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명 "미세좌절의 시대, 정치는 비전보다 갈등 증폭기돼"[한판승부]

홍혁의 2024. 3. 29. 08: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짧은 말이 점령한 공론장, 민주주의에 위협
한국 사회, 자기 치유력 상실했나?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FM 98.1 (18:00~19:30)
■ 진행 : 박재홍 아나운서
■ 패널 : 진중권 작가,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
■ 대담 : 장강명 작가
▶ 알립니다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CBS에 있습니다.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박재홍>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함께하고 계십니다. 2부는 오랜만에 한판 클라스로 정치 얘기는 잠깐 내려놓고 교양을, 또 책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이번에 개봉한 영화 '댓글부대' 원작소설 작가이시기도 하고 최근에는 '미세좌절의 시대'라는 책으로 돌아오신 분입니다. 장강명 작가님을 모시고 오늘 말씀 나눕니다. 작가님, 어서 오십시오.

◆ 장강명> 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장강명입니다.

◇ 박재홍> 우리 장강명 작가님의 이력을 많은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아시겠지만 또 간단히 소개를 해 드리면 대기업에 한 번 근무하셨다가 퇴사하셨고 기자를 하다가 그만두신 소설가. 이렇게 많이 소개를 받으시죠?

◆ 장강명> 네. 뭐 이렇게 소설가가 소개받을 때 '대표작이 뭡니다' 이러고 소개를 받아야 되는데 그런데 '기자 출신 작가' 뭐 이렇게 소개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 박재홍> 이번에 이제 쓰신 글에도 이런 얘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어떻게 기자를 하다가 전업 작가가 되신 거예요?' 이런 질문을 많이 하는데 '어떤 계획도 없었다'

◆ 장강명> 네. 제가 이제 기자 생활을 한 11년 했거든요. 11년 하다가 어느 날 사표를 쓰고 그다음에 그다음 해부터 전업 작가로 조금 이제 이름이 알려졌는데 주변에서 오해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후배 기자들이 '이게 다 계획이었냐?' 그리고 이제 좀 부러워하는 거예요. 이제 요즘 이런 표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후배 기자들 만나면 '기렉시트' 뭐 이런 얘기 많이 합니다.

◆ 진중권> 기레기 엑시트.

◆ 장강명> 브렉시트 용어 나올 때 아마 유행한 말인데.

◇ 박재홍> 가슴 아픈 단어네요.

◆ 장강명> 가슴 아픈 단어죠. 저도 언론계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그런 자조를 하는 표현도 가슴이 아프고 그 상황도 가슴이 아픈데 하여튼 부러움을 사요, 부러움을 사고 이걸 어떻게 '나도 이 회사에서 좀 나와서 좀 프리랜서로서 또 작가로서 이제 좀 적당한 시간도 누리고 수익도 누리고 싶다 그러고 싶다' 부럽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계획된 게 아니었고 사표를 쓰고 한 일주일은 밤에 잠도 못 잤어요. '내가 이거 잘한 게 맞나?' 뭐 이러면서.

◆ 박성태> 그럼 원래 글을 쓰시려고 나오신 거예요? 나오실 때? 사표를 쓸 때? 아니면 사표를 먼저 쓰고 뭘 할까 생각하다가 글을 쓰신 건지.

◆ 장강명> 소셜가는 사실 신문 기자 때 했었죠. 2011년에 데뷔를 하고 한 2년 정도 기자 겸 소설가로 살다가 그런데 그때 뭐 사람들이 '전업 작가 안 하냐, 안 하냐' 많이 물어봤는데 그때까지는 계획이 전혀 없다가 그냥.

◆ 박성태> 아예 그럼 전업으로 가시려고 사표를 쓰신 거네요.

◆ 장강명> 사표를 쓰고 나서 전업 작가가 돼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내가 '이제 어떻게 살 건데?' 하고 물어봐서 '나 한 1년만 좀 이렇게 소설 쓰기에 전념하면 안 될까?' 하고 이래서 아내한테 허락을 받고 그렇게 시작을 했습니다.

◇ 박재홍> 그래서 이번에 신간 얘기를 좀 해 보면 제목도 '미세좌절의 시대' 책 표지에도 미세먼지가 있는 것 같습니다.

◆ 장강명> 공들인 표지입니다.

