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경제] 20대 허리띠 졸라매고 빚 갚았지만…연체율 집계 이래 최대폭 상승

권애리 기자 2024. 3. 2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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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친절한 경제 금요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합니다. 권 기자, 임금 근로자들의 빚을 자세히 분석한 통계가 나왔습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면서 빚을 줄이려고 노력한 모습은 역력한데 취약계층은 더 힘들어진 걸로 나타났네요.

<기자>

급격한 금리인상기였던 2022년 말까지를 기준으로 임금근로자들의 평균 대출 잔액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처음으로 줄어드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모든 사람들 개인사업자를 제외하고 그야말로 일용직 근로자부터 자기 회사에서 임금을 받아가는 사장에 이르기까지 거의 2천400만 명의 대출 상황을 총 집계한 거기 때문에 지금 가계 대출의 면면을 살펴보는데 의미가 있는 자료입니다.

먼저 눈에 띄는 건 전체 평균은 줄었다, 하지만 대출 하나하나의 규모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겁니다.

2022년 12월 말 기준으로 임금근로자 2천397만 명의 대출 잔액 평균은 5천115만 원이었습니다.

전년보다 87만 원 1.7%씩 줄었습니다. 가계대출의 전체 빚 규모는 약간 줄어든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낸 대출 건들을 쭉 한 줄로 세웠을 때 딱 한가운데, 딱 중간에 오는 대출금의 규모는 5천만 원, 전년보다 오히려 0.5% 26만 원이 늘었습니다.

<앵커>

이런 모습은 왜 나타나는 겁니까?

<기자>

작은 대출부터 갚아나갈 때 이런 모습이 나타납니다.

주택담보대출은 2022년에도 소폭 늘었지만 금리가 오르는 영향을 바로바로 받으면서 소액으로 내는 경우가 많은 신용대출은 평균 6%가 감소했습니다.

특히 원래도 가장 대출금이 적은 20대의 대출이 전 연령대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평균 1천615만 원, 전년보다 76만 원씩 4.5%나 줄어들었습니다.

아직 소득이 크지 않은 연령대인데 보통 담보가 많지 않고, 또 소액 신용대출을 많이 받다 보니 금리 변동으로 인한 부담이 더욱 크게 다가왔을 테고요.

그리고 2022년부터 소득 대비해서 연간 갚아나가는 원금과 이자의 규모를 제한하는 이른바 DSR 규제가 강화되기도 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다 보니까 소득이 낮은 편인 청년층은 대출 만기가 돌아왔을 때 빚을 유지하고 싶어도 빚의 액수를 좀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을 걸로 추산됩니다.

그러자면 어떻게든 빚을 갚아야겠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2030 청년층의 소비가 줄어드는 모습이 함께 뚜렷하게 나타난 이유입니다.

통계개발원 측은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20대의 연간 소비는 29만 9천 원, 30대는 20만 4천 원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고도 봤는데요.

그만큼 돈 쓰는 걸 줄이고, 허리띠를 졸라매고, 빚을 갚아나간 청년들이 많았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그나마 이 빚을 좀 갚은 청년들은 괜찮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청년들의 연체율이 늘어났네요.

<기자>

29살까지 20대 이하 임금근로자들의 대출 연체율 0.43% 수준이었는데요.

전년보다 0.09% 포인트 늘어난 겁니다.

전체 연령대 중에서 증가폭이 가장 크기도 했고, 또 20대 연체율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후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기도 합니다.

연체로 집계될 정도면 좀 막다른 상황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퍼센티지에서 소수점 자리의 변화도 무시할 게 못되는데요.

20대들의 연체율을 보면 특히 비은행기관 대출의 연체율이 0.84%에 달했습니다.

카드빚 같은 소액대출도 미처 갚지 못한 청년들이 늘어난 걸로 보입니다.

산업별로 봐도 상대적으로 청년층이 많은 운수·창고업 근로자들의 연체율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연령대를 떠나 전체적으로 봤을 때 대체로 소득이 높을수록 받아놓은 대출의 규모도 컸는데, 연체율은 더 낮았습니다.

아무래도 소득이 높고 가치가 큰 담보를 가졌을수록 빚도 더 크게 일으킬 수 있고 유지할 여력도 갖고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득이 낮을수록 연체율이 더 높기는 했지만, 연소득 3천만 원 이상 구간부터는 급격하게 낮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연체율이 소득에 딱 반비례하는 게 아니라 가장 취약계층 저소득층에 연체자가 몰렸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고금리가 취약계층부터 덮친 모습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권애리 기자 ailee17@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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