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지키자'…네덜란드, 3.7조원 투입 '베토벤 작전' 실시

반이민 정책 따른 인력난에 이전 고려중인 ASML 잡기 위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무역 박람회 '세미콘 차이나'에 네덜란드의 세계적 칩 제조업체 ASML의 부스가 마련돼 있다. 2023.06.2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네덜란드가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이전을 막기 위해 25억유로(약 3조7000억원)를 긴급 투입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승리, 반이민 정책을 펼치면서 고급 인력 확보가 어려워져 ASML이 본사 이전을 시사한 데 따른 것이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네덜란드 정부는 ASML 등 글로벌 기업을 유지하기 위해 이러한 금액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명 '베토벤 작전'이라고 불리는 이 계획은 인재 개발에 투자해 이 지역에서 생활하고 일하는 것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전력망 부족에 대한 우려를 해결하는 데 사용될 예정이다.

ASML은 전 세계적으로 4만2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이 동부 펠트호번에 위치한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상당한 비율은 해외 출신 노동자다. 펠트호번의 브레인포트 지역은 ASML은 물론 필립스 등 다른 기술 기업도 입주해 있어 네덜란드의 '실리콘 밸리'로 불린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승리한 후 네덜란드에선 이민을 줄이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 의회는 고숙련 이주노동자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는 안을 가결했다.

이에 ASML은 새로운 정책들 때문에 자사를 비롯해 기업들은 인력난을 겪게 되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ASML은 연례보고서를 발표하며 "여기서 사람들을 얻을 수 없다면 우린 다른 곳에서 사람들을 얻을 것"이라며 이전을 시사했다. "네덜란드가 문호를 닫는다면 이민자나 유학생을 받을 수 없는데, 괜찮다. (하지만) 당신은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조용하지만 강력하게 반응했다.

ASML의 반응에 놀란 정부는 이에 베토벤 작전을 내놓게 된 것인데 정부는 "이러한 조치를 통해 ASML이 네덜란드에 추가 투자를 하고 법정, 세금 및 실제 등록 사무소 위치를 네덜란드에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