◇ 박재홍> 공들인 미세좌절의 시대. 어떤 책일까요? 기자님이 쓰셨던 글을 모아놨다 이런 얘기도 들었는데.

◆ 장강명> 제가 소설가로 데뷔하고 한 몇 년 정도는 그냥 소설만 쓰다가 한 2016년부터 작년까지 7년, 8년 뭐 이렇게 신문에 칼럼을 연재했었어요. 그게 뭐 뚜렷한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뭐 원고 청탁을 받으니까 신문 두 곳, 세 곳에 칼럼 연재를 하면서 그때그때 신문 보는 세상 돌아가는 느낌, 세상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저의 느낌 이런 걸 썼는데요. 

제가 뭐 되게 식견이 있는 사람도 아니고 그냥 상식적인 수준에서 '나 요즘 세상 이렇게 돌아가는 것 같아' 이렇게 쓴 글들을 또 좋아해 주시는 분도 있고 해서 그게 좀 기간이 되니까 쌓였어요. 그중에 한 3분의 2 정도 추려서 책으로 냈습니다.

◇ 박재홍> 그러셨군요. 책 제목이 '미세좌절' 수많은 소제목 중에 이걸 제목으로 잡으셨는데 미세좌절이란 미세먼지는 많이 들었지만 이제 좌절도 보통 좌절이 있는 게 아니라 미세하게 좌절하는 것인가? 좌절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뭐 이런 의미?

◆ 장강명> 네. 제가 처음에 칼럼을 쓸 때 어떤 일관된 테마를 가지고 쓴 건 아니었거든요. 그때그때 썼으니까. 그런데 책을 내려니까 테마를 부여를 해야 되잖아요. 그래서 편집자랑 막 상의를 하는데 편집자분이 '이 제목 좋다, 원래 칼럼 제목이었는데 이걸 단행본 제목으로 가져가자' 이렇게 말씀을 주셨어요. 

그리고 저도 거기에 '그럼 좋은 것 같다'라고 생각을 한 게 결국 이 칼럼이 전부 다 그냥 2010년대 말 2020년대 초반 한국 사회에 대한 저의 감상인데 이게 한 줄로 줄이면 뭐가 심각하게 부러지는 그런 것까지는 아닌데 하여튼 되는 게 없는 것 같은 그런 느낌? 세상을 봐도 그런 것 같고 그냥 주변에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그게 그냥 현대인의 감각인 것 같다. 매일매일 뭐가 계획한 대로 잘 일이 안 되는 것 같아. 그런데 다들 긍정적으로 살라고 하고 내가 이 정도에서 넘어질 정도는 아니니까 그냥 이렇게 그래, 힘 내고 살아야지, 힘 내고 살아야지하는데 계속 뭐가 일이 안 풀리고 그런 미세좌절들이 쌓이다 보니까 어느 순간에는 그냥 거기에 결국 젖어서 '이게 되는 게 없는 것 같다' 이런 느낌을 좀 받고 있습니다. 제 인생만 그런 건지 한국 사회도 좀 그런 건지 잘 모르겠는데.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합뉴스

◇ 박재홍> 그래서 이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로 '공허, 불안'을 꼽으셨던 것 같아요. 지금 조금 전 우리 작가님 하신 말씀과 좀 맥이 닿아 있는 것 같은데. 사실은 공허하고 불안한 건 요즘만 그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이전부터 공허와 불안이 있었지만 그게 요즘 시대 들어 그게 더 강화되고 또 파편화됐다 이렇게 판단하시는 겁니까?

◆ 장강명> 네,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제가 1970년대생인데 한국이 선진국이 됐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한 2010년 즈음에 그런 얘기를 들으면 당황하다가 이제는 그냥 누구한테 물어봐도 한국이 선진국이잖아요. 한국이 선진국인데 그런데 뭔가 좀 선진국이 되면 해결될 것 같았던 일들이.

◇ 박재홍> 좋아질 것 같았던.

