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 히어로 '재벌X형사', 안보현이 골 때려도 밉지 않았던 이유 [스프]

2024. 3. 29.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즐레]


(SBS 연예뉴스 강선애 기자)

SBS 드라마 편성 슬롯에서는 현재 금토드라마만이 남아있다. 유일하게 드라마를 편성하는 시간대인 만큼 여기에 어떤 드라마를 넣느냐, 많은 이들의 심사숙고가 뒤따른다. 그동안 'SBS 금토드라마'로 편성돼 성공한 작품들이 많은데, 특히 '열혈사제', '모범택시' 등 정의를 구현하는 액션 히어로가 등장해 사이다 같은 통쾌한 매력을 선사한 작품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지난 23일 종영한 '재벌X형사'는 그런 '사이다 히어로' 장르의 명맥을 잇는 작품이었다. 철부지 재벌 3세가 강력팀 형사가 되어 자신이 가진 돈, 인맥, 권력 등을 이용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드라마 제목처럼 재벌이자 형사인 주인공 진이수 역할은 배우 안보현이 맡았다.

'열혈사제'의 김남길, '모범택시'의 이제훈은 타이틀 롤을 여러 번 맡았던 이름값이 상당한 남배우들이다. 그에 비해 안보현은 냉정히 말해 연기 경험도 주연 경력도 짧다. 그래서 그가 이 '재벌X형사' 타이틀 롤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 SBS 금토드라마의 명성이 갖는 무게감을 잘 버텨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왔다.

게다가 '재벌X형사'는 안보현 외에도, 주요 배역들을 신인급 배우들로 채웠다. 안보현의 진이수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의 중심축을 이루는 극중 강하경찰서 강력1팀 멤버들이 박지현, 강상준, 김신비 등 30대 초반의 젊은 배우들이었다. 배우들의 구성이 대중적 인지도에서 약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젊음의 패기와 열정이 넘쳤던 이들은 우려의 시선 속에서 더 똘똘 뭉쳤다. '재벌X형사' 촬영장에서뿐만 아니라, 사적으로 만남의 자리를 계속 만들며 캐릭터 분석과 팀워크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유독 탄탄했던 팀워크로 촬영 중간에 모든 배우, 스태프들이 1박 2일 MT를 가기도 했다. 회식 자리 한 번 마련하기 힘들어하는 드라마 촬영장도 있는데, '재벌X형사' 팀의 유대감은 확실히 남달랐다.

그렇게 모두가 하나됐던 시간들은 드라마 분위기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1회 시청률 5%대로 시작했던 '재벌X형사'는 재벌 형사 진이수와 강력1팀의 앙상블이 호응을 얻기 시작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이끌었고, 결국에는 두 자릿수 시청률 돌파라는 준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 중심에 있었던 안보현은 이제 와서 말하지만, 엄청난 부담감을 느꼈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시즌2 제작을 강력하게 염원한다. 인터뷰 자리에서 그는 "'재벌X형사' 시즌2 꼭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잘할 수 있을까' 압박감 컸던 주연 자리

평소 집에서 다양한 드라마를 챙겨본다는 안보현은 'SBS 금토드라마'가 가진 명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자신이 들어가 연기를 펼친다는 것에 큰 압박감을 느꼈다.

"저한테 정말 높은 자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편성됐을 때부터, 거기에 제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설렘보다 걱정이 더 컸어요. SBS 금토드라마에 사이다적 요소의 장르가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 아니까. 많은 분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까, '이게 잘못되면 다 내 잘못'이라는 생각에 불안했죠. 저도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수요층이 있는 금토드라마에서 제가 잘할 수 있을까란 압박감이 컸어요. 티를 안 내려고 했는데, 아마 티가 났을 거예요. 굉장히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거든요."

안보현은 '재벌X형사'의 전개를 이끄는 주요 캐릭터들 중에 나이로도 맏형이었다. 주인공이자 가장 연장자로서 느끼는 책임감도 상당했다.

