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중독 상담전화 1342” … 365일 24시간 전문가 도움의 손길[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권도경 기자 2024. 3. 2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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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전한 食·醫·藥, 국민건강 일군다 - 식약처, 전화상담센터 개소
오남용 예방법·치료병원 안내
통화내용·개인정보 비밀 유지
상담인원 연내 12명 확대계획
작년 마약사범 50%늘어 2.7만
중독치료자는 되레 383명 줄어
“단속넘어 예방·재활 지원확대”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오른쪽)과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이 지난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용기한걸음 1342 24시 마약류 전화상담센터에서 열린 개소식에서 센터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A 씨는 3년간 마약성 진통제와 신경안정제를 먹은 의료용 마약중독자였다. 의료용 마약에 손댄 계기는 두통이다. 그는 학창시절 매일 두통에 시달렸다. 일반진통제를 먹었지만 곧 내성이 생겼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 두통 탓에 우울증도 찾아왔다. 마약성 진통제는 편안함을 안겨줬다. 대가는 컸다. 한 알로 시작한 약은 어느새 10알, 20알로 늘어났다. 3년이 지나니 몸과 마음은 다 망가졌다. 이때 우연히 마약을 끊으려는 사람들의 모임을 알게 됐다. 사람이 그리워 찾아간 모임이 단약의 시작이었다. 재발도 했지만 A 씨는 2년 6개월 동안 단약을 유지하고 있다. 공동체 생활도 경험하면서 소소한 삶의 행복도 느꼈다. A 씨는 “약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약을 다시 먹을 때 잠깐의 행복보다는 약을 통해 잃을 게 더 많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며 “지금의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피해를 입은 나 자신과 가족에게 보상하고 싶다”며 “(단약 노력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마약 투약은 도박처럼 중독성이 높아 재활이 어려운 범죄다. 마약 사범도 급증하는 추세다. 마약 사범은 2017년 이후 줄곧 1만 명대를 유지했지만 최근 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해 적발된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2022년 1만8395명 대비 50% 늘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SNS 등 국내 마약 유통 채널이 다양해졌고 마약류 가격이 10년 전보다 10분의 1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누구나 마약을 쉽게 구할 수 있는 탓이다. 반면 중독증을 치료받은 마약류 중독자는 같은 기간 6984명에서 6601명으로 줄었다. 마약류 중독자를 치료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은 다른 범죄보다 많이 들지만 실패 확률은 높다. 마약류 사범 재범률과 재복역률도 높은 편이다. 2022년 마약류 사범 재범률과 재복역률은 각각 35.0%와 36.3%다. 전체 수형자의 재복역률 23.8%에 견줘 12.5%포인트 높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회적 문제가 된 마약류 관리 정책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범정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단속 위주였던 마약류 관리를 중장기적 관점에서 예방·재활까지로 넓히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26일 서울 영등포구 이레빌딩에 ‘24시 마약류 전화상담센터 1342’를 열었다. 센터는 식약처 산하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가 운영한다. 국번 없는 대표 전화번호 ‘1342’에는 “당신의 일상(13) 24시간 사이(42) 모든 순간 함께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이는 누구나 전화번호를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마련된 특수번호다. 특수번호는 공공질서 유지와 공익증진 등 비영리 목적으로 공공기관이 전국 규모 통신망을 구성하는 경우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부여하는 전화번호다. 자살예방상담전화인 ‘109’가 24시간 운영되는 것과 같다.

이곳에선 수신자 부담으로 하루 24시간 언제 어디서나 마약류 중독 문제를 전화 상담할 수 있다. 상담 내용과 개인정보는 비밀로 유지된다. 이들은 중독심리상담에서부터 오남용 예방 상담, 치료병원과 중독재활센터 안내까지 ‘원스톱’으로 다양한 상담을 한다. 현재 센터의 상담 인원은 9명이지만 연내 12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제 마약사범은 특정 범죄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이웃, 친구, 가족도 예외가 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부는 이런 상황을 엄중히 인식해 마약 단속뿐 아니라 예방·재활까지 범부처적으로 다각적 협업과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 개소는 마약류 중독자들이 투약 갈망, 불안·우울감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할 때 빠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 야간시간대에 마약류 범죄 발생빈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등 중독문제가 고위험화되는 추세지만, 야간시간 대응체계는 전무했다.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23년 마약류 범죄 중 53.2%는 야간시간대에 발생했다. 2020년 마약류 범죄 야간시간대 발생률 46.1%보다 7.1%포인트 늘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더 많은 중독자에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마약류 중독 예방·정보·재활 상담을 지원하고, 신속한 대응 등을 위한 상시 상담창구를 구축할 필요성이 커져 센터를 개소했다”고 말했다.

권도경 기자 kw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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