◆ 장강명> 그렇게 해결되지는 않고 뭐 여러 가지 수치는 또 좋은 것 같은데 1인당 GDP도 좋고 치안 수준도 좋다고 하는데 막 행복하지는 않단 말이죠. '되게 불행하냐' 하면 뭐 불행도 여러 종류인데 그중에 뭐냐라고 하면 저는 그중에서 공허랑 불안이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말씀 주신 것처럼 공허랑 불안이 옛날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어쨌든 뭔가 목표가 있을 때에는 사람이 좀 덜 공허한 것 같아요. 뭐 1인당 GDP 2만 불, 국민 소득 2만 불 시대를 향해 달리자, 민주화를 위해 달리자, 독재 정권 타도하자, 이런 때 사람이, 그 목표에 투신한 사람이 공허함을 느끼지는 않거든요. 고통은 느끼죠. 고통은 느끼고 '아, 이게 잘 안 될 것 같다, 이 목표가' 그런 때에는 공허함보다는 고통인데요. 

지금 한국 사회는 '목표가 뭐지?'라고 하면 우리 목표 국민 소득 4만 불이다 5만 불이다 이거는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리고 또 이제 그런 공허감에 더해서 '왜 그렇게 불행하세요? 지금 뭐 밥 끼니를 굶으세요?'라고 여쭤보면 그렇다 할 사람은 없는데 '지금은 안 굶는데 70대가 되면 굶을까 봐 그게 무서워' 이런 류의 답들. 그러니까 지금은 괜찮은데 뭔가 안심이 안 되는 상황, 불안한 거. 뭐 그런 거 2개를 키워드로 뽑아봤습니다.

◆ 진중권> 어떻게 보면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까? 옛날에는 못 살아도 오히려 못 살 때는 목표가 있고.

◆ 장강명> 그렇죠.

◆ 진중권> 그다음에 아주 조금만 더 나아져도 거기서 행복감을 느끼고 그런데 그게 이제 달성이 되고 나면 '그다음에 뭐지?' 그러니까 그때부터는 우리가 집단적으로 어떤 목표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삶에서 찾아야 되는 건데 그게 마땅치도 않고.

◆ 장강명> 개인의 삶도 그런 것 같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런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신 것처럼 이렇게 계속 굶을 때는 한 끼 밥 배부르게 먹으면 너무 즐겁고 행복하고 내일도 열심히 일해서 끼니를 구해야지, 밥벌이를 해야지 그런 게 목표인데 계속 먹다가 내 옆에 있는 누군가가 추락하는 걸 보면 나도 추락하게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사로잡히면 지금 당장은 뭐 이렇게 어떤 경제적 상황은 다 해결되는데도 계속 그 불안감에 잠식당하고 그리고 뭘 위해서 살아야 될지 모르겠고 이런 생각.

◆ 진중권> 옛날에는 사실 완전 고용 상태였잖아요. 적게 받아서 그렇지. 지금은 그러니까 사실 직업의 안정성? 이런 것들 사라지고 이러다 보니까.

◆ 장강명> '평생직장' 이런 거 정말 옛말이 됐고요.

◆ 박성태> 최근에 어떤 가까운 분과 얘기를 하니까 그 얘기를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이제 더 연애도 많이 하고 이런 부분들이 할 게 없잖아요. 할 게 없는 것도 있는데 그래서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직접적으로 시간도 많이 있기 때문에 그런 데서 이제 어떻게 보면 자신의 뭐랄까요. 뭐 놀이라고 할까요? 그런 걸 충족하는데 지금은 이 스마트폰 하나만 있어도 저도 하루 종일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사람 사이의 관계는 멀어지고 이제 스마트폰 오래 보고 질리면 공허해지고 이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애도 훨씬 덜하고.

◆ 장강명> 뭐 좀 이상한 감각이죠. 스마트폰에 들어가면 수많은 세계가 있고 수많은 SNS 친구들이 있는데.

◇ 박재홍> 거기에 식당도 있고.

◆ 장강명> 아무리 어울려도 뭔가 진짜 같다는 느낌은 안 들고 여전히 외롭고 그런 느낌.

◆ 박성태> 그러면 사실은 이런 기계, 미디어와 소통하는 게 지금 일상이 되어 있는데 사실 스마트폰 나온 게 2008년 정도밖에 안 되거든요. 불과 몇 년 안 되는데 이렇게 바뀌었어요. 그런데 이게 지금 뉴노멀이잖아요.

◆ 장강명> 그렇죠.

