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웅태 “승마 있는 마지막 대회…제겐 운명이죠”

장필수 기자 2024. 3. 29.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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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5종 승마, 다음 대회서 장애물 경기로 대체
“종주국 파리서 승마 도전 영광”
전웅태가 지난해 9월24일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근대5종 개인전에 출전해 말을 타고 장애물을 넘고 있다. 항저우/신화 연합뉴스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 뒤로 전웅태는 자신에게 놓인 길이 운명이라고 믿고 있었다. 근대 5종은 펜싱·수영·승마·사격·육상 등 다섯 종목으로 구성돼 있는데, 2024 파리 올림픽 이후로 승마는 제외된다. 경기 당일 ‘복불복’으로 말을 추첨해 배정하는 방식 탓에 매번 공정성 논란이 불거졌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28 엘에이(LA) 올림픽에서부터 승마 대신 장애물 레이스를 추가하기로 했다.

말을 탈 수 있는 마지막 올림픽이지만, 전웅태는 아쉬워하기보단 흥분을 감추지 않았다. “근대 5종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그것도 승마 종목이 포함된 마지막 근대 5종 경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요.” 1964년 최귀승이 내달렸던 도쿄 스타디움에서 그는 57년 만에 한국 근대 5종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포효했다. 그리고 2024 파리올림픽은 승마 종목이 포함된 ‘마지막’ 대회이다. 도쿄올림픽에서 얻은 첫 메달에 이어 승마가 포함된 마지막 파리 올림픽 출전. 그는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요. (저와 근대 5종 간 정해진) 이 운명이 파리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전웅태가 지난해 9월24일 중국 항저우아시안게임 남자 근대5종 개인전에 출전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전웅태는 남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항저우/신화 연합뉴스

전웅태는 한국 근대 5종 ‘비인지 57년 역사’의 한을 푼 선수로 주목받지만,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가 이렇게 성장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는 수영 선수의 꿈을 키웠던 이 땅의 수많은 ‘박태환 키즈’ 중 하나였다. 그러나 문제는 성적이었다. “수영을 잘하지 못했고, 기록도 좋지 않았어요. 어머니랑 같이 대회를 나갔다가 끝나고 많이 울기도 했어요.” 수영 선수의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 중학교 감독님이 근대 5종을 권했다.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전웅태에게 수영이 탁월한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한 기록경기라면, 근대 5종은 “재능보단 노력이 중요한” 종목이었다. “종목마다 찰나의 순간은 어떻게 넘기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데, 저희는 5가지 종목을 해야 하다 보니, 찰나의 승부를 결정짓는 순간이 더 많아요. 그때의 승리는 재능보단 노력에서 나옵니다.” 승마에서 말 선택이 ‘복불복’인데, 전웅태는 이 또한 “연습으로 극복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손을 내저었다.

전웅태가 지난해 9월24일 중국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항저우아시안게임 근대5종 남자 결승에서 수영 경기를 펼치고 있다. 항저우/연합뉴스

근대 5종에서 좋은 성적을 내려면 5가지 종목을 모두 골고루 잘해야 하기에 한 종목에 시간과 자원을 집중해서 투자해선 안 된다. 전웅태는 새벽 6시부터 오전까지 수영과 레이저런(사격 및 육상)을, 오후에는 승마와 펜싱, 야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소화하며 하루를 보낸다. 일주일에 단 하루 주어지는 휴식 시간에는 주로 누워 있다고 한다. “일요일에는 하루에 100보 이상 걷지 않으려고 해요. 도쿄에서 메달을 땄다고 해서 자만에 취해있어선 안 되는 것 같아요.”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고된 훈련을 견디는 원동력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서 나온다. 먼저 “국내 근대 5종에서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던 말은 현실이 됐다. 근대 5종에서도 전웅태 효과는 밑바닥에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4일 ‘회장배 전국 근대 5종 경기 대회’가 열린 경북 문경 시민운동장 한쪽 편에는 학부모들이 모여 연맹 관계자로부터 종목과 관련해 설명을 듣고 있었다. 한 학부모는 “이제 티브이 중계가 되는 거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광주시청 근대5종 선수단이 지난 19일 경북 문경에서 열린 제41회 회장배 전국근대5종 경기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획득한 뒤 시상대에 서 있다. 광주근대5종연맹 제공

전웅태의 두 번째 목표는 “세계적으로 한 획을 긋는 선수가 되는 것”인데, 도쿄에서 절반을 채웠고, 나머지를 파리에서 채우고자 준비 중이다. 근대 5종 선수로서 전성기인 28살. 사실상 선수로 출전하는 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렇기에 더 좋은 성적을 내려는 욕심이 크다. “전성기가 오면 선수는 끝이라고 하잖아요. 저 아직 전성기 안 왔습니다. 파리에서 그림 예쁘게 한번 그려 보려고 합니다.” 전웅태는 다시 포디움에 서는 운명을 맞이하게 될까.

전웅태.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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