가 러시아 현대사와 격동의 세계사, 그리고 여성사와 전쟁사라는 복잡한 구조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다. 또 그로 인해 한쪽에선 반혁명 분자로 낙인 찍혔고, 다른 한쪽에선 잔다르크 같은 존재로 추앙받았다.

가난한 농민 출신으로 아버지와 남편의 폭력에 고통받던 보치카료바는 러시아 제국군에 자원입대한다. 그는 2월 혁명 후 남성 병사의 전투 의욕 고취를 목적으로 한 러시아 여성결사대대 창설을 주도했는데, 이후 10월 혁명의 여파로 결사대대가 해체된 뒤에는 반혁명 운동에 가담하다 체포돼 총살당한다. 1915년 26세의 나이로 참전을 결심하던 때 그는 “내 나라가 나를 불렀다”며 동포에 대한 연민과 애국심을 강조하지만, 사실은 끊어낼 길 없는 가정 폭력과 새로운 삶을 살고 싶은 욕망이 추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책은 자연스럽게 당시 여성들의 모순적인 삶과 시대의 면면에 대한 기록이 된다. 이것은 기존 젠더 질서의 전복을 품고 있던 ‘사회적 실험’이기도 하다. 예컨대, 그는 여성의 입대가 금지된 상황에서 차르에게 탄원해 특별 허가를 받고 최전선에 배치된다. 자신을 전우가 아닌 여자로 바라보는 병사들 속에서 성별을 지우고 존재를 증명해내, 당시 각국 여성들의 격려를 받았고, 자서전은 지금도 여성주의 학자나 전쟁사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사료 역할을 한다.

책은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자서전에서 나타나기 쉬운 오류와 혼동, 과장과 누락이 존재한다. 옮긴이는 보치카료바가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특히 볼셰비키를 서술하는 대목이 그렇다. 보치카료바는 10월 혁명 직후 레닌과 트로츠키를 만나 독일의 침략성을 경고했다고 말하지만, 이 진술을 뒷받침하는 다른 사료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보치카료바의 ‘실험’이 실패로 끝난 것도 평가에 영향을 끼친다. 부대 규모나 활동 기간을 보아 대표성을 띠기에는 한계가 있고, 여성의 위상을 바꾸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464쪽, 2만3000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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