◆ 박성태> 그럼 어떻게 봐야 될까요? 앞으로 이걸 기본으로 하고 우리가 어떤 산업 사회에서 느끼는 관계의 행복감 이런 것들을 기준을 낮춘 데서 거기서 행복감을 느낄 건지, 아니면 이게 사실은 그건 선을 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떤 사회적 문제들이 더 생길 건지?

◆ 장강명> 제가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용어는 많이 쓰잖아요. 디지털 네이티브의 반대말이 뭐냐라고 할 때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 진중권> 디지털 포리너야 뭐야?

◆ 장강명> 비슷합니다. 디지털 이민자랍니다. 지금 실장님 말씀처럼 지금의 MZ세대들은 이게 뉴노멀이고 이거 외의 노멀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디지털 세대였기 때문에. 저 같은 사람은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났다가 지금은 뭐 저도 하는 건 똑같습니다. 스마트폰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있는데 디지털 국가로 이민을 해 왔죠. 

저는 이제 어떤 종류의 노멀을 올드 노멀도 알고 있고 뉴노멀도 알고 있는데 올드 노멀 때 갖고 있었던 좀 좋은 것들을 지금 뉴노멀만 아는 분들은 모를 텐데 그런 것을 좀 지금 복기를 좀 해야 되는 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제 칼럼에도 약간 조금 썼었는데요. 예를 들어서 뭐가 궁금할 때 그걸 검색을 해서 바로 답을 아는 게 좋다고 생각을 했는데, 예전에는.

◇ 박재홍> 빨리 찾고.

◆ 장강명> 네, 빨리 찾고, 그래서 더 아는 게 많아지고 그럼 지식이 늘어나고 모든 사람이 지식이 늘어나면 그만큼 시민들의 지식 총합이 늘어나니까 민주주의도 잘 되고 이럴 것 같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스마트폰이 없었을 때.

◇ 박재홍> 그랬네요, 생각해 보면.

◆ 장강명> 뭔가 모르는 게 생기면 주변에도 물어보면 그분들도 모른단 말이죠. 그런 문제가 생기면 어디 도서관을 찾아가든지 아니면 그 문제를 아는 분을 찾아갈 때까지는 혼자 계속 생각을 했었어야 됐어요. 말하자면 사색이라는 게 강제로 해야 됐거든요. 그런데 그게 저를 지금 키워준 것 같아요. 어떤 사색하는 힘, 

이게 내가 어떤 궁금증이 생겼는데 아무도 답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에 내가 그걸 계속 고민을 하다가 '이게 답인가? 저게 답인가?' 하다가 나의 사고력이 커지고 제가 뭐 그 답을 끝까지 모를 수도 있죠. 하지만 그 와중에 성장하는 게 있는데 내가 모르는 게 생길 때마다 물어보고 사소한 건 커뮤니티에 물어봐서 '이거 맞아? 형들 이거 맞다고 생각해?' 뭐 이렇게 물어보고 지식에 대한 건 그냥 검색 엔진에 물어보고 그러는 게 그 뉴노멀이 좋은 것인가? 2008년 이후에 지금 불과 15년 조금 넘었는데 이게 완전히 바뀌었는데.

◆ 진중권> 이제는 챗GPT 시대 아닙니까?

◇ 박재홍> 이제 아예 대답의 결과물을 만들어주잖아요. 시대가 좋아진 건가?

◆ 장강명> 그전까지는 문장은 그래도 내가 만들었어야 했는데 조금 있으면 이제 그것도 챗GPT가 대신해 줄 거란 말이죠. 이 뉴노멀에 대해서 좀 반성을 해야 되는데 15년 사이에 저는 사색하는 힘이 많이 없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진중권> 언어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 짧아지는 말, 가벼운 말 이게 이제 만연한 시대인데 이게 미디어 환경과 관련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옛날에는 그래도 인터넷 게시판 때는 긴 글 가지고 서로 논쟁을 했거든요. 그런데 SNS가 시작되면서 이제 문장들이 다 짧아지고. 어떻습니까? 이게 사실 짧은 말이라는 게 민주주의가 위협되는 상황에 대해서 언급하셨잖아요. 좀 설명을 좀 해 주시죠.

◆ 장강명> 제가 2000년대 한국에서 일어난 변화들 뭐 한국 아니라 세계적으로 일어난 변화들 대부분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따져보다 보면 SNS나 인터넷과 만난다고 생각을 합니다. 원래 말이라는 게 짧은 거잖아요. 글이 긴 거죠. 그리고 이제 논리를 계속 쌓아가다 보면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한 논리를 쌓으려면 글로 해야죠. 