"제가 컨디션이 저조하거나, 감기가 걸린다거나, 아프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어요. 설령 아프다 해도, 그 아픔을 표현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죠. 진이수가 텐션이 높은 캐릭터라, 주변 모두가 절 도와주려 했어요. 제가 뭘 하든 스태프들이 다 같이 박수치며 환호해 줬죠. 그런 분위기니까, 제가 더 관리를 잘못하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원래 걱정이 많은 편이라는 안보현은 그래서 자신에게 더 엄격하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은 '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로 이어진다. 그렇게 최선을 다한 덕인지, '재벌X형사'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다. 이제야 안보현은 한시름 놨다고 말한다.

"그래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고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한 거 같아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뿌듯한 마음보단, 한시름 놨다는 느낌이에요. 감개무량해요. 주변 지인들이 제가 나온 드라마를 다 보진 않는데, 이건 진짜 많이들 봤더라고요. 다음 이야기가 어떻게 되냐는 연락을 많이 받았어요."

'행동은 밉상, 내면은 따뜻'…한국 드라마서 본 적 없는 재벌 캐릭터

재벌은 한국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지만, '재벌X형사'가 그리는 재벌 이야기는 다른 작품들과 결이 다르다. 재벌이 죄를 저지른 다른 재벌을 때려잡는데, 그 과정에서 재벌이라 돈의 힘을 마음껏 이용한 '플렉스(Flex) 수사'를 펼친다. 범인을 잡기 위해 헬기를 띄우고, VIP만 출입 가능한 곳에 마음껏 드나들며 악을 소탕한다. 이 만화 같은 이야기가 주는 짜릿한 쾌감이 '재벌X형사'의 묘미다.

하지만 아무리 판타지적 매력이라도 지나치게 현실과 동떨어지게 느껴진다면 몰입하기 힘들다. 안보현은 이 비현실적인 재벌 형사 진이수 캐릭터에 어떻게 숨결을 불어넣으려 했을까.

"대본을 읽었을 때 진이수는 호불호가 갈리는 캐릭터라 봤어요. 골 때리고 밉상스러운 행동을 해서 안 좋게 볼 수도 있는 반면, 연민이 있고 내면적으론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고 생각했죠. 재벌 캐릭터에는 정석으로 자리 잡힌 이미지가 있어 모티브를 찾는 게 힘들었어요. 전 그 방향성을 다르게 가고 싶었거든요. 초반에는 자기의 재력을 써가면서 노는 데 진심인 진이수가 어쩔 수 없이 형사가 되고, 이후 수사에 재미를 느껴가는 과정을 드라마로 풀어내면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재벌이 형사를 한다면, 재력을 이렇게 활용하면 대박이겠다' 싶은 것들을 재미있게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았어요. 판타지적 요소가 있긴 하지만, 또 마냥 판타지적인 모습만은 아니었다고 봐요. 이수가 정의구현을 자기가 가진 재력으로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해결하는데, 무연고 시신의 장례를 치러주고, 억울하게 죽은 미술 작가의 전시회를 열어주는 에피소드를 보면, 안에서 우러나는 연민이 있는 아이예요. 이수의 그런 좋은 면들에 다가가려 했어요."

안보현의 말대로 재벌의 재력을 이용해 시원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진이수만의 플렉스 수사는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이를 연기로 표현해야 했던 안보현은 보다 더 실감 나는 연기를 위해 직접 요트 조종면허까지 취득했다.

"이수가 요트를 모는 장면을 대역으로 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 제가 직접 따겠다고 했어요. 일주일 동안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빠지지 않고 가서 교육을 받아 면허를 땄어요. 그리고 실제로 요트를 운전하는 연기를 하는데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더라고요. 캐릭터를 준비하며 몸을 만든다거나 머리카락을 붙인다거나, 그런 준비는 해봤지만 이런 자격증 취득은 또 다른 경험이라 재미있었어요. 앞으로 언제 또 요트를 운전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웃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