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KAL 007 격추 자료 우리 먼저"…美는 "ICAO 제출" 종용

노민호 기자 2024. 3. 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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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1983년 소련 영공에서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에 격추돼 승객 269명이 모두 숨진 'KAL 007 사건' 핵심자료를 계속해서 사건 당사국 한국이 아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출할 것을 지속해서 소련에 종용한 사실이 30년 만에 공개됐다.

본드 부과장은 우리 측에 "KAL기 사건 제1당사국으로서 한국이 일단 자료를 인도받겠다는 입장은 이해하나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중립적인 ICAO에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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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문서 공개] 받는 척만 하는 "상징적 제스처" 운운도
태극기, 성조기./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이 1983년 소련 영공에서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에 격추돼 승객 269명이 모두 숨진 'KAL 007 사건' 핵심자료를 계속해서 사건 당사국 한국이 아닌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제출할 것을 지속해서 소련에 종용한 사실이 30년 만에 공개됐다.

외교부는 29일 생산된 지 30년이 지나 비밀해제 된 외교문서 2306권(37만여 쪽)을 주요 내용 요약본과 함께 일반에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외교문서 중엔 KAL기 사건 관련 1992년에 개시된 ICAO의 재조사 내용이 담겼는데, 그중엔 1992년 12월 2일 주미대사관의 임성준 참사관과 클리포드 본드 미 국무부 독립국가연합(CIS) 부과장 간 면담 내용이 담긴 문서도 포함돼 있다.

당시는 1992년 10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해 노태우 대통령에게 KAL기 블랙박스를 전달한 지 얼마 안 된 시기다.

옐친 대통령은 노 대통령에게 블랙박스 전달은 '한러관계 상징'이라며 의미를 부여했지만, 향후 우리 측의 검증결과 블랙박스의 음성녹음장치(VCR)는 복사본이고 비행기록장치(FDR)는 아예 포함되지 않은 '빈껍데기'로 확인되며 논란이 됐다.

이에 우리 측은 러시아에 항의하며 FDR의 제공을 요청해 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제의로 한·미·일·러 4개국이 참여하는 전문가 회의가 추진됐고 이에 앞서 한미 외교 당국자가 대면한 것이다.

사고기 KAL기 007편엔 한국인 81명, 미국인 56명, 일본인 28명이 탑승하는 등 한미일 3개국이 가장 피해가 컸다.

본드 부과장은 우리 측에 "KAL기 사건 제1당사국으로서 한국이 일단 자료를 인도받겠다는 입장은 이해하나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중립적인 ICAO에 직접 전달되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제안했다.

특히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전문가 회의에서 한국 측이 (러시아로부터) 자료 원본을 먼저 인도받아 그 자리에서 ICAO에 이를 인도하는 형식을 취하는 경우 분석의 중립성에 관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한국 측이 먼저 자료를 인도받았다는 상징성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교문서.(외교부 제공)

그는 우리 측에 "자료 원본을 꼭 국내(한국)에 반입해야 한다는 입장인가"라고 압박성 반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은 KAL기 사고 초기부터 블랙박스 등 핵심 자료를 자신들도 공유받아야 하며, ICAO에서 검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소련은 KAL기 격추 사고 당시 이를 격추한 것이 미국이라는 주장을 한 바 있어 일각에서는 미국의 이런 태도에도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옐친 대통령 방한 전인 1992년 9월 29일 쿠나체 러시아 차관은 주러대사를 만나 KAL 사건자료 제보와 관련해 "미일 특히 미국 측으로부터 강한 요청을 받고 있다"라고 토로하는 등 해당 사건의 자료 확보 문제는 당시 관련국 사이의 중요 이슈였다.

정작 미국은 ICAO가 KAL기 재조사에 필요한 비용을 조사의뢰 당사국인 한·미·일·러에 요구하자 이 사안에 대해서는 한국이 최전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1993년 1월 19일 ICAO 재정위 의장인 뉴먼 미국대표가 주몬트리올 총영사관의 우리 측 관계자를 면담한 자리에서 "4개국 경비 분담에 있어선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이다.

통상적인 항공기 사고는 사고발생지국(러시아)과 국적국(한국)이 사고 조사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국제관례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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