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격전지] 반도체 벨트 핵심 수원정… ‘대파논란’ 이수정·‘진짜신인’ 김준혁 與野 격돌

수원=이소연 기자 2024. 3. 29.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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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적 인지도’ 이수정
‘민주당 강세 지역’ 김준혁
대파 발언 논란 속 민심 흔들리지만
“김준혁이 누구?” 반응도

“대파 판매 단위가 한 단인지, 한 뿌리인지 구분 못 하는 사람이 민생을 알까요?”

지난 28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매탄공원. 산책하던 김모(67)씨에 총선 지지 후보를 묻자, 이수정(60) 국민의힘 후보의 ‘대파 발언’을 먼저 언급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이수정씨를 많이 봐서 누군지는 잘 안다. 똑똑한 줄 알았는데 맹탕인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이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소위 ‘875원 대파’ 발언에 대해 “875원은 한 뿌리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한 봉지에 세 뿌리냐 다섯 뿌리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해 비판받았다.

이 후보는 이날 영통구 아파트 단지 인근 광장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논란을 의식한 듯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결국 그들의 프레임과 정치 농간에 걸려버렸다”고 했다.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미화원 이모(68)씨는 “높은 자리에 있는 분들이 어떻게 야채 가격처럼 사소한 것까지 다 기억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그는 “지난해 칼부림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동네 치안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안전 전문가로 보이는 이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28일 오후 경기 수원시 영퐁구 신매탄사거리에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와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현수막이 각각 걸려있다. /소가윤 기자

4·10 총선에서 수원정은 반도체 벨트(성남·용인·화성·수원·평택)의 주요 승부처로 꼽힌다. 누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접전지다. 이 후보가 대파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 지역 민심도 흔들리고 있다.

수원정은 30·40대가 주로 거주하는 광교신도시와 구도심인 매탄·원천 지역이 공존한다. 17대 총선부터 20년을 더불어민주당 계열 정당이 집권해 온 진보 진영 강세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변하고 있다. 2022년 20대 대선과 8회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이 승리했다.

김준혁(55)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날 오후 영통구 아파트 상가를 돌며 주민들을 만났다. 그가 간 한국2차아파트 상가 곳곳에는 낡은 간판이 눈에 띄었다. 인근에 있는 장미빌라 앞엔 ‘재건축 추진’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김 후보는 이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많은 문제로 ‘재개발·재건축’을 꼽았다. 그는 “광교와 달리 매탄과 영통 쪽은 구도심인 만큼 아파트나 건물들이 지어진 지 오래돼서 재개발·재건축 요구가 많다”며 “지하철 3호선 수원 연장과 같은 교통 문제 해결과 더불어 구도심 지역 발전도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28일 오후 경기 수원 영통구 신매탄사거리에서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윤석열 정부를 '입틀막 정부'라고 하지 않나.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나"라고 발언하고 있다. /소가윤 기자

이수정 후보는 오후 광교중앙역 역사 내에서 주민들과 인사했다. 이 후보는 대표 공약으로 ‘교육자유특구 지정’을 내세웠다. 이 후보는 “수원정 내에서 교육 과정을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해 반도체 관련 인재를 육성하겠다”며 “평준화 중심의 교육관을 가진 민주당에선 내세울 수 없는 공약이며,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유권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영역이다”라고 했다.

두 후보의 사무실은 영통구 법원사거리 근처 187m 간격을 두고 자리 잡고 있다. 걸어서 5분도 채 안 되는 거리다. 두 후보 모두 정치 신인이지만 인지도에서 차이가 난다. 범죄심리학자인 이 후보는 시사·교양프로그램으로 얼굴이 알려졌지만, 역사학자이자 한신대 교수인 김준혁 후보는 주민들에게 생소했다.

매탄사거리에서 만난 김모(85)씨는 “근처 노인정과 공원에 자주 가는데 이 후보를 많이 봤다고 다들 얘기한다”며 “원래 여기서 의원 하던 박광온(민주당)씨는 잘 알지만, 민주당에서 새로 나온 사람은 아직 누군지 모른다”고 했다. 매탄동에서 30년 넘게 살았다는 유모(58)씨도 “이 동네에서는 어느 당이 낫다고 대놓고 떠들지 않아서 결국 사람을 보고 뽑는 것 같다”라며 “이수정씨는 몇 번 봤는데 민주당에서는 누가 나오는지 모른다”라고 했다.

28일 오전 경기 수원 영통구 아파트 단지 인근 광장에서 이수정 국민의힘 후보가 지지자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이소연 기자

김 후보는 “이 후보의 인지도가 높은 만큼 골목을 다니며 한 분이라도 더 만나서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의 대파 발언에 대해선 “대파가 한 관인지 한 단인지 한 뿌리인지 장을 본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면서도 “실수한 부분을 트집잡기보다는 정책적으로 누가 더 지역 현안을 잘 해결할 수 있느냐로 경쟁하고 싶다”고 했다.

한편 두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11~12일 경기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지역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유·무선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에서 김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각각 42.2%, 40.2%로,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 내였다. 이어 JTBC 의뢰로 메타보이스㈜가 지난 25~26일 경기 수원정 선거구에 거주하는 유권자들을 100% 무선전화면접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김준혁 후보 44%, 국민의힘 이수정 후보 33%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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