글로 해야 되는데 말이 짧아진 게 아니라 말이 글을 대체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저희가 이제 인터넷에 글자로 되어 있지만 이게 글이냐라고 볼 때 저희가 메신저에 대고 누구한테 '뭐 해? 뭐 자니?' 뭐 이렇게 물어보는 거, 그거 글이라고 하기 좀 어렵지 않습니까? 말 아닙니까? 글자로 하는 말이죠, 사실은.

◇ 박재홍> 그렇네요.

◆ 장강명> 그리고 인터넷 뉴스 댓글 다는 거 그 한 줄. 저 그게 말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글이 아니라 말이고, 어떤 민주 사회가 되려면 민주주의라는 게 되게 정교한 기계 같아요. 복잡한 기계이고 운영하기 어려운 기계라서 그 기계에 꼭 필요한 게 시민이 지식이나 지혜가 있는 시민, 사색할 줄 아는 시민인데 그런 시민 자체가 공론장이라는 게 글이 아니라 말로 이루어지고 그래서 민주주의에도 위협이 된다.

◆ 진중권> 그런 시민들은 이제 진지충이라고 불리죠.

◆ 장강명> 진지충이라고 불리죠. 이제 욕먹는 시대가 됐습니다. '왜 이렇게 진지해?' 이러면서.

[연합뉴스 그래픽 자료] 연합뉴스

◇ 박재홍> 장강명 작가님 한 번 더 모셔야 될 것 같은데요. 굉장히 너무나 좋은데.

◆ 장강명> 진도를 못 내서.

◇ 박재홍> 아니요. 진도 안 나가도 돼요. 진도 안 빼도 되고. 갈등에 관한 이야기 참 많이 쓰셨어요, 갈등. 이제 지금 총선을 한 2주일 남겨놓고 있는데 글쎄요, 뭐랄까요. 저도 방송을 진행하면서 격렬한 토론과 뭐 이런 걸 보면서 이제 또 어떤 정치인은 이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지금 보수와 진보 모두 심리적 내전 상태인 것 같다' 저도 보면서 깜짝깜짝 놀라요. 야, 전쟁이구나.

◆ 장강명> 많이들 그런 것에 동의하실 겁니다. 다들.

◇ 박재홍> 그럼 이 갈등을 그럼 해결할 수 있는 기제가 무엇이 있을 것이냐? 이게 언론은 또 언론대로 제대로 못 하고 아까 기렉시트 말씀하셨지만 뭐만 잘못하면 다 가짜뉴스라고 그러고 그래서 그게 출구는 있는 것이냐. 민주주의를 좀 잘해야 되고 가장 정교한 민주주의라는 기계를 잘 운영을 해야 될 것인데 작가님께서 또 생각하신 대안적 논의는 어떤 게 있을까요?

◆ 장강명> 저도 대안은 없고요. 대안 없고 그냥 한탄만 하는 사람입니다. 한탄만 하는 사람인데 이런 생각이 어느 날 들더라고요. 그러니까 이 갈등이 어떤 사람이 다쳐가지고 병원에 오래 있으면 몸이 약해지잖아요.

◇ 박재홍> 그렇죠.

◆ 장강명> 그래서 막 뼈도 가늘어지고 근육도 잃게 되고. 그러면 애초에 병원에 들어갔을 때 그 원인보다 그다음에는 그냥 어떤 몸의 치유력을 잃는 것. 이게 문제가 되는데 저 지금 한국 사회가 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계속 원인을 분석을 할 때 '양극화가 원인이다, 뭐가 원인이다, 교육이 원인이다' 뭐 할 때 이제 원인을 따질 상황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제가 한국 사회를 볼 때 건강하지가 않고 그런데 왜 건강하지 않았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지금은 어떤 자기 치유력이 없는 그런 상태? 계속 어떤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는데 원래는 정치가 그런 갈등을 조정해 줘야죠. 그런데 한국 정치가 뭐 한국뿐만 아니라 지금 전 세계적으로 그런 것 같은데 어떤 갈등 사안이 정치에 들어가면, 여의도에 들어가면 거기서 조정되는 게 아니라 더 커져서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증폭기 같습니다. 갈등 트랜지스터.

