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1차전 리뷰] 현대건설 ‘경기 리듬’, 흥국생명 ‘체력’...양 팀의 불안 요소가 드러난 챔프전 1차전, 현대건설이 먼저 웃었다
포스트시즌을 계단식 토너먼트, 하위 팀들끼리 맞붙어 상위로 올라가 높은 순위의 팀과 맞붙는 방식으로 치르는 KBO리그나 V리그의 챔피언결정전(KBO는 한국시리즈)에 가면 으레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 하위에서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팀은 경기 감각이나 리듬에서는 앞서지만, 체력에서는 열세기에 챔프전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만 유리하다. 반면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팀은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체력에선 유리하지만, 실전 공백이 커 경기 감각에서는 불리하다고들 한다.
◆ 경기 리듬 떨어진 현대건설, 3세트부터 체력 저하 드러난 흥국생명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현대건설과 흥국생명의 2023~2024 V리그 여자부 챔프전 1차전은 직행한 정규리그 1위팀의 불리한 요소와 플레이오프를 거치느라 이미 강행군을 치르고 올라온 하위 팀의 불리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한 판이었다.
경기를 앞두고 사령탑들은 제 각기 가진 불리함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정규리그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현대건설의 강성형 감독은 “체력적인 면에서 우리가 우세한 건 분명한데, 경기력이나 집중력이 걱정이다. 경기 초반에 긴장을 좀 풀고 해야할텐데”라고 말했다. 정관장과의 플레이오프에서 3차전까지 혈투를 펼치고 올라온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도 “경기를 계속 뛰어왔기에 리듬은 분명히 우리가 더 좋을 것이다. 다만 그 리듬을 에너지가 받쳐줄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초반 현대건설은 경기 리듬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1세트 초반부터 서브득점을 허용하고, 공격 범실이 나오는 등 6-2로 끌려갔고, 끝내 이 점수를 극복하지 못했다. 1세트에만 블로킹 5개를 허용할 정도로 현대건설 선수들의 공격은 평소에 비해 저조했다.
2세트는 1세트엔 그나마 괜찮았던 리시브가 바닥을 쳤다. 2세트에만 서브득점 3개를 허용하는 등 리시브 효율이 8.33%로 최악이었다. 리시브가 흔들리다 보니 자연히 보이는 공격을 할 수밖에 없었고,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의 공격을 4개나 셧아웃시켰다. 2세트까지 흥국생명이 쌓은 블로킹이 9개, 서브득점이 4개였고, 범실에선 현대건설이 13-5로 두 배 이상 많이 하면서 흥국생명이 압도하는 양상이 펼쳐지면서 그대로 0-3 셧아웃 패배를 당하는 듯 했다.
반면 3세트 들어 흥국생명 선수들의 체력 저하가 감지됐다. 리베로 도수빈과 레이나의 리시브 효율이 10%대로 바닥을 치면서 좋은 공격을 때릴 수가 없었다. 4세트엔 리시브 효율은 회복했지만, ‘묻지마 모마’를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일진일퇴 거듭한 5세트, 모마가 끝냈다
5세트는 이대로 패하면 타격이 더 크기에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더 컸던 흥국생명의 우세로 진행됐다. 김연경이 퀵오픈 두 방으로 기선을 제압한 흥국생명은 윌로우의 연속 오픈 득점으로 4-2로 점수차를 벌렸고, 레이나와 윌로우의 연속 퀵오픈 득점까지 터져나오며 7-3까지 달아나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현대건설이 8-6까지 따라붙었지만, 레이나의 퀵오픈에 이어 모아의 백어택을 이주아가 가로막으며 10-6으로 달아났다.
흥국생명에겐 이길 기회가 한 번 더 있었다. 김연경의 퀵오픈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이어 네 차례의 랠리가 이어졌고 현대건설 고예림이 의도적으로 블로킹에 대고 때린다는 게 어이없이 코트를 벗어나면서 흥국생명이 14-13 매치포인트에 먼저 도달했다.
현대건설에는 이날의 히로인 모마가 있었다. 곧바로 퀵오픈을 성공시켜 승부를 듀스로 끌고간 모마는 후위로 내려가 서브를 준비했다. 모마의 전매특허인 강서브가 네트를 넘어갔고, 이는 도수빈과 김연경 사이로 절묘하게 들어갔다. 김연경의 리시브는 아무도 받을 수 없는 곳으로 향하며 서브득점이 됐다. 현대건설이 15-14로 역전에 성공하며 매치포인트에 도달했고, 이어진 랠리에서 윌로우의 오픈 공격은 완만한 곡선을 그린 뒤 엔드라인을 크게 벗어나며 이날 명승부의 마지막 장면은 다소 허무하게 결정됐다.
5세트 결정적인 서브 에이스를 터뜨린 모마는 양팀 통틀어 최다인 34점을 몰아치며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날 모마의 공격 점유율은 51.53%에 달했다. 현역 최고의 미들 블로커 양효진도 목 부상에 불구 블로킹 5개 포함 16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반면 흥국생명은 김연경(23점), 윌로우(21점), 레이나(20점)까지 삼각편대가 골고루 터졌으나 뒷심 부족에 울어야했다.
이날 승리로 현대건설은 2015~2016시즌 이후 8년 만의 챔프전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다만 역대 17번 열린 여자부 챔프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9차례로 그 확률은 52.94%에 불과하다. 그만큼 여자배구는 불확실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시즌엔 흥국생명이 1,2차전을 모두 잡아내며 우승 확률 100%를 잡았으나 내리 세 경기를 내주며 사상초유의 리버스 스윕 패배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패장인 흥국생명의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세트 스코어 2-0으로 앞서며 이길 기회가 있었는데, 큰 기회를 놓친 듯 하다“면서 “5세트까지 간 것은 좋은데, 3세트에 3∼4점차 앞섰을 때 내린 몇 번의 선택이 아쉬웠다”고 경기 총평을 내렸다.
수원=남정훈 기자 che@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손톱 옆 일어난 살갗, 뜯어내면 안 되는 이유 [건강+]
- 20살 한국 여성이 '세계 최연소 억만장자'에 올랐다
- 박명수 “주는대로 받아! 빨리 꺼져”…치킨집 알바생 대학 가라고 밀어준 사연 감동
- “가해자 누나는 현직 여배우”…‘부산 20대女 추락사’ 유족 엄벌 호소
- “엄마 나 살고 싶어”…‘말없는 112신고’ 360여회, 알고보니
- 아이 보는데 내연남과 성관계한 母 ‘징역 8년’…같은 혐의 계부 ‘무죄’ 왜?
- 여친 성폭행 막던 남친 ‘11살 지능’ 영구장애…가해男 “징역 50년 과해”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