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안속는다던 군인에게...‘서민석 검사’가 1800만원 빼간 수법
휴가 나온 군인이 보이스피싱으로 1800만원의 피해를 입은 사연이 전해졌다. 경찰은 이 군인이 당한 보이스피싱 피해 수법을 자세히 공개하며 피해 예방을 부탁했다.
28일 경찰청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22년 경기 포천의 한 군부대에서 근무중이었던 이찬무 당시 상병에게 일어난 보이스피싱 사건 재연 영상을 올렸다.
영상에 따르면 이 상병은 휴가를 앞두고 생활관에서 보이스피싱 관련 영상을 보며 고참과 대화를 나눴다. 이 상병은 “바보도 아니고 이런 걸로 속는 사람이 있나 모르겠다”고 했다. 자신이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휴가를 나온 이 상병은 2022년 어느날 오후 6시30분쯤 모르는 휴대전화 번호로 걸려온 전화 한통을 받게 된다. 발신자 A씨는 자신을 “서울중앙지검 서민석 검사”라고 소개했다.
A씨는 “이찬무씨 명의로 개설된 통장이 현재 불법자금 거래 사건에 이용되면서 이찬무씨 앞으로 고소장 70건이 접수됐다”며 “범죄에 어떻게 연루됐는지 실제 피해자가 맞는지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상병이 장난스럽게 대꾸하자 A씨는 버럭 화를 내며 “지금 장난인줄 아시냐”며 소리쳤다. 그러면서 “협조해서 48시간 내에 혐의 없음을 증명하지 못하며 즉시 구속되고 전과자 된다. 체포해서 수사하냐”고 이 상병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전과자, 구속된다 이런 말을 직접 들으면 상당한 압박감을 받는다”며 “당연히 처음엔 의심한다. 근데 피싱범들은 의심의 경로들을 이미 대비해둔다”고 부연했다.
A씨는 “이 번호 메신저에 친구 추가하라”며 “방금 제 공무원증과 구속영장 보내드렸으니 확인하라”고 했다. 그가 보내온 공무원증에는 대검찰청 소속 서민석 검사의 사진 등이 담겼다.
곧 이 상병은 A씨가 보내온 형사사법포털 사이트 주소에 접속해 A씨가 알려준 사건조회 방법대로 자신의 인적사항을 입력해 사건을 조회했고, 자신의 체포영장을 확인했다.
이 상병의 얼굴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A씨에게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되느냐”고 물었다.
이 모습을 두고 경찰 관계자는 “이정도가 되면 사실상 끝”이라며 “범죄자가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피의자 몰래 추적 수사중이라 상품권 업체와 협력 수사하고 있다”며 이 상병에게 특정 업체 홈페이지의 계정 정보를 요구했다. 이외에도 ‘피해 보상금’을 지급받을 은행 계좌번호를 요구하는가 하면, ‘상품권 일련번호 추적’을 위해 상품권 결제시 필요한 인증번호를 전송했다며 인증번호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시간이 지체되면 A씨는 소리치며 이 상병을 채근했다.
A씨는 “결제금액은 자금조사 후 문제없으면 오늘 안으로 모두 환급된다”며 이 상병을 안심시켰다. 이어 “복수검증으로 여러차례 인증해야 되니 몇차례 더 진행하겠다”고 했다.
당시 이 상병이 이용한 국민은행은 이 상병의 거래를 이상거래로 감지했다. 은행 관계자는 “이 사건이 이상거래로 시스템에 감지된 것이 6시45분이었다. (범행 수법은) 피해자가 불러주는 결제코드를 결제앱에 입력해 간편결제로 상품권을 연속 구매하는 방식이었다”며 “모니터링 직원의 확인을 거쳐 보이스피싱 의심건으로 분류됐고, 바로 1차조치가 진행됐다”고 했다.
이 상병은 은행 측이 보내온 ‘보이스피싱 경고’ 연락을 확인하려 했으나, A씨는 “절대 전화 끊지 마시라. 검사가 그렇게 한가해 보이냐. 본인 볼일은 수사 끝나고 보시라”고 이 상병을 몰아세우며 결제를 이어갔다.
결국 은행 측은 오후 7시21분쯤 이 상병의 계좌를 임의 정지시켰고, 비로소 범행이 중단됐다. 이 상병의 계좌를 통해 1시간이 채 되지 않은 시간 동안 22회에 걸쳐 결제가 진행됐고, 총 피해액은 1800만원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들 그걸 왜 당하냐고 말한다. 근데 뉴스에서도 보면 의사, 변호사,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당한다”며 “기준은 하나다. 수사기관은 절대 공무원증과 공문서를 메신저로 보내지 않는다. 수사 명목으로 현금, 상품권, 인증번호 등을 보내달라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은행 관계자는 “검찰을 사칭해서 속인 뒤 상품권을 탈취하는 수법은 20대 청년층을 노린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올해 1분기 동안 당행의 보이스피싱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탐지된 건만 해도 무려 1157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 요청, 상품권 구매 등과 같은 요구에 응하지 말고 의심하시라”고 했다.
경찰 관계자도 “어떠한 수법이든 비슷한 전화를 받게 되면 어떻게든 전화를 끊고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0만원짜리 까르띠에 다이아 귀걸이를 2만원에…진품 산 남성
- 황희찬, 4개월 만에 골 맛... EPL 11호골
- “지명 기다려요” 日멤버 유흥업소 근무 의혹 걸그룹, 결국 해체
- ‘美 부통령 후보군’ 주지사 “강아지 죽였다” 고백 발칵
- 부업으로 보험설계사, 직접 해봤더니... 한 달 한 뒤 올린 수입
- “이화영 검사실 술자리, 가능한가?”…전직 부장검사의 답변은
- 나달, 마드리드오픈 64강전 통과...다시 만난 세계 11위 디미노어 격파
- 개각 발표 22분 전에 전격 경질된 홍순영 외교부 장관
- “아파트서 악취 진동”…고양이 43마리 방치한 싱가포르인 구류형
- K방산에만 3연패...中 방산, 시진핑까지 나서도 죽쑤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