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발달·이족 보행… 땜질식 진화로 탄생한 ‘불완전 인류’[북리뷰]

안진용 기자 2024. 3. 29.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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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의 영장, 인간에게만 허락된 수식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텔모 피에바니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분석한 책을 내놓으며 '불완전한 존재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다.

그런 불완전함이 인간을 더 강하게 단련시키고 진화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렇듯 불완전한 인간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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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완전한 존재들
텔모 피에바니 지음│김숲 옮김│북인어박스

만물의 영장, 인간에게만 허락된 수식어다. 여기서 영장(靈長)은 ‘영묘한 힘을 가진 우두머리’를 뜻한다. 즉 인간이 세상의 맨 위에 선 포식자다. 하지만 인간은 가장 크지도, 힘이 세지도, 오래 살지도 않는다. 오히려 인간은 갖가지 신체적 약점과 더불어 다른 동물들이 겪지 않는 정신적·심리적 고통에 허덕인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철학자인 텔모 피에바니가 인간이라는 존재를 분석한 책을 내놓으며 ‘불완전한 존재들’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다. 그런 불완전함이 인간을 더 강하게 단련시키고 진화시킨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현생하는 인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라 불린다. 1758년 칼 폰 린네가 고안한 표현인데, 라틴어로 ‘슬기로운 사람’을 뜻한다. 즉 생각, 지식과 직결되는 뇌의 발달이 인간을 영장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이족(二足)보행이 더해진다. 두 손이 자유로워진 인간은 도구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고 더 창의적으로 진화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오히려 호모 사피엔스를 더욱 불완전하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하며 넓은 시야를 얻었지만 허리 통증과 관절염에 시달려야 했고, 점액질로 호흡기가 막혀 고통받는다. 식도와 기도가 불분명해 질식 위험에 처하는 일은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들에게는 발견할 수 없다. 뇌의 사용도 바람직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것은 아니다. 복잡해진 뇌로 문명을 건설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지만 반대로 만성적인 두통과 심리적 불안에 시달리면서 살아가야 하고, 잘못된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도 인간이다.

이렇듯 불완전한 인간은 급변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진화를 거듭한다. 하지만 이는 주어진 환경에 최적화되는 과정이 아니라 생존율을 높이기 위한 미세하지만 끊임없는 몸부림이다. 그래서 저자는 이를 ‘불완전한 땜질’이라 표현한다. 왜 이런 진화는 완전하지 않은 것일까? 이족 보행을 시작하면서 인간의 두 손은 자유로워졌지만,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골반이 좁아졌고, 그로 인해 미성숙한 새끼를 낳아 장기간 보살펴야 하는 진화적 타협을 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인간의 불완전함을 ‘결점’이라 보지 않는다. 생존을 위한 진화의 핵심 동력으로 재해석한다. 이런 불완전한 선택들은 타협의 결과물이었지만, 종국에는 인간만의 특성으로 작용해 사회적 협력과 학습 능력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이를 두고 저자는 “우리의 불완전함이 다른 생명체들의 불완전함보다 조금 더 잘 기능했다”고 분석한다.

아울러 인간은 노화를 늦추길 원하는 유일한 영장류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의학과 기술을 발전시켜 생명을 연장한다. 하지만 장수에 대한 집착이 커질수록, 동시에 인간이 가진 불완전함 역시 증가하는 아이러니에 봉착한다. 자연의 흐름에 역행하려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즉 이런 노력을 통해 수명은 연장되겠지만,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 신체와 더불어 심리적 불완전함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00년을 살기도 빠듯하면서 1000년을 살 것처럼 욕심을 내고 또 걱정을 짊어지고 사는 인간, 결국 그들은 미완의 존재다. 276쪽, 1만9800원.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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