◇ 박재홍> 갈등 트랜지스터.

◆ 진중권> 갈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는데 의사하고 정부가 싸우는 거 분명히 갈등이거든요. 대부분의 이런 적대감들은 갈등도 없어요, 따지고 보면. 뭐 때문에 싸우는 건지.

◆ 장강명> 뭐 갈등 당사자들이 모여가지고 대화하는 그런 것도 없고 그냥 자기들끼리 모여서 상상의 적을, 욕을 하면서.

◆ 박성태> 그런데 이게 사실 어느 정도 실체라고 그러더라고요. 왜냐하면 퓨리서치에서 조사한 게, 2021년 조사인가요? 그런데 정치적 지지층에 따라서 갈등이, 나는 저 사람과 A와 B가 정치 지지하는 쪽이 다르면 이 사람이 싫다, 이런 걸로 본 게 우리나라와 미국, 우리나라가 1등, 미국이 2등이에요. 90%가 넘습니다. 지지하는 정당이 다름에 따라서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유럽은 대충 50%, 60%예요. 

그런데 이게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양당 체제에다가 대통령제, 승자독식, 또 미디어의 발달 저는 그렇게 보는데 그런 구조적인 문제가 사실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특히 우리나라는 좀 더 이제 정치 참여에 대한 빈도가 높기 때문에 그런 것이 조금 더 반영되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제3당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했던 게 너무 양극화되는 시스템 자체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완화하면 어떨까라는 그런 생각도 좀 있었죠.

◆ 장강명> 제가 한때는 그래서 개헌에 대해서 지금 시급하다, 대통령제가 수명이 다했다, 내각제를 도입하든 그게 아니면 선거제도 개편이라도 해서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되지 않겠느냐 그래서 1등이 당선이 되고 계속 이 선거 승리 전략이라는 게 내 코어 지지자를 모은 다음에 일단 여기 확보한 다음에 중간으로 가서 이기는 그 전략이 이제 지금 한국에서도 지금 몇 년은 됐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게 선거제도나 개헌이나 이걸로 안 되겠다' 그것보다는 저는 차라리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지금 글쎄요. 선거제도보다까지는 아니겠지만 선거제도만큼이나 큰 원인이다. 지금 보면 예를 들어서 저도 그럴 거고요. 제가 보는 뉴스랑 저희 아버님이 보는 뉴스가 다를 거예요. 가끔 아버지 찾아가서 뭐 이렇게 맥주 한잔하면 예전에는 저희가 매스미디어 시대일 때는.

◇ 박재홍> 마루에서 같이 TV를 바라보고 같은 신문을 보고.

◆ 장강명> 9시 뉴스를 보면 같은 뉴스를 보는 것이지 않습니까? 순서대로. 신문을 봐도 같은 신문의 기사를 보는 거고. 그러면 생각이 다르면 논쟁할 게 있었어요, 그래도. 이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그런데 지금은 저랑 다른 어떤 채널을 보는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이게 그렇게 문제라는데, 이건 한동훈이는 왜 그러는 거야? 이재명이는 왜 그런 거야 하면 저는 그 얘기를 그날 처음 들어요. 그런 일이 있었어? 내가 보는 채널에는 그거 안 나오는데? 뭐 이런 식이에요. 그러면 이 채널을 보는 사람끼리 '아, 저들은 저렇다'라면서 상상의 적을 상대로 막 논쟁을 논리를 펴고 있지만 막상 그 상대를 만나면 별로 논쟁이 안 됩니다.

◆ 진중권> 그중에 절반은 가짜고요. 그중의 절반은 뻥튀기일 겁니다.

◆ 박성태> 양쪽에서 다 모르는. 고관여층인데 양쪽에서 다 모르는 것은 반은 거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 진중권> 그렇지. 반은 뻥튀기고.

◆ 장강명> 이건 헌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잖아요. 이건 선거제도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그 사회가 완전히 파편화가 됐는데 이 파편화된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미디어 혁명, 매체의 혁명, 그 매체 혁명을 가져온 것은 인터넷, 소셜미디어인 것 같고요.

◆ 박성태> 기술적으로나 유튜브나 소셜미디어에서 알고리즘. 저희가 이제 포털에서 정치 뉴스는 댓글을 안 다는 걸로 변하지 않았습니까?

◆ 장강명> 그렇죠.

◆ 박성태> 저는 기술적으로도 이것들을 완충시킬 수 있는 것들은 할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서 메타 같은 경우도 미국에서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그 안에 플랫폼 내에서 표현의 자유가 대부분 올라가 있는 것도 있거든요. 새로운 기준도 필요하지 않나.

◆ 장강명> 뭐 그런 논의를 사실은 정치가 해야 되는데 그러니까 저희가 되게 21세기가 되면서 벌어진 일이죠. 기술이 먼저 앞질러서 정치판을 뒤엎어버리고 트럼프의 당선이 트위터가 없으면 가능했을까 뭐 이런 생각입니다. 기술이 먼저 앞질러버렸고 그래서 기술이 어떤 정치인보다 정치적 영향력이 큰데 이 기술을 통제하려니까 이제 기술은 너무 앞으로 나갔고 정치의 역량이라는 게 되게 축소화됐습니다. 

지금 트럼프는 당선되면 '메타를 어떻게 하겠다' 뭐 이런 얘기를 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정치에 기대하는 건 아니죠. 지금 한국 정치인들도 저는 이제 반쯤은 한국 정치인들이 그 개인들이 어떤 의미 있는 역할을 하는 건지, 내지는 어떤 팬덤이나 미디어 구조가 그런 사람들을 계속 만들어내는 건지.

◆ 진중권> 정치가 엔터테이너 산업이 된 것 같아요. 

◆ 장강명> 저도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 진중권> 게임이 돼서 누가 이기냐 지냐 뭐 이렇게 된 것 같아요.

◆ 장강명> 그게 그것도 악순환이 일어나서 '저 바닥은 저런 바닥이다'라고 생각하면 정말 내가 정치를 바꿔봐야겠다는 사람은 사회를 바꿔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유능한 인재는 거기로 안 가겠죠. 그런 일들이 이미 벌어지는 것 같고요.

◇ 박재홍> 작가님과 얘기를 하면서 항상 진행자로서의 병은 '대안은 뭐고 해결책은 뭘까' 항상 그렇게 물었는데 그렇게 묻는 제 자신을 반성을 하면서 일단 문제에 대한 진단과 문제에 대한 정의가 무엇보다 중요겠하구나. 그리고 어떻게 다층적으로 이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 이런 부분의 인식부터 제대로 해야지 우리가 희망도 얻고 해법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듭니다.

◆ 진중권> 그래도 살아야 하는 이유가 뭐죠?

◇ 박재홍> 살아야 하는 이유. 살아야 하는 이유를 글을 쓰시는 이유, 그 말씀 듣고 저희 마무리하려고 해요.

◆ 장강명> 뭐 단행본 마무리에 그런 이야기를 썼었는데요. 제가 살아야 되는 이유에 대해서 칼럼 몇 편 썼고 결론이 없는데 그냥 그 결론이 없는 상태를 좀 긍정을 하자 뭐 이렇게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제가 가끔 보면 솔직히 왜 살아야 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고 어떤 때는 왜 살아야 되는지 고민 안 하는 사람들 너무 부럽다. 어린아이들은 그런 고민 전혀 없잖아요. 너무 부럽고 나도 그렇게 가고 싶다라고 생각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그래도 왜 살아야 되는지 고민하는 거, 건강한 삶이라는 게 뭔지 고민하는 거 그 고민 때문에 제 삶이 이제 침식이 되면 안 되는데 그 고민을 어느 정도 가지고 긴장하면서 사는 거, 답을 얻지 못하더라도. 그게 내가 살고 싶은 삶인 것 같다. 좀 궤변같이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 박재홍> 괜찮아, 괜찮아, 해결책이 없어도 괜찮아. 답을 찾지 못해도 괜찮아.

◆ 장강명> 어쨌든 고민은 해야겠다. 긴장하고 살아야 된다.

◇ 박재홍> 오늘 짧은 말씀 나눴지만 굉장히 저도 치유를 받는 듯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세좌절의 시대. 신간을 들고 나오신 장강명 작가를 만났습니다. 고맙습니다, 작가님.

◆ 장강명> 네, 고맙습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홍혁의 hyukeui1@nate.com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