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폴 도시로 급속 성장중… 7~8년내 ‘인구 최다’ 기초단체 될것” [현안 인터뷰]

박성훈 기자 2024. 3. 29.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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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정명근 화성시장
2만8500개 기업 덕에 인구 몰려
대·중소기업 연계… 산단 22개
교육·돌봄 환경개선도 성장요인
연500억 투자… 초·중 전입 1위
작년 출생아 수원·고양 등 제쳐
공원 인프라로 ‘명품 도시’ 조성
교통기반 확충해 동·서 격차해소
정명근 경기 화성시장은 “첨단기술인력 양성 및 채용 지원 등 기업 지원사업,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재투자를 유도하는 첨단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시청 제공

화성 =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경기 화성시는 서울 등 특별·광역시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사람이 사는 대도시다. 지난해 12월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2001년 군에서 시로 승격했을 때만 해도 21만 명이 살던 소도시였는데 불과 23년 만에 다섯 배의 확대를 이뤘다. 내년까지 현재 인구를 유지하기만 해도 특례시로 지정된다. 연간 예산 규모도 2500억 원에서 4조 원으로 껑충 뛰었다.

화성시는 국내에 만연한 저출산 풍조 속에서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출생아 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화성시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전국 평균(0.72명)을 웃돌았다. 화성시의 출생아 수는 6700명으로 다른 대도시인 수원시(6000명), 고양시(5000명), 용인시(4900명) 등과도 큰 격차를 보여주고 있다. 셋째 이상 출생아 수도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셋째 이상 아이가 2020년 568명, 2021년 508명, 2022년 500명으로 화성에서 첫울음을 터뜨렸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27일 시청 접견실에서 가진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첫 번째가 직장이 있어서일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 시에는 2만8590여 개의 기업이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가장 많지요. 이곳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26만8000명입니다. 기업이 많다는 것은 종사자와 기반시설 등 지역 발전에 필요한 요소들이 충족된 것을 의미합니다.”

그의 말처럼 화성시에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와 기아오토랜드 화성 공장, 한미약품 등 반도체·미래차·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핵심기업을 중심으로 중견기업, 중소기업이 어우러져 첨단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조성 중인 산업단지가 22개에 달하며 이로 인한 기반시설 확충 등으로 기업이 도시성장의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 기업 부설 연구소도 4500여 개에 달한다.

정 시장은 “전문 기술 인력 확보를 위해 카이스트 사이언스 허브, 홍익대 4차산업혁명캠퍼스 외에 테크노폴(technopole·미국 실리콘밸리 등과 같이 연구·교육기관·산업체를 한데 모아놓은 첨단기술 복합도시) 조성을 위한 이공계 특성화 대학교, 첨단기업, 연구기관 등을 유치할 계획”이라며 “첨단기술인력 양성 및 채용 지원 등 기업 지원사업, 산학연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기업의 성장과 재투자를 유도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교육 환경도 산업 여건과 함께 화성시 성장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정 시장은 “우리 시의 초·중학교 전입 인구가 서울 강남구를 제치고 전국에서 1위를 했다. 전에는 젊은 부부가 우리 시에서 일을 하더라도 이사를 오지는 않았고, 대부분 서울·수원 등지에 살면서 출퇴근을 했다”며 “학교에 다니는 아이를 데리고 이사 온다는 것은 교육 환경이 좋아졌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화성시의 교육 예산은 연간 1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무상급식에 드는 450억 원 정도의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500억여 원이 교육 환경 개선 등에 투자되고 있다.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함께돌봄센터’도 9곳 있다. 주민과 학생이 학교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이음터’는 화성시의 특화 사업 중 하나다.

활발한 택지개발 역시 도시 성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화성시는 동탄1·2신도시에 41만 명, 향남1·2지구 8만 명, 봉담1·2지구 5만 명, 남양지구 5만 명 등 2000년 이후로 60만 명의 인구가 신도시 및 택지개발로 유입됐다. 앞으로 송산그린시티 일대 15만 명, 진안지구 7만 명 등이 거주할 수 있는 택지가 더 조성될 예정이고, 기아차 사업장이 있는 우정읍 방면도 신도시로 개발되고 있어 주변 지역에서 이주해올 가능성이 크다. 정 시장은 “현재 계획된 도시개발이 정상 추진되면 우리 시는 7∼8년 안에 국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전국적으로 출생아가 줄어들고 합계출산율 역시 계속 낮아지는 등 상황이 심각한 만큼 정부에서 혁신적인 저출생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시장은 더 나은 주민의 안락한 정주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공원 인프라 조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 미국 뉴욕과 시카고, 호주 시드니, 싱가포르 등지에 첨단산업 여건이 형성돼 있으면서도 인근에 식물원이 있어 도시에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점에서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는 “우리 시가 명품 도시가 되려면 1인당 공원면적이 넓어야 한다”며 “관내 주요 공원을 식물 전시·관람·체험·교육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육성하고 면적도 계속 넓히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반석산과 오산천 등 동탄신도시 주변과 팔탄면 일원 우리꽃 식물원을 거점으로 꽃이 만발한 도시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미군 사격장이 있던 매향리에 설립된 평화공원과 우음도 공원 등 천혜 자연환경을 활용한 정원 문화 확산도 꾀할 계획이다.

동탄신도시로 대변되는 동부권과 농어촌 지역으로 이뤄진 서부권의 생활 격차 완화는 시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정 시장은 “우리 시는 서울 면적의 1.4배에 달하지만, 전역을 서울처럼 개발할 수는 없다”며 “권역별로 신도시를 만들어야 하고 교통 여건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성에 오더라도 얼마든지 서울 등 인접 도시로 오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 화성으로 사람도 몰리고 기업도 몰리는 선순환 구조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는 최근 ‘균형발전 지원 조례’를 제정, 5년간 권역별 강점과 기회 요인을 극대화하는 특화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서는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강조돼야 할 분야로 교통 기반시설이란 시민 의견이 제시됐다. 이에 시는 지역 간 교통 여건 개선을 위해 내부 순환도로망을 구축하고 있다. 동탄신도시와 진안·봉담·송산·남양·향남·양감 등 주요 택지지구를 연결하는 고리 형태의 도로망이 신설된다. 또한 서해안 일대의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신세계프라퍼티가 추진하는 국제 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지하철 등 교통 여건 개선도 도모할 계획이다.

정 시장은 “정부에 바라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행정안전부에서 구청 신설을 허락해줬으면 한다”고 답했다.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인구 50만 명을 넘는 기초 지자체는 일반 구를 설치할 수 있다. 하지만 화성시에는 구청이 한 곳도 없다. 정 시장은 “개발행위 허가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많고, 농경지 면적이나 등록 외국인 수, 어업인 수, 공장 수 등 모든 지표에서 가장 많아 우리 공무원들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구청을 3∼4개 정도 신설해 준다면 주민에게 양질의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정부의 도움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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