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문화관광해설사 백필숙 "'광활한 세계' 문화관광해설..인문학·풍수지리는 필수"

박준수 2024. 3. 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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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가 즐거워 30년간 방송대 5개 학과 졸업
2007년 해설사 첫발, 17년째 탐방객과 만남 지속
전문가 대상 해설할 땐 밤잠 설치며 사전학습

[남·별·이]문화관광해설사 백필숙 "광활한 문화관광 해설..인문학·풍수지리는 필수"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탐방객을 대상으로 용아의 생애와 문학세계에 대해 해설하는 백필숙씨. 사진 : 필자

"잘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하잖아요. 젊은 시절부터 늘 시간이 나면 인문학 공부에 매달렸어요."

광주광역시 광산구 소촌동 용아(龍兒) 박용철 시인 생가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 64살 백필숙 씨.

백 씨는 해설사 경력 17년째인 지금까지 꺾이지 않고 이 일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이같이 밝혔습니다.

백 씨는 용아 생가를 방문한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사랑채와 안채, 사당을 한 바퀴 돌면서 1시간 동안 쉼 없이 용아의 생애와 문학세계를 마치 비단을 짜듯이 촘촘하게 씨줄과 날줄로 엮어냈습니다.

◇ 방대한 지식 바탕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

백 씨의 해설은 단순히 용아라는 한 인물에 국한하지 않고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습니다.

역사적 배경을 이야기할 때는, 15세기 성리학에서 시작해 임진왜란을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구사했습니다.

용아가 주도한 시문학파와 관련 김영랑, 정지용, 신석정 등 주요 인물을 중심으로 각자의 특징을 비교했으며, 부유했던 용아 가족사에 대해서 세세하게 설명했습니다.

▲용아 생가 안채 전경. 사진 : 필자

또한 한옥 구조와 돌담에 관해서도 건축학 강의를 하듯 거침이 없어 탐방객들에게 흥미를 더했습니다.

백 씨가 이처럼 점·선·면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서사 구조를 물 흐르듯 전개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오랜 기간 인문학을 공부한 결과입니다.

백 씨는 장흥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부산 세관에서 잠시 근무하다가 여수 화학단지 내 외국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이후 아동도서 출판사에 입사해 책과 가까이 하면서 인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 면장과 향교 전교 지낸 부친에 영향 받아

여기에는 고향에서 면장과 향교 전교(典敎)를 지내신 부친의 영향도 작용한 듯합니다.

그리고 1985년 방송대학에 진학해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 때부터 향학열에 불타오른 백 씨가 이수한 학과만 해도 무려 5개 학과. 전산학과를 필두로 유아교육, 관광, 영문, 국문학과 등 지난 2016년까지 30년간 학문의 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특히 인문학과의 만남은 전남대 박물관에서 운영하는 '박물관대학' 과정을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방송대 학습관은 전남대 캠퍼스 내에 있었는데, 일반대학과 달리 스스로 공부하는 방식이어서 자칫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주 수요일 다니는 박물관대학 강의가 새로운 활력소가 됐고, 역사와 문화재 공부에 심취하게 됐습니다.

▲용아 생가 정원에 세워진 대표작 '떠나가는 배' 시비. 사진 : 필자

"당시에 관장님이 이태호 교수님이셨는데 전국 유명 강사를 모셔와 수준 높은 강의를 진행했던 것인 인상 깊습니다"라고 회상했습니다.

백 씨가 문화관광해설사로 첫 발을 내딛은 것은 2007년 광산구에서였습니다.

이후 광주시와 전남도 해설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광산구에서는 용아생가를 비롯해 장고분, 신창동 선사유적지, 무양서원, 월봉서원, 고려인마을을 순회하며 해설을 담당했습니다.

현재는 예산 등을 이유로 용아생가, 무양서원, 윤상원 열사 생가 3곳으로 줄었습니다.

근무는 10명의 해설사가 금~일 3일간 상주하며 진행합니다.

◇ 전남대 대학원 문화재협동과정 수료

백 씨는 해설사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전남대 대학원 문화재협동과정에 진학해 수료하는 등 부단히 배움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해설의 바탕을 넓히기 위해 박물관, 미술관은 물론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 전시장도 빠짐 없이 찾아다녔습니다.

그럼에도 간혹 역사 전문가 일행을 맞이할 때는 팽팽한 긴장과 함께 밤잠을 안자고 준비하기도 합니다.

"장고분을 담당할 때 가야사 전공자들을 대상으로 해설을 해야 했어요. 실수하면 안되니까 전남대 임형진 교수를 찾아가 사전에 관련 지식을 학습해 순조롭게 진행했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용아 생가 툇마루에서 필자와 인터뷰하는 백필숙 씨. 사진 : 필자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극제가 됩니다.

백 씨는 해설사로서 보람에 대해 "내가 좋아하는 인문학을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것이 큰 기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해설사에게 어울리는 복장이 디자인돼 제공되면 탐방객들과 보다 원활한 소통이 이뤄질 것 같다"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문화는 삶의 복합체입니다. 인문학은 물론 풍수지리까지 알아야 깊이 있는 해설을 할 수 있지요. 한마디로 문화관광 해설의 세계는 광활하고 끝